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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1 스포일러/조각글] 누군가에겐 분명 전해졌을 이야기 - (7/完)
게시물ID : mabinogi_1498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이린♬
추천 : 5
조회수 : 45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8/02/28 22: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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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g1부터 g19 빛의 부름까지입니다. 하도 많이 꾸겨넣어서 그렇게 길게는 느끼진 못하실 거에요.
* 1일 3연참 달성했습니다. 대단하다 나.... 기어이 오늘 끝을 맺는군요. 힘들었습니다............ 이전에 말한대로 과거랑 현재가 만났기에 <누군가에게 분명~>은 이 편으로 마지막입니다.
* 이 파트는 거의 묘사되는 분량이 없어서 미친듯이 상상력을 발동했습니다. 장하다 내 상상력.
* 쓰는 인간이 종교가 없어서... 우리 신실한 종의 묘사가 많이 부족할 겁니다. 미안하다 주신의 첫번째 검 ㅠㅠㅠㅠ
* 첫 만남 당시 밀레시안이 존대를 하는 건 오류는 아닙니다. 이 시점에서 (밀레시안 입장에선) 처음 만났는데 일단 존대는 해야 예의지 않나 싶어서 그렇게 됐습니다.
* 여기까지 읽으시느랴고 수고하셨습니다. 여기까지 보셨다면 공백 제외 총 19000자, 포함 24000자짜리 단... 단편? 중편소설 읽으신 겁니다.


전쟁의 여신 모리안의 가호를 받는 새로운 인간들이 어느 날 갑작스럽게 에린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마법사 마우러스의 제자인 타르라크는 그들을 두고 ‘밀레시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며, 그 의미는 별에서 온 자라는 뜻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종족명대로, 그들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본디 에린에 있던 다난들의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밀레시안들은 그런 그들의 의심따위 알 바 아니라는 듯 에린에서 여러가지를 배우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전투에 능한 이도 있었고, 악기 연주에 능한 이들도 있었다. 전부 그가 찾는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밀레시안이 에린으로 이주해온 지 얼마 후, 한 밀레시안이 글라스 기브넨을 처치했단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밀레시안의 종족 특성 상 외형으로 판단하는 일이 쓸데없다고 느낀 그는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 괴물이 제대로 부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치된 것은 차치하고, 그 소문 하나로는 그가 찾는 사람이 맞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밀레시안’의 여러 소문이 에린 전역을 돌면서, 특히 그를 존경한다고 알터가 콕 찝어 ‘그 밀레시안’을 얘기한 순간, 그는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초대 단장일 때 찾던 사람. 과거의 자신과 교감을 했던, 밀레시안.
알반 기사단으로 되돌아가 일반 단원에서부터 조장까지 다시 올라간 그처럼, 밀레시안 또한 그렇게 점점 알반 기사단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아벨린. 알터가 안보이는군요.”
“말도 마세요. 또 멋대로 뛰쳐나갔어요.”
현재의 아르후안 조 조장인 아벨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글쎄, 타라 왕성에 그 분이 오셨다고 하면서 얼마나 급하게 뛰어나가던지, 말릴 틈도 없었다니까요.”
“하하하, 알터가 혈기왕성할 나이긴 하죠.”
“기사단에서 주시하는 인물인 건 알아요. 알지만... 이런 개인 행동을 멋대로 일으키면 곤란하잖아요, 톨비쉬.”
현재의 알반 기사단 또한, 에린을 수호하는 밀레시안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당장 아벨린이 앉아있는 책상 앞에 있는 문서들도 반절 정도는 밀레시안에 관한 문서들이었다.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 아니, 그런 거 같지는 않은데...”
“그렇게 자괴감에 빠져있을 필요 없습니다. 알터가 엇나가거나 하는 단원도 아니고.”
“제 수명이 줄어들게 생겼는데 알터 편을 드시는군요.”
정말 수명이 줄어들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톨비쉬가 말했다.
“별 일 없을 겁니다. 알터 자신이 알반 기사단의 단원인 걸 제대로 자각하고 있을 테니.”
“글쎄요, 저는...”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심정 같은지, 아벨린이 다시 한숨을 쉬었다.
“톨비쉬 말대로 별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아벨린은 그런 쪽에서 알터를 우려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좋게좋게 생각하시죠.”
“하, 네. 좋게좋게, 좋게좋게...”
스스로를 세뇌하듯 좋게좋게를 읊조리는 아벨린을 둔 채 톨비쉬가 아르후안 조의 방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알터 못지 않게 그 또한 밀레시안의 동향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단지 잠깐 정신을 딴 곳으로 돌리면 어느새 외형이 바뀌어 있다던지, 혹은 이름 자체가 바뀌어 있다던지 하는 경우가 있어서 닿을 듯 말 듯하다 놓치기 부지기수였는데, 그런 톨비쉬를 보조해준 건 다름 아닌 아르후안 조의 알터였다. 다른 조의 단원이 그 밀레시안의 추종자인 점에 감사해야 할 정도로 알터가 정말 꼼꼼히, 밀레시안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던 터였다.
돌발행동을 자주 일으키는 단원 때문에 아벨린이 고생하는 것은 안쓰럽지만, 그 입장에서는 오히려 감사할 지경이었다. 이렇게 천천히 알반 기사단과, 그리고 자신과 가까워지면 될 것이다. 그런다면, 그런 미래와 마주치지 않을 것이다.
이 선택이 옳기에 미래의 자신이 봉인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으리라 믿으며, 톨비쉬의 표정이 아주 살짝,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아, 아니 갑자기 나타나서 그런 말을 하고 가네...”
참 이상한 날이었다. 밀레시안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은 일반적인 인간의 범주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들이 많았고, 그렇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외하거나 혹은 두려워하는 시선으로 그가 가는 길을 막기는커녕 피하기 급급했다. 그나마 그 명성을 아는 이들이 그런 경외와 두려움을 떨쳐내고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지만 이번 경우처럼 그런 것과 전혀 상관없이, 순수한 호의로 말을 꺼냈던 이는 처음이었다.
“알터... 라고 했나?”
알터라는 이름을 직접 내뱉어보니 혀 끝을 가볍게 탁 치며 끝나는 발음이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 나쁜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으니까.”
가벼운 걸음으로 왕성을 빠져나가며 밀레시안이 얼마 전 무척 우울했던 자신보다 훨씬 나아진 감정에 조금 당황했다.
‘최근엔 그런 일들도 없었으니까. 앞으로도 없었음 좋겠지만.’
밭을 해치는 동물들을 처리하는 일 말고 어려운 전투라고 할 것도 없었고, 오래간만에 느끼는 잔잔한 에린의 평화는 다시금 영웅을 불러오기 위한 사전준비임을 모른 채 밀레시안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타라를 빠져나갔다.

아벨린이 알터와 시드 스넷타로 향했다는 말과 얼마 뒤 알터가 배신자 혐의로 임시적으로 감옥에 가두어진 것이 거의 동시에 톨비쉬에게 전해졌다. 낙관적으로 봤는데 꽤나 엄격하게 혐의를 적용한 상부의 결정에 어쩐지 진절머리가 났다.
‘그렇게 엄격하게 적용.... 아, 내가 결정했던가?’
오랜 세월이 지나 기사단 내에서만 적용되는 법률을 누가 만들었나 싶다가 결국 자신이 허가했기에 알터에게 씌워졌을 것이란 사실에 알터에게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알터가 움직일 수 없게 됐으니 이제 자신이 움직여야 할 차례였다. 아벨린은 밀레시안이 알반 기사단의 정보를 수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울라 대륙으로 향했다. 이렇게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것도 아튼 시미니의 뜻이라면이라고 생각하니 그 부름에 응해야 할 것 같았다.
아르후안 조 조장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조장이 홀로 반호르로 향했다는 소식에 알반 기사단 상부가 뒤집어지고 난리가 난 사실을 아벨린은 모른다. 톨비쉬는 그저 뒤집어진 상부를 향해 자신이 다녀오겠다고 간략하게 전한 후 아발론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아벨린도 꽤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있단 말이지.’
그런 성향은 알반 기사단의 전반적인 성향이었다. 자신이 담당하는 엘베드 조도 어쩐지 자신과 성격이 비슷한 이들이 단원으로 들어오고, 멀리 볼 것도 없이 아르후아 조도 그랬다. 아벨린은 알터의 즉흥적인 성향이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해했지만, 계산적이라고 생각하는 그녀 또한 그런 면이 있었다. 딱 말해, 누굴 탓할 문제가 아니었다.
‘기르가쉬가 시드 스넷타에 등장했었다.... 라.’
아발론 게이트가 있는 벨파스트도 아닌 울라 대륙의 북쪽 끝, 한 때 대마법사 마우러스의 제자였던 타르라크가 저주를 받아 하루 중 반은 곰으로, 반은 인간으로 있던 곳. 그 곳은 밀레시안에겐 이제 더 이상 갈 일이 없는 곳이기도 했다. 
이제 그 곳을 지키는 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기에. 
에린을, 밀레시안을 배신한 그는 다시 태어났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답입니까, 아튼 시미니시여.”
스스로를 제물로 아발론을 봉인하지 않은 것을 탓해야 하기엔 희미한 곳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신성력이 신경이 쓰였다. 그 곳에 있는 밀레시안도, 아벨린도. 
일단은 그 둘을 도우는 것이 최우선이었기에 마나터널로 향하는 톨비쉬의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이전에 만났던 그 괴물이긴 한데 어딘가 다르다고 느낀 순간 한 대 스치듯 맞았는데 어째서인가 독에 감염되어 생명력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하게 포션을 들이켜 생명력을 유지하고 버티자 크다는 것만 인지한 채 본 적 없던 이가 밀레시안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눈 앞에 있는 기르가쉬부터 처치해야 하다 보니 제대로 된 대화는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 사람이 적은 아닌 것처럼 보였기에 기르가쉬를 잡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저번처럼 다시 쓰러트릴 수 있었다. 물론 저번에 비해서 꽤 많이 다치긴 했지만 밀레시안의 육체는 그런 걸로 소멸하거나 하진 않고 그냥 이번 몸이 꽤나 아프다, 정도로 느끼는 수준이었다.
“하아, 저번하고 다르잖아...!”
혼잣말로 내뱉은 말이 꽤 날카로운 감정을 담은 채 절로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그나마 포션 들이켜서 어찌저찌 버티긴 했는데 맞은 부위가 여전히 아팠다. 
“으으, 아퍼... 대체 뭐람.”
그렇게 한참 푹 쉬고 있으려니 새삼 이 곳에 왔던 원인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는 걸 깨닫고, 지금 이 전투가 자신 혼자 싸운 게 아닌 걸 상기하자 밀레시안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아, 저기... 저.... 못들었죠?”
“....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밀레시안의 말에 대답한 것은 아벨린이 아닌 중간에 난입했던 남자였다. 
눈 앞에 육중한 갑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다. 상당히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날카로운 느낌이 퍼져나온다. 그런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서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처음 뵙겠습니다. 밀레시안 씨. 저는 알반 기사단의 일원인 톨비쉬라고 합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분을 직접 만나뵙게 되니 솔직히 조금 떨리는군요.”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분명하며 선연하게, 그를 만난 밀레시안에게.
‘처음 보는’ 그 눈동자에는 호기심과 같은 반짝임이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 이상하게 요즘 후유증 들으면서 자꾸 밀레시안(주인공 밀레시안일 수도 있고, 그걸 플레이하는 우리일 수도 있고)과 그의 관계 같아서 좀 싱숭생숭합니다. 노래 자체가 그러하기 보다는 long goodbye라는 가사가 자꾸.... 아 진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꼭 그렇게 가야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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