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군들, 나는 고기가 좋다.
제군들, 나는 고기가 좋다.
제군들, 나는 고기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삼겹살이 좋다.
꽃등심이 좋다.
갈빗살이 좋다.
안창살이 좋다.
토시살이 좋다.
치마살이 좋다.
채끝살이 좋다.
우둔살이 좋다.
항정살이 좋다.
술집에서, 거실에서,
들판에서, 초원에서,
산속에서, 정상에서,
함상에서, 캠장에서,
이 지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고기 포식 행위를 너무도 사랑한다.
이글거리는 숯 불 위에 쏟아놓은 갈빗대가 익어가며 타탁이는 소리를 듣는 것이 좋다.
피어오르는 연기에 배인 달콤짭조름한 양념타는 냄새를 맡을 때면 가슴이 뛰지.
고깃집 이모들이 휘두르는 현란한 집게질에 꽃등심 쟁반이 비어가는 것이 좋다.
지글거리며 배어나오는 육즙이 숯불 위에서 단발마의 비명을 지를 때 냉혹한 송곳니로 갈빗대를 뜯노라면 가슴 속이 후련해질 정도야.
잘 저며진 벌집 삼겹살이 불판위에서 뒹구는 것이 좋다.
여리디 여린 연분홍 항정살이 날카로운 소금 결정에 짖이겨지는 모습엔 감동마저 느껴지지.
가련하고 딱한 채식주의자들이 잡다한 풀뿌리를 우걱이고 있을 때, 붉디 붉은 육즙이 쏟아지는 안심 스테이크를 입 안 한가득 베어 물며 어금니로 지긋이 씹어댈 때엔 지고의 복락을 느낀다네.
제군들, 나는 고기를,
감로와도 같은 고기를 원하고 있다.
제군들, 나를 따르며 내 주문에 탄복하는 육식 동아리 제군들.
제군들은 대체 무엇을 바라는가?
더욱 더 푸짐한 고기를 바라나?
인정사정없이 쫄깃한 고기를 원하나?
참숯백탄의 한계를 다하고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 우돈의 씨를 말릴
폭풍과도 같은 고기를 원하는가?
(일동 : 고기! 고기! 고기! 고기!)
그래, 그것이야. 바로 고기지!
지금 우리는 혼신의 힘을 담은,
그야말로 내려치기 직전의 포크와도 같다
하지만, 저 어두운 공복 밑바닥에서 허기의 세월을 참고 견뎌온 우리에게,
'보통'의 고기 따위 성에 차지 않는 법이지!
폭식 !!
오로지 고기 폭식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불과 서너명, 많아야 열 명 남짓한 소모임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군들은 일기당천! 최고의 고기 포식자들이라 나는 믿고 있다.
우리를 허기의 저편으로 내몬 채 곤히 잠든 식당 주인들을 두들겨 깨우자.
머리채를 움켜쥐고 자리에서 끌어내, 닫힌 눈꺼풀을 열고 생각나게 해주는 거다.
놈들에게 매진의 맛을 다시 가르쳐주자.
놈들에게 우리들의 젓가락 소리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이다.
하늘과 땅의 틈바구니엔 놈들의 철학으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도 있단 걸 깨우쳐주자.
너댓 명의 무리로 이뤄진 육식 동아리로, 석쇠를 불바다로 만들어 주자.
바로 그렇다!
저것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염원해왔던 비장탄의 불빛!!
약속대로 나는 제군들을 이끌고 돌아왔다.
저 그리웠던 테이블에, 저 그리웠던 고기 불판으로!
그리고, 단백질은 마침내 식도를 건너, 위장을 지나
근육으로 차오를 것이다.
육식 동아리 전원에 전달!!
이것은 번개 주최자의 명령이다!!
자아, 제군들! 스스로에게 포만감 만들어 주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