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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연예인으로 성공하는 방법
게시물ID : panic_1017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1세기인간
추천 : 12
조회수 : 426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0/08/18 16: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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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한때는 어느 채널을 보든 항상 나오는 연예인이었지만


이젠 모두들 그를 그저 한물 간 연예인이라 말한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은규TV 구독과 좋아요, 알림설정까지! 부탁드립니다."


연예인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이은규의 경우는 다르다.


[조회수 4명, 구독자 2명]


'연예인이 유튜브하면 인기가 좋다던데... 이름이 문제인가?'


그는 유튜브 이름을 고민끝에 '퇴물 이은규TV'로 바꾸어 보았다.


은근한 자기비하 유머였다.


[조회수 13명, 구독자 5명]


씁쓸했다. 유명할 때 벌어둔 돈을 흥청망청 써버려


이젠 겨우 몇백만원밖에 남지 않았다.


텅 빈 댓글창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는 못보던 댓글을 발견했다.


'퇴물 연예인 회생 전문 업체: 리사누, 이은규 님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사기 아닐까? 아니, 사기여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차라리 사기라도 당해야지. 그는 재빨리 답장했다.


'어떻게 연락드리면 될까요?'

.

.

.

.

들어본 적 없는 업체인데... 이은규의 예전 소속사보다도 훨씬 큰 14층짜리 건물이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이은규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여자가 그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아 넵, 안녕하세요."


"이은규 님도 알다시피 지금의 이은규 님은 솔직히 C급 연예인에 불과합니다. 저희는 그런 연예인들을 다시 회생시켜주는 업체입니다. 계약서를 작성하시면 그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비용은..."


"비용은 무료입니다. 저희는 C급 연예인들을 다시 유명해지게 만든 뒤, 그 연예인들의 소속사가 되어 돈을 법니다. 따라서 다시 유명해지게 만들지 못하면 저희는 돈을 벌지 못하는 겁니다."


그녀는 그의 눈치를 보더니 거침없이 속마음을 내뱉었다.


"이은규 님의 경우 정말 유명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월드스타K같은 프로그램에서 우승도 하셨고, 연예대상도 받으셨죠. 그런데 지금은 정말 인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입장에선 이은규 님이 다시 성공하면 저희 능력을 검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더 많은 연예인들이 저희한테 몰려오겠죠."


결국엔 그녀도 돈 때문에 그를 도와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릴 이유가 없었다. 그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네 계약하겠습니다."

.

.

.

.

"유명해질 수 있는 첫번째 방법은 대중들이 이은규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려내게 만드는 겁니다. '아 이인규라는 사람이 있었지?'라는 반응을 유도해내는 것이죠. 자, 지금 전국적으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나고 있지 않습니까? 집중호우 복구에 딱 100만원만 기부하십시오. 더 기부하시면 안됩니다."


의아스러웠다. 기부는 많이 할 수록 좋은 거 아닌가? 왜 굳이 100만 원인가. 아마 그가 그정도 돈도 모으기 어려울 거라 생각해서 그런 걸까?


"혹시 제가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러시는..."


"아닙니다. 그냥 딱 100만 원만 기부하십시오. 그래야만 합니다."


"기부 한 번으로 유명해질 수가 있나요?"


"기부 한 번이 중요한 게 아니라 100만 원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100만 원을 기부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느새 유명 연예인 박현준과 자신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나란히 올라가있었다.


[박현준 이은규 기부논란]


클릭.


"연예인 박현준, 이은규 집중호우에 100만 원 기부 논란"

"수억 버는 연예인 박현준, 이은규 겨우 100만 원만 냈어야 하나"

"돈 많으니까 많이 내라? 박현준, 이은규 100만 원 기부에 도 넘은 악플들"


유명해지긴 했지만, 논란이 생겼다. 당황한 그는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지금 저에 대한 논란이 생겼는데, 이거 괜찮은 거 맞습니까? 이러면 유명해지긴 하지만 좋은 쪽으로 유명한 게 아니라..."


"이은규 님, 놀라지 마십시오. 유명 연예인 박현준과 같이 엮여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습니다. 어차피 기부금 100만 원 논란은 별 논란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부해도 뭐라하냐', '지들이 내던가'라는 반응이죠. 인기를 얻는다는 건 이런 겁니다. 인기를 얻고 싶으면 10%만 싫어할 일을 하시면 논란이 터집니다. 그리고 그 10%를 꼴보기 싫어하는 90%는 이은규 님을 지지하는 사람이 되죠."


"아직 놀라실 필요는 없습니다. 인기를 얻는 방법은 2가지나 남아있으니까요."


그녀는 앞으로 논란을 더 만들자고 했다. 종교 논란, 성 정체성 논란 등 만들 수 있는 건 많았다. 물론 그 논란은 10%의 소위 말하는 '불편러들'만 제기하는 것이었고, 90%는 별 문제 삼지 않으며 이은규의 이름만 기억하는, 그런 종류의 논란이었다. 그에 대한 악플이 많아질수록 인기도 금방 늘게 되었다. 근황을 알려주는 유튜브, 논란 있는 연예인들이 자주 출연하는 프로그램 등에 그는 출연했다. 어느새 그의 인지도는 조금 다져졌다.


어느 순간, 그녀는 물었다.


"이은규 님은 예전에도 악플에 많이 시달리셨죠?"


"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떨어질 때 많이 욕 먹었죠."


"또 지금 논란이 생겼으니까 그거까지 포함하면 더 많겠네요."


"두번째 전략은 그겁니다. 악플러들. 악플을 고소한다는 건 별 돈을 들이지 않고도 유명해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죠. 계약당일부터 계속 악플을 수집해오고 있는데, 고소하시겠다고 발표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고소할 사람이 한 40명 정도 되나요?"


"아뇨, 10만 명 정도요."

.

.

.

.

10만 명 대량 고소는 전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해자를 욕하는 사람이 어딨을까. 오히려 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팬들이 늘어났다.


"언제까지 연예인들 죽어나가는 거 그냥 지켜봐야 합니까. 이렇게 한 번 대량으로 처벌하면 절대 다시는 이런 일 안 생기겠죠. 다른 연예인들도 이은규처럼 해야 합니다."

 

"2차 가해하지 맙시다. 피해받은 건 이은규에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돈 걱정 없는 연예인들이 겨우 악플땜에 죽는 거 보고 슬퍼하는 게 이해가 안간다."


이해할 수 없는 의견도 있었다.


[결혼만 XX번? 이은규 사생활 충격 폭로!! #친북좌파]


어쨌든 고마운 악플러 덕분에 이은규는 전과 달리 혼자서도 검색어 순위를 주름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10만 명 고소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불안했다. 곧 똑똑한 연예부 기자들이 이은규를 말만 하는 사람으로 몰아갈 수 있었다. 그때 고마운 은인이 등장했다.


[이은규 님한테 악플로 고소당한 사람입니다. 제발 좀 용서해주세요ㅠㅠ 돈 진짜 없어요. 당신 잘 산다고 힘없는 서민 파탄시킬 거에요? 연예인이면서?? 진짜 돈만 밝히시네요. 직장도 못 구하고 빚만 가지고 살고 있는데... 아 제발 취하해주세요. 분명히 말했어요. 저 죽습니다. 진짜 죽어요.]


10만 명을 고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악플러에 대한 분노, 그리고 이은규에 대한 강한 지지가 이어졌다. 이제 인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자, 마지막 세번째 전략입니다. '경쟁자 떨구기'라고 하죠. 요즘 예능에서 이은규 님을 고정 출연진으로 안 쓰는 이유가 바로 연예인 강신홍 씨 때문이죠. 이은규 님의 포지션은 반MC 반패널인데 강신홍 씨와 딱 겹칩니다. 아무래도 강신홍 씨를 좀 끌어내야겠군요. 강신홍 씨의 특징이 입이 거칠다는 건데 이를 이용해 댓글만 달면 끌어내릴 수 있을 겁니다. 댓글알바요."


"아, 강신홍 씨에게 입이 거칠다고 악플을 달자는..."


"아니요. 오히려 강신홍 씨 극성팬의 입장에서 댓글을 써야 합니다. 강신홍 씨에게 다른 사람이 무슨 말만 하면 바로 막말로 몰아가는 댓글을 다는 거죠.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두 번째 방법이 바로 내로남불 태도입니다. 거친 말로 유명한 강신홍 씨에게 거친 말을 하면 분노하는 팬? 모순적이죠.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계속해서 달면 PD들도 섭외를 꺼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악플 대신 선플로 사람을 몰락시킬 수 있다는 건 정말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은규의 프로그램 섭외는 점점 잦아졌고, 강신홍은 별 잘못을 안했는데도 비호감 연예인이 되버렸다. 어느새 이은규의 유튜브 채널도 성공을 거두었다.


[구독자 100만 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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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한때 연예대상을 수상했던, 지금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분이 계십니다. 올해의 연예대상, 가수 이은규 씨! 소감을 발표해주세요!"


"모두 다 감사드립니다. 제 소속사와 팬 여러분, 부모님과 친구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감사드리는 분들은...... 악플러분들... 정말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악플 덕분에 유명해질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그랬다. 극성팬은 안티를 만들고, 악플러는 팬을 만드는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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