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삼 수험생이다. 수시가 한 달도 안 남았다.
학교가 멀어서 고시텔에서 혼자 자취한다. 고시텔에선 밥과 라면 김치를 제공한다.
하루에 한 끼를 먹는다. 식비가 만만치 않다. 기숙사에서 나와서 자취하는 게 돈이 몇 배가 더 들어가는진 잘 안다.
부모님이 저녁마다 전화를 하신다. 밥은 잘 챙겨 먹었냐고. 잘 먹었다고 대답한다. 점심엔 뭘 사와서 뭘 해먹고 저녁엔 뭘 먹었다고.
비타민은 잘 챙겨 먹고 있냐고 물으신다. 아침 저녁 한 번씩. 빈 속에 먹으면 구역질이 나 못 먹고 있다.
개학식 날 새벽이다. 오키로가 빠졌다.
힘이 없어 방 밖을 나가질 못하겠다. 밥 챙겨 먹는 건 생각보다 많이 중요했다.
빨리 입시가 끝났으면 좋겠다. 제발 수시로 끝났으면 좋겠다.
알바를 해서 내 돈으로 맛있는 걸 사먹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맛있는 거 먹고 싶다. 라면 말고. 안성탕면 신라면 오징어짬뽕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