미영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 때문에 경숙이가 이렇게 불행하게 살게 됐다고 자책하며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우리도 뭐 가끔 하긴 하지만 좋지도 않아. 차라리 안 하고 살면 편하겠다 싶을 때도 있어.”
“야, 그래도 그게 아냐.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살아. 언제 남편이 안 서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니까!”
경숙인 남편이 정말 남자로서 끝났다고 믿고 있는 표정이었다. 남자들이 밖에 나가 새로운 여자를 만나면 새로운 힘이 솟구친다는 사실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경숙이에게 그 사실을 깨닫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혜영이도 놀러 오라고 할까? 그 수영 강사랑 썸 탄다고 했는데 관계가 시작됐나 물어보게...”
“아이, 그런 걸 뭘 물어? 그리고 이미 관계하는 사이 갔던데, 뭘.”
“그치, 말로는 썸타는 중이라고 하면서 얼굴에 숨길 수 없는 야릇함이 베어 있었어.”
“그래.”
“미영이 네가 그날, 혜영이가 신나게 얘기하려는데 딱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일어나자고 하니까 혜영이 당황하는 얼굴이었잖아.”
“난 그런 얘기 계속 듣고 싶지 않더라고, 처녀 때도 혜영이에게 너무 많이 들어서 이론으론 우리 모두 박사감이었잖아.”
“호호호, 맞아, 맞아!”
“그래서 난 이제 혜영과 자주 만나지 않으려고 생각해.”
“그래? 그래도 친군데...”
“친구는 맞지만, 결혼까지 해서 너무 문란하게 사는 건 좀 그래...”
“그렇긴 해, 걔는 도대체 몇 명하고 했을까?”
“모르지. 수십 명은 될 것 같아.”
“호호호, 맞아. 걘 처녀 때 우리가 들은 남자만 해도 열 명도 넘으니까!”
“거기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수영 강사하고 그러는 것도 아닌 것 같아. 그치?”
“그래, 딱 보니 한두 명이 아닌 듯해. 만나는 거 좀 조심해서 만나자고.”
“혹시 넌 결혼하고 남편 외에 다른 사람하고는 안 해봤니?”경숙은 조심스런 표정으로 미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얘는? 미쳤니? 다른 남자하고 왜 그런 걸 해?”
미영은 화들짝 놀라며 딱 잡아뗐다. 다른 남자도 아니고 지금 질문하고 있는 네 남편하고 몇 년을 만나고 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아니, 그냥 물어보는데 왜 그렇게 막 화를 내듯 그렇게 반응하니?”
“그렇잖아, 질문이...”
미영은 너무 화를 냈나 싶어 당황하며 얼굴이 발개졌다.
“미영아, 이거 너만 알고 있어야 해. 사실 난 다른 사람과 한 번 해봤다.”
“뭐라고?!”
미영은 경숙이 조신한척 하더니 갑자기 다른 남자랑 해봤다는 말에 아까보다 더 깜짝 놀랐다.
“누, 누구랑?”
미영은 말도 더듬었다. 그냥 경숙이 바람을 피웠다는 게 놀랍기도 하지만 갑자기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왠지 솜이불이 물을 잔뜩 먹은 묵직한 죄책감에서 조금 물이 빠져나가는 듯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나, 이거 진짜 이런 말 안하려고 했는데....”
“야, 우리끼리 무슨말을 못하니?”
미영은 이제 더 적극적으로 알아내고 싶어 눈을 반짝이며 말하라고 졸랐다.
“야, 혜영이 그런다고 너 싫어했잖아. 나 딱 한 번 그런건데 괜히 네가 나 더럽다고 싫어할까봐 그렇지.”
“야, 혜영이와 넌 근본적으로 다르지.”
“그런가? 하긴 당연히 다르지.”
“어서 말해봐. 도대체 어떤 남자야?”
“운전 도로 주행해주던 남자.”
경숙인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미쳤니? 그런 사람하고?”
미영은 너무 기대 이하의 남자여서 깜짝 놀랐다. 남편은 대학 교순데 어떻게 운전 주행해주는 남자와 그걸 한단 말인가?
“그러니까, 지금은 안 만나. 알고 보니 그놈은 만나는 여자가 나 말고도 한두 명이 아니었어.”
“어휴, 직업만 봐도 딱 그러네.”
“그런데 사람이 눈에 콩깍지가 씌니까 글쎄 그땐 그놈이 그렇게 자상하고 멋지게 보이는 거야.”
“어휴, 그래도 그건 아니다...”
“야, 너는 남편하고 그래도 하니까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거지, 너도 몇 년 동안 못하고 살아봐라. 지나가는 거지도 씻겨서 하고 싶다니까!”
“야, 너 정말 그렇게 안 봤는데 뭐니? 아효, 내가 웃겨서 미치겠다.”
미영은 경숙이의 의외의 발언에 배를 잡고 웃었다. 너무 웃다가 눈물까지 흘렀다.
“그래서? 그다음 말해봐.”
미영은 혜영이 바람피운다는 말은 듣기도 싫더니 조신한 경숙이 그랬다니 궁금해서 호기심이 일었다.
제가 요즘 [섹스는 위반하는 재미]를 제 목소리로 읽어 드리고 있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들어보실래요?
오늘 5회차 읽었습니다.
첫회부터 목소리로 듣고 싶은 분들은 유튜브로 직접 가셔서 [이묘영 작가의 일상]을 검색하시던지 [섹스는 위반하는 재미 1회] 검색하시면 첫회부터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읽어주니 더 좋다는 분들도 많으시네요.
아래 주소는 오늘 올린 5회차 입니다.
다음 회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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