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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디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게시물ID : gametalk_1503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apercraft
추천 : 10
조회수 : 485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4/01/07 11:15:37
 
게임 제작에 관련된 말들이 나오면 꼭 유령처럼 이런 말이 따라붙습니다.
 
'오 이건 좋은 아이디어야 그러니 마이 프레셔스'
 
물론 듣기에는 좋죠! 매우 그럴싸하죠! 창작은 아이디어가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게임 제작은 창작이기도 하지만, 창작보다 더 한 노가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사람들은 게임 제작에 화가나 작가의 일면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냥 도트찍고 삼디랑 놀고 인쇄기 비슷하게 그림 찍어내고 워드머신질하거나 코딩노예일 뿐이죠(.........)
아이디어는 그냥 죤나 아이디어일 뿐입니다. 당신이 막 세상을 뒤엎을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칩시다. 좋아요. 존나 쩔어요. 헌데 그걸 어떻게 만들 작정입니까? 그냥 아이디어를 던져주면 쨘 하고 만드는 마법의 머쉰이라도 있는걸까요? 하지만 그런 머쉰이 있다 하더라도 분명 내부구조는 야근의 계약에 속박된 코딩의 요정과 포토샵의 정령이 코로 박카스 빨아가면서 고통받을겁니다. 장담하죠. 백파센트로.
 
아이디어는 고작 아이디어일 뿐입니다. 물론 변수가 될 수도 있고, 변화를 주도할 수도 있죠. 하지만 설계하고 구축하는 작업은 창의적인 재능에 의존하기보단 건설업에 더 가깝습니다. 적합한 목적의 구조물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설계도를 그리고, 설계도에 따라 시공을 하죠. 물론 중간에 건축허가도 받고 사장이 돈 먹고 나르는 ★깜짝★ 이벤트도 있어야겠죠? 물론 그거 만드는 사람들은 사장님이 아닙니다. 그냥 일용직 근로자가 쎄멘을 비비는 대신 코드를 비빌 뿐이죠. 촤하하.
 
이 건축작업에서 아이디어에 대응되는 건 '야! 내가 저 부지에다 죤나 기똥찬 건물을 쎄우는거야. 콜롯쎄움에 버금가는 쌈박장이지! 이름하야... 빨딱쎄움!' 정도일 뿐입니다. 당신이 건축가이십니까? 도면 그릴 줄 알아요? 혹시 자본가이십니까? 혹시 지주세요? 그것도 아니면 뭐.... 어디 지자체 장이라도 되십니까? 아니라구요? 그럼 댁 아이디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습니다. 훠이.
 
왜냐면 어떤 건물을 세우냐는 건 저런 양반네들이나 결정하지 님같이 지나가는 행인 ABC에겐 아무런 결정권한이 없거든요. 그러니 기똥찬 건물이 세워지기보단 그냥 유리궁전이나 죤나 세워지는거죠. 꼬우면 너도 건축하시면 됩니다! 돈 죤나 벌어서 갑부가 되거나, 할부지가 상속자산으로 땅을 물려준다던가, 아니면 유우럽피안 스따일을 배워온 유학-파 건축가가 되시면 됩니다! 그래야 '야 내가 지금 죤나 쩔어주는 콜로세움 설계도를 들고왔는데 말이야...'가 먹힐 상황이 된다는거죠.
예, 아이디어 말하는게 뭐가 나쁘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아요! 죄가 없죠. 다만 당신이 그 '아이디어'라는 것이 매우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문제십니다! 제반 지식 없이
 
건축에 예를 들었으니 계속 예를 듭시다. 당신이 어느 순간 아이디어랍시고 뭘 들고왔습니다. 당신 생각엔 쩔어요. 헌데 그게 기둥 하나에 하중이 와장창 몰려드는 어처구니 상실급 아이디어인데 세상에는 그정도로 하중을 버틸 수 있는 파워풀한 자재가 엄쓰요. 보통 이런걸 아이디어라고 하기보단 개소리라고 해주죠. 아니면 마천루랍시고 지었는데 딱 봐도 기하학적으로 버틸 수 없는 괴랄한 디자인인데, 그걸 무슨 수로 하중분산을 하고 무게중심을 잡는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엄쓰요. 한마디로 당신이 지금 아이디어라고 들고온 게 마치 유치원 꼬꼬마들이 '와! 미래세계에는 이럴꺼에염'이라고 말하면서 쓱쓱 그린 그림이랑 칭구칭구할 수준이라는겝니다. 뭐 뻔하죠. 팔다리 쫙 벌린 무관절 사람들이 빵긋 웃으며 로켓뜨를 타고 댕기는 그런 분위기의 그림 말입니다. 이런걸 아이디어라고 하진 않죠.
 
우리가 아이디어라고 칭하는 건 야 그래도 최소한 그럴싸는 하네선에서 끝나는 건 아닙니다. 창의력과, 그 창의력을 받쳐주는 현실성이 있어야하죠. 생각은 누구나 다 해요. 로뎅인지 오뎅인지도 좌변기 앉은 아저씨를 조각을 싹싹 했잖아요? 뚝딱뚝딱인가? 아무튼 간에, 사람은 생각을 하죠. 하지만 그 생각이 항상 그럴싸하지도 않고, 제정신으로 하지도 않습니다. 가끔 미치기도 하죠. 저처럼 많이 미치는 사람도 있지만 말입니다. 의히히힣히
 
 
 
비단 예제를 든 건축 뿐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통해 변화해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경쟁하고, 검증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채택되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채택되려면 뭐다? 그렇죠, 실물이 있어야죠. 그렇다고 '어? 내 아이디어는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행위를 기반으로 하는데?'라는 유치뽕짝블루스같은 반박 하지 맙시다. 여기서 실물이라는 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니까요. 예를 들자면 수학공식이 그런거겠죠. 하지만 수학은 유해하지 예제를 들지 않겠습니다. 오 매쓰매틱, 댓츠 유해. 데인져! 내 정신에 데인져!
 
훌륭한 발명가나 엔지니어들이 창의성이나 아이디어로만 먹고살았을까요? 노우, 그들은 실물을 구현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아이디어는 사실 별 거 아닙니다. 동시간대에 같은 장치를 보고도 야 이거 내가 보기엔 이렇게 하면 더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산업시대를 예로 끌어들인다면, 누군가가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기계를 만들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초기형은 진짜 구리고 쓰잘떼기 없어보이지만, 최소한 없었던 것보단 나았죠. 그걸 보고 세계 각지에 있는 창의적이고 재능 있는 기술자들이 야 이걸 뜯어고치면 더 좋을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뚱땅뚱땅을 시전하고, 제각각 개량하거나 아예 새로운 기계를 만든 겁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좋은 게 채택되거나, 정치.사회적 빠와에 의해 의도적으로 좋은게 도태되고 구린게 채택되거나 하는 일이 벌어진거죠. 항상 제일 좋은게 당첨되진 않습니다. 세상 사는게 다 그렇죠(...)
 
 
산업혁명 이야기에서 다시 게임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사실 게임산업 분야에서 아이디어는 님들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상당수의 것들이 초창기 게임산업 당시에 현장에서 뛰던 아저씨들이 어지간하면 다 떠올렸던 발상입니다. 다만 그걸 누락시키거나 채택하지 않은 이유는 그 때 당시의 기술론 도저히 그런 어마어마한 짓거리를 벌일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에 못만든거죠.
아, 지금은 가능하다구요? 그럼 여기에 걸립니다. 그거 만들려면 어마어마한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그거 투입해서 뽕 뽑을 자신이 없어라는 거죠. 아니면 생각할땐 쩔었는데 실제로 만들어보니 죤나 재미가 없더라거나 말이죠. 사실 마지막에 언급된게 가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디어=재미'는 아니다 이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디어는 중구난방이지만 이걸 구현하기 위한 작업은 고달픕니다. 여기에서 기획자의 재능이 돋보이는거죠. 뭔 소린지 알아듣기조차 애매한 헛소리를 가지고 설계도를 짜맞춰나가야하는 게 기획자가 할 일이거든요. 그 설계도에 따라 공구리를 치고(...) 철근을 쎄우고, 미싱질 하고 벽돌 나르는 게 나머지 역할인겁니다. 물론 게임산업에서 기획자는 멋들어진 공사모자 쓰고 손가락질 하는 건축가가 아니라 같이 쎄멘포대랑 벽돌 날라야 하는 노가다꾼 1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서 아이디어라고 하는 것은 프로토타입을 제조할 만큼의 설계도를 뽑아낼 수 있는 체계화된 문서나, 그걸 뽑을 만큼의 프로토타입을 아이디어 정도로 칭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이거이거해서 저래저래해서 우가우가 얍얍하면 재미 짱짱맨 같은 원시인 벽화그리는 소리(....)는 아이디어 아닙니다. 보통 아이디어를 빼갔다는 건 남의 게임에서 저런 설계도면을 빼내가는 산업스파이질을 지칭하지, 님들이 벽에다 그린 수렵도 비스무리한걸 들고가는게 결코 아닙니다!
아니 그전에 그런 원시벽화를 들고가다가 복제양을 만든거나 마찬가진데 들고간놈은 무슨 데미갓이라도 되는거여 뭐여
 
그래서 제가 이 글판에 뭔가 게임 관련으로 번뜩이는 개소리(...)가 떠오르면 그걸 아이디어라고 써갈기지 않습니다. 망상, 헛소리, 뻘소리, 개소리, 아무튼 간에 '제가 생각을 했는데 이게 제정신으로 한 건지는 아닌지 구분할 자신이 없으니 여러분들에게 평가를 넘기겠습니다' 식으로 가는거죠. 왜냐면 구현화시키지 못 할 아이디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냥 망상이니까요.
 
반대로 생각하면, 여러분이 망상을 구현화시킬 수 있다면 그건 죤나 훌륭한 아이디어입니다.
...아니, 죤나 훌륭하다는 건 빼죠. 평가는 해야하잖아염. 제가 어느날 뭔가 종이를 꾸깃꾸깃해서 '야 이 우매한 똘똘이들아 내가 훌륭한 종이접기 방법을 창작해냈다! 경배해라!'라고 해서 님들이 '오오 쩔어주는 종이접기 오오 님 쩌네요'라고 해줄건 아니잖아여. '뭐래 미친놈아 꺼져'라고 하면서 그 종이를 제 면상에 던질테니 말입니다.
 
 
떙스포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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