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시청 후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1. 윤건영 당선인은 명불허전이라고, 왜 문재인의 남자라고 불려졌는 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던 토론회였습니다. 정확한 논점을 짚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다 깔끔하게 정리된 논리와 언변으로 전하면서도 동시에 절제된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의 확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토론이었습니다.
2. 최강욱 당선인의 면모는 지금까지 많이 봐 왔지만, 팩트와 논리, 그리고 냉철한 인식으로 무장된 최전방 공격수로의 자질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주는 결과였습니다. 물론 잘하리라 믿지만 열린민주당 더불어시민당 사이의 지난 갈등만 잘 봉합된다면 민주당의 큰 자원이 될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3. 권은희 당선인의 토론은 왜 국민의 당이 지난 총선에 40석이라는 의석을 받고도 국민의 당이 도대체 한 것이 무엇이었는 가라는 물음의 원인을 여실히 보여주는 실례였다고 봅니다. "협치는 없었다"라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았다는 이유를, 그리고 그러지 않을것이라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줘도, 그 설명에 대한 반론보다는, 그래서 협치가 없는 것이라는 순환 노리와 더불어 상대의 반론을 감정적인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서 왜 권은희가 이토록 안철수라는 인물과 같은 당에서 정치를 하게 되는지 제대로 알게 된 기회였습니다. 논리와 팩트를 논리와 팩트로 받아들이며 반박하지 않고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정치 파트너에게 어떻게 협치를 기대하겠습니까? 토론 내내 저 구조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의 당은 역시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허은아 당선인은 제 생각엔 끼지 말아야 할 곳에 끼어서 바닥을 드러내는 토론회였다고 봅니다. 토론 파트너가 허은아씨의 능력으로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넘사벽 인물들이 나왔는데, 자신의 주장이 반박으로 막히고, 뼈를 때리는 듯한 비판에 대해 허둥거리다가 중간 중간 빈정거리는 듯이 툭툭 던지는 말 정도로만 눈치 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서, 준비되지 않은 정치신인이 어떻게 이은재 혹은 전희경 같은 정치인으로 변모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과정을 관찰할 수 있게 하는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준 토론회였다고 봅니다.
오늘 토론 구도는 참 맘에 드네요. 현 정치 상황을 어찌도 그렇게 잘 보여줬는지. 정의당 출신 당선인을 초대하지 않은 것이 의도가 됐든 안됐든, 각 당의 현 주소를 참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간이었네요.
더불어시민당과 열린 민주당이 합쳐서 20석 만들어 교섭단체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많으시던데, 더불어 시민당의 모든 당선인이 더불어 민주당과 같은 당 정체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분들에게는 어쩌면 실례가 되는 일방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좋은 방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번 토론 구도에서 보여졌던 것처럼 더불어 민주당 밖에서 더불어 민주당을 지원하는 다른 교섭단체가 있으면 정말 사이다와 같은 상황이 21대 국회에서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 도의상 여러가지 해결할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뭐 오늘 토론회에서 보여졌던 현상 자체로만 봤을 때는 참 좋더라고요. 20대 국회 기간 동안 정의당이 더불어 민주당에 보여줬던 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그런 지원이라고나 해야할까.
암튼 많은 기대가 되는 21대 국회입니다. 새 국회가 개원될 날이 이렇게 기다려지는 것도 난생 처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