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엄마에게 사랑을 주지못했다는게 발단이였다. 사실 틀린 얘기도 아니다. 내 동생을 낳던 병원에는 할머니와 4살의나이에도 아직 엄마젖을 때지못했던 나뿐이였으니까.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후 우리집냉장고엔 쉰내만이 가득했다. 항상 어디든 이웃집에서 나무 쉬어버려 버리려던 쉰 김치를 아빠가 할머니가 얻어다 두셨으니까.
중학교 2학년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 여름 4시간동안 땀을 뻘뻘흘려 전단지 천장을 돌려받은 2만원으로 동생이 늘 슈퍼가면 눈을 못땨던 작고 맛없는 캔디가든 장난감을 사고 배추 한포기를 샀다. 김치는 그냥 배추를 소금에 절여 고추가루를 묻히기만 하는 줄알았던 내가 담근 첫번째 겉절이는 정말 짜고 맵기만했다. 퇴근후 그저 흰쌀밥에 맛없는 겉절이만 차려놓은 밥상에 아빠는 밥 두공기를 비우시고 한포기의 맛없는 겉절이를 말없이 다드신 우리아빠는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셨다.
어제 월급을 받았다. 친구와 술마시고 돌아오는길에 집앞 24시간 마트에들려 인터넷을 검색해서 배추한포기와 이것저것 겉걸이에 필요한 재료들을 사왔다. 혼자 질질짜면서 만든 겉절이는 너무 맛있었다. 그때의 우리 아빠처럼 난 흰쌀밥 두공기를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