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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는 곰이로소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903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7/19 08:42:5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문재기념식수

 

 

 

형수가 죽었다

나는 그 아이들을 데리고 감자를 구워 소풍을 간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개구리들은 땅의 얇은

천장을 열고 작년의 땅 위를 지나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므로

교외선 유리창에 좋아라고 매달려 있다

나무들이 가지마다 가장 넓은 나뭇잎을 준비하러

분주하게 오르내린다

영혼은 온 몸을 떠나 모래내 하늘을

출렁이고 출렁거리고 그 맑은 영혼의 갈피

갈피에서 삼월의 햇빛은 굴러 떨어진다

아이들과 감자를 구워먹으며 나는 일부러

어린왕자의 이야기며 안델센의 추운 바다며

모래사막에 사는 들개의 한 살이를 말해 주었지만

너희들이 이 산자락 그 뿌리까지 뒤져본다 하여도

이 오후의 보물찾기는

또한 저문 강물을 건너야 하는 귀갓길은

무슨 음악으로 어루만져 주어야 하는가

형수가 죽었다

아이들은 너무 크다고 마다했지만

나는 너희 엄마를 닮은 은수원 사시나무 한 그루를

너희들이 노래부르며

파놓은 푸른 구덩이에 묻는다

교외선의 끝 철길은 햇빛

철철 흘러넘치는 구릉지대를 지나 노을로 이어지고

내 눈물 반대쪽으로

날개도 흔들리지 않고 날아가는 것은

무한정 날아가고 있는 것은







2.jpg

장하보()

 

 

 

한 줄기 소나기처럼

그렇게 왔다 가는

와락 달려드는 그리움의

한 나절을 어이해 품속에

붙들어 잠재울 수 있을까

허공을 건너듯이

무한으로 가는듯이

그 조촐한 가슴으로

밋밋이 솟은 산정

어이해 그 속속들이

깃들어 잠들 수가 있을까







3.jpg

홍두표나는 곰이로소이다

 

 

 

나는 곰이로소이다

미련하고 굼되고

못나디 못난 곰이로소이다

 

무료한 날 도토리 줍고

어느 산기슭 덤불속에서 뒹굴다가도

한 낮이 겨우면 산가재를 잡기도 하고

 

때로는

내 발바닥을 핥기도 하는

지지리도 못난 곰이로소이다

 

그러나 한 번도 단 한번도

남의 발바닥을

핥아 본 일이 없는

 

나는 곰이로소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못나고 어리석은 곰이로소이다







4.jpg

고재종성숙

 

 

 

바람의 따뜻한 혀가

사알작우듬지에 닿기만 해도

강변의 미루나무 그 이파리들

짜갈짜갈 소리 날 듯

온통 보석조각으로 반짝이더니

 

바람의 싸늘한 손이

씽 씨잉싸대기를 후리자

강변의 미루나무 그 이파리들

후둑 후두둑 굵은 눈물방울로

온통 강물에 쏟아지나니

 

온몸이 떨리는 황홀과

온몸이 떨리는 매정함 사이

그러나 미루나무는

그 키 한두 자쯤이나 더 키우고

몸피 두세 치나 더 불린 채

 

이제는 바람도 무심한 어느 날

저 강 끝으로 정정한 눈빛도 주거니

애증의 이파리 모두 떨구고

이제는 제 고독의 자리에 서서

남빛 하늘로 고개 들 줄도 알거니







5.jpg

김남조산에게 나무에게

 

 

 

산은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산을 찾아갔네

나무도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나무 곁에 섰었네

산과 나무들과 내가

친해진 이야기

 

산은 거기에 두고

내가 산을 내려 왔네

내가 나무를 떠나 왔네

그들은 주인 자리에

나는 바람 같은 몸

산과 나무들과 내가

이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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