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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0년간 사귀어온 여자친구와 이별하려 합니다.
게시물ID : gomin_15011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bGxva
추천 : 1
조회수 : 4425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5/08/15 22: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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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0년을 사귀어 온 여자친구와 이별을 하려고 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기 시작해서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네요.
저와 함께 같은도시에서 성장해오면서 정말 많은 일을 함께 겪고 공유한,
서로의 인생에서 사라진다는건 상상조차 못할 그런 관계입니다.
이별을 결심한 지금 이순간에도 그런 상상을 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한마디로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지 않아서입니다. 너무 직접적인 말이라
글로 쓰는데도 머뭇머뭇거리게 되네요.

지금 제일 처음 떠오르는 것은 모종의 죄책감입니다. 물론 제가 다른 여자가 생기거나
새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럼 이렇게 글을 쓸 이유도 없겠지요.
사실 이별을 생각 해 온것은 2~3년 전인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아마  제가 여자친구한테
아저씨같다는 식의 불평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아저씨 같다는 말은 애정표현이
예전 같이 않고 초반의 달달함이 많이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물론 여자친구도 과거의 느낌이 어느정돈 사라졌지만 저보다는 훨씬 덜 합니다.
여자친구의 옆구리 찔러 절받기 식의 반강제?적인 타이밍에 애정표현을 할 때
죄책감은 배가 됩니다. 아마 사랑한다는 식의 말이 제 감정과 모순되서 그런 것이겠지요.

여자친구는 저에게 항상 잘해왔습니다. 밥도 사주거나 보통 반반씩 내고
제가 사려면 극구 말리곤 했습니다. 또 신발이 필요할 것 같으면 신발을 사주고
어디 여행을 가면 어떤게 필요할거라면서 이것 저것 챙겨줍니다.
그리고 어떤 것이든 제가 하자는 대로 다 합니다.
물론 저도 여자친구가 하자는대로 대부분 하는 편이라 결정을 못내리고 시간을 보낸적도 많았지요.
어쨌든 그런 것을 받을 때마다 저도 그만큼 큼직 큼직하게 해주지만 여자친구처럼 세세히 챙겨주지 못합니다.
항상 여자친구에 대해 생각하고 관심을 갖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여자친구와 오랜 시간을 보낼 수록 여자친구와 함께 있지 않을 때, 여자친구에대한 생각을 덜하게 됩니다.

사실 여자친구를 만난 뒤로 친구관계도 다소 협소해지고
제 친구들(남자)을 만나려면 허락을 맡아야하고, 그런건 자기랑도 할 수 있지 않냐고
토라지는걸 보면 답답하기만 합니다.결혼한 남자가 자기생활이 없어졌다고 하소연하는게
정말 와닿습니다. 새 여자를 만나고 싶은건 결코 아닙니다. 솔로의 생활을 하고싶습니다.
친구들이 부르면 당장 나갈 수 있고 내맘대로 일정을 정할 수 있는 그런 생활을 하고싶습니다.
결혼이 오면 당연히 제 삶이 어느정도 없어지겠지만 제가생각한 결혼시기까진 거의 10년가까이 남은 상태여서
그때까지 이런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는 친구가 많지 않습니다. 처음 만난사람과 금방 친해지고 얼굴도 평균보다 예쁜편이지만 친한친구 몇몇을
빼놓곤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면 심심할 때 불러서 놀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친구는 먼 지역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날이거나 같이 뭔가를 해야 할 날이 아니더라도 저는 여자친구를 만나야 합니다.
딱히 할게 없더라도 산책을 하거나 동네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거나 마트에서 돌아다니거나..

하지만 저는 그런 일상이 지겹도록 익숙하고 답답합니다. 오늘은 어디서 뭘하고
몇시쯤에 끝나면 언제 집에 가겠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끝나고 집가서 몰래 친구와
동네술집서 맥주를 먹는것이 훨씬 재미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갖고 데이트를 하다보면
여자친구도 그런 낌세를 알아차리게 되고, 빨리 집가고 싶냐고 토라지는 모습을 보면
부정하기도, 인정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와서 아니라며 얼버부립니다.

여자친구에 대한 매력을 못느끼는 것도 한 몫 합니다. 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나머지
무엇이든 해주려하고 언제나 열려있어서 공기처럼 느껴집니다.
저를 잠시 제쳐두고 자기일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싶은데 그런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것을 바란다고 직접적으로 말을 해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지금도 카톡으로 얘기를 하고있는데 그냥 친구와 하는것 같습니다.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카톡이 왔을 때 설레는 느낌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냥 답장해야 하는 의무감이 하나 더 생길 뿐입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은 죄책감과 연민인것 같습니다.
나랑 헤어지면 여자친구는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 우는 모습이 얼굴에 그려지면서
제 가슴도 찢어질 듯 아픕니다. 하지만 사랑해서가 아닌, 너무너무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도 잠시 상상했는데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는 지금 공무원을 준비하고있는데 지금 제가 헤어져버리면 내년 시험을 말아먹고
일년을 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그렇다고 시험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합격하고
헤어지자고 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떨어졌을 시 헤어지자고 하면 더더울 큰 타격을 줄 것 같아 고민입니다.
시험만이 아닙니다.
울면서 의지 할 사람 없이 몇날 며칠을 보내다 나쁜생각을 갖진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게 가장 걸림돌입니다. 그정도로 저에대한 의존도가 큰 것 같습니다.
제가 이별통보를 한다면, 그녀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을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이별생각을 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여자친구는 저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녀를 사랑했던 것보다 그녀를 훨씬 더 사랑해줄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는 정말 좋고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항상 나만바라봐주고 착하고 배려심 있습니다.
명품백을 원하지도 않고 알뜰하고 야무진?친구 입니다.
이 친구에게 제가 줘야 할 것은 사랑 하나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줄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너무 미안하고 슬픕니다.

중요한건 여자친구는 제가 이런생각을 하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런 생각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생각을 써내려가고있는데
답답하기만 합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저는 지금 해외에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기까진 몇 달이 걸릴 것 같은데
지금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확실히 헤어지는게 맞는지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하는 것이 근 10년을 지내온 여자친구에 대한
예의인지 감을 잡기 힘듭니다. 한시라도 빨리 헤어져서 여자친구가 좋은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 맞는지..휴..

제가 이별을 향해 한단계 한단계 생각을 해낼 때마다 미안함과 확신이 상충됩니다.

어떻게 제 삶의 일부분인 그녀를 다치치 않게 원래 자기의 삶으로 돌려 보낼 수 있을까요.
불가능 하겠지만..
하..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너무 힘듭니다. 헤어지면 여자친구는 더 힘들겠지만요.

다시한번 쓰지만 여자친구는 제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말 모릅니다.
오랜 세월에 무뎌진 감정표현이 싫을 뿐, 그런것 이면에 있는 근본적인 제 생각은 전혀 모릅니다.
제가 한국 돌아가면 공항에 나와있겠다고 한 말이 제가슴을 쑤십니다.

혹시라도 이 흘러가는듯한 두서없는 글을 끝까지 읽으셨다면 고민에 대한 의견좀 말씀해주세요.
어떻게 헤어져야 할 까요.
제가 나쁜놈이긴 한데 그렇다고 평생 사랑받지 못하면서 살아가게 하는것 보단
당장은 아프지만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하는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뭔가 계속 쓰고싶은데 반복되는 것 같아서 이만 줄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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