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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인터뷰] 대여 저격수 노릇 땐 모멸감 느꼈다고 고백
게시물ID : sisa_150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식...
추천 : 5
조회수 : 35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5/05/23 14:56:01
[홍준표 인터뷰] 국적법 인기 업고 서울시장 출마하나...대여 저격수 노릇 땐 모멸감 느꼈다고 고백  
   
“한나라당이 대선을 두 번이나 패배한 것은 권력층이 노블리스 오블리제(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와 책임)를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적법 개정안으로 늦깍이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법안을 준비한 사유다. 홍 의원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차원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의 협력사업현장시찰을 떠나는 20일 기자와 만나 국적법을 발의한 배경과 재외동포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법안을 설명했다. 

또한 당 혁신위 위원장으로서 혁신위 안에 대해 박사모와 소장파의 갈등, 서울 시장 후보 출마설에 관한 내용 등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홍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에 패배한 이유는 자녀의 병역문제였다”며 “권력을 가진 지도층이 권리와 특권은 누리면서 기본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었다”고 국적법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홍 의원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도덕적’ 보수와 같은 맥으로 해석된다. 

홍 의원은 또한 “지도층에게는 특히 병역과 납세 의무가 중요하다”며 “15, 16대 때는 대여 저격수로 내치에만 신경을 썼는데 17대 들어와 통외통위 상임위를 맡으며 외치에 중심을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이 ‘외치’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지난해 8월말 미국 교민단체 초청으로 LA, 시카고, 애틀란타, 뉴욕, 워싱턴 등 미 전역을 돌면서 교민들과 간담회를 가진 이후부터라고 한다. 

교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한결같이 ‘사이비 재외동포’와 ‘진짜 재외동포’를 구분해 달라는 것. 미국의 시민권을 얻기 위해 이른바 ‘원정출산’을 감행하는 한국인 때문에 심각하다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고 한다. 

홍 의원은 “그 ‘사이비’를 척결하기 위해 국적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 뿐만이 아니다. 홍 의원은 재외동포와 관련한 2, 3차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재외동포 2세의 병역문제 해결이다.

그는 “현재 병역정책에 따르면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재외동포에게 35세까지 징집영장이 신청된다”며 “35세 이전에 일이 있어 한국에 들어오면 바로 징집되는데 누가 한국을 들어오고 싶어 하겠는가”고 지적했다. 

이어 홍 의원은 “이런 법을 고치지 않고 재외동포 네트워크나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것은 잘못됐다”며 “병역법을 개정해 재외동포가 6주간 한국에서 병역의무를 마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처럼 세계 전역에 나가 살더라도 여름이나 겨울방학을 이용해 본국을 찾아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병역의무를 통해 재외동포들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재외국민들의 참정권 회복이다. 홍 의원은 “재외국민들도 엄연한 한국인이다”며 “그런데 그들에게 헌법에 보장된 투표권이 없다”고 밝혔다. 

재외국민 참정권은 지난 1966년 첫 시행 이후 6년 동안 존속하다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선포 직후인 72년 12월 6일 통일주체국민회의법이 발표되고 기존의 대통령선거법이 폐지됨으로써 종료됐다. 

현재 홍 의원은 지난해 11월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당파 위한 열성보다 국가 위한 열성이 지지받아”

홍 의원은 이번에 발의한 국적법 개정안의 국민적 호응에 많은 것을 보고 뭔가 깨달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대여저격수 노릇을 할 때는 모멸감과 멸시를 많이 느꼈지만 이번 국적법은 여야 없이 지지를 받았다”면서 “당파를 위한 열성이 아닌 국가를 위한 열성이 지지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국적법은 우연히 한 건을 터뜨린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 나는 ‘열린 애국주의’를 기반으로 정책과 정치를 펼 생각이다”고 말했다. 

열린 애국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홍 의원은 슈뢰더와 하버마스의 토론에 대해 설명했다. 

1998년 6월 당시 독일 총리 후보 게르하르트 슈뢰더와 좌파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베를린 빌리 브란트 하우스에서 세 시간에 걸쳐 정치 토론을 했다. 그들은 세계화의 시대 물결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고 독일이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슈뢰더와 하버마스는 성숙한 민주 시민 사회 건설과 좌든 우든 정치에서 소외당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는 국민 통합의 민주정치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길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한다. 

홍 의원은 이를 두고 “한국의 살 길도 그것이라고 본다”며 “친미 반미가 아닌 열린 애국주의를 바탕으로 용미를 해야 하며 중국이나 일본도 이용할 줄 아는 실용주의 정책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집단지도체제 도입, 박근혜 설득할 것” 

그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국적법 외에 당 혁신위 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홍 의원은 “혁신위는 경제∙대북∙교육∙외교 정책과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설명서와 해설서를 만들 것”이라며 “아직도 당은 틀이 갖춰지지 않고 허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표는 4.30 재보선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은 지금 대표 한 사람이 좌지우지 하는 정당이 아니고 모든 중요한 사안을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의원총회에서 결정한다”며 집단지도체제 도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박 대표가 집단지도체제를 오해하고 있다”며 “더구나 박 대표가 혁신위 안에 대해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박 대표가 내심 못마땅해도 내용을 알고 말해야 한다”면서 “혁신위가 안을 마련하면 (박 대표를) 따로 만나 보고할 것이며 박 대표라면 충분히 알아들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혁신위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며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누가 와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면서 “(박 대표가) 충분히 설득될 수 있다”고 확고한 신념을 보였다. 

또한 당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박 대표가 모든 결정을 의원총회에 맡기는데 문제가 있다”며 “물론 의총이 최고 의결기구이기는 하나 도대체 어느 누구하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성 있는 최고위원들에게 1차로 결정권과 그 결정을 집행할 권한을 줘야 한다”며 “또한 사무처, 홍보, 전략기획, 의원 참여 기구 등 기동성 있게 팀 체제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이 지금껏 보여왔던 우왕좌왕하는 모습 말고 기동성있게 권한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의원 전부가 2007년 집권을 위해 전위부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 대세론은 없다” 

최근 당 안팎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소장파 공격에 홍 의원은 “박사모가 소장파와 대립하는 것은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박 대표를 수구 보수 이미지로 만들 우려가 있다”며 “박사모는 그야말로 외곽세력으로 남아야 맞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박사모가 당내에 들어오면 폐쇄 정당 구조로 간다”며 “박사모는 외곽세력으로 남아 욕설부대로 전락하지 말고 당을 위한 헌신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박사모와 함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불리는 소장파의 행보를 비판하는 당내 여론에 대해 홍 의원은 “소장파에 대한 평가가 일면 타당한 것도 있다”면서 “하지만 그들이 있음으로 해서 한나라당의 수구 이미지가 탈색된다”고 평했다. 

또한 그는 “소장파가 갈지자 행보를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 당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욕을 먹으면서도 행동한다”며 “소장파의 행동은 훌륭하고 그들이 없으면 한나라당의 수구 이미지 탈색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박 대표가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박사모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서는 “박 대표의 모습은 어른스럽지 못하다”라며 “(박 대표가) 감정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고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사모가 소장파 의원들을 공격하고 박 대표 역시 과감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당내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급격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한 현상 아닌가라고 에둘러 물었더니 홍 의원은 펄쩍 뛰며 “대세론은 의미없다. 대세론은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이 4.30 재보선을 이겼다고 안주하면 자멸할 뿐이다”며 “아직도 대선까지는 3년이나 남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야당의 대세론은 코미디같은 이야기”라며 “대통령 후보 경선을 통해 박 대표가 후보로 확정된다면 당연히 박 대표 중심으로 일로매진 해야겠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혁신위에서 하려는 것은 공정한 룰을 만들어 후보를 뽑으려는 것이고 2007년 당력을 집결하게 만드는 것이다”며 “지금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총재 시절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박 대표의 이미지 인기로는 대선에서 또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에게 합리적 이성으로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한나라당이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는 정책 정당으로서 입지를 굳혀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시장 출마여부, 올 10월에 입장 정리할 것” 

당내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던 홍 의원은 서울 시장 후보설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홍 의원은 “서울 시장에 나설 생각은 아직 없고 올 10월쯤에는 개인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2007년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도록 당을 혁신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서울 시장을 할지 말지에 대한 문제보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한 일에 매진할 것이다”면서도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또한 내가 시장에 당선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 택할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참 무거운 이야기를 하던 홍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그는 “검사 시절에는 선악만 가리면 됐는데 정치는 검사와 무척 다르다”며 “정치는 선악이 공존하고 악한 사람도 국민이라 포기할 수 없다”고 힘겨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모든 국민을 안고 가거나 모든 일에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된다”며 “예를 들어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무원이 병역면탈하는 그런 모습은 용서할 수 없다”고 특유의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홍 의원은 자녀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아버지’라는 말을 듣는다면 인생목표는 달성된 것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동성혜([email protected])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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