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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4개월을 만나고 결국 이별을 했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5035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같아어제보다
추천 : 2
조회수 : 1442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08/19 13:35:18
좋은글은 그냥 올릴지언정 답답한 연애상담같은건 항상 익명으로 올려왔는데 이별을 한 마당에 더이상의 익명도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가끔씩 와서 남자친구에게 선물할것들에대해 조언도 구하고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제가 오유를 자주 하는것도 아니고 처음 하게 된 계기도 남자친구에게 선물해줄 물건에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서였어요
그 후에는 아주 가끔씩 방문해 고민게시판에 댓글도 남기고 그랬는데 연애하면서 힘들때 여기서 참 위로도 많이 받고 그랬네요
조금 긴 글이 될 것 같아요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고 쓰는건 아니예요
그냥 어딘가에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크네요
 
 
사실 이 연애를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든건 올 초부터 였어요
반년정돈 된 것 같네요
사실 연애라는건 사랑하는 마음도 필요하지만 상대를 믿는 마음도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더이상 그 사람을 온전히 믿을수가 없었어요
 
3년이 넘는 연애기간동안 권태기가 한번도 오지 않았던건 아니예요
사귄지 반년이 넘어갈때쯤 그 사람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가는걸 느꼈어요
그렇게 두세달을 혼자 힘들어다가 결국 서서히 연락이 줄어들게되었고 서로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헤어진 상태로 지냈죠
그리고 서너달 후 다시 연락이 와서 서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그동안 그 사람이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것정도는 바보가 아닌이상 알 수 있었죠
그래도 상관 없었어요
그 사람을 사랑했기에 상관없었다는게 아니라 사실상 헤어진 기간이었기에 상관없었던거예요
 
그렇게 그 서너달동안의 기간은 서로에게 암묵적인 비밀이 된 채 아무도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어요
그 후엔 다시 뜨겁게 불타올랐다 서서히 식어갔다를 반복하며 다른 연인들과 다르지 않은 연애를 했어요
이전처럼 바닥까지 차갑게 식지는 않았고, 연애초기처럼 뜨겁게 불타오르지도 않았죠
그냥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편하고 익숙한 사람이 되어서 당연한듯 일상과도 같은 사람이 되었어요
 
그러다 그 사람이 한창 회사일로 힘들어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저는 직장인이 아닌 학생인지라 그사람의 고민을 온전히 들어주고 이해해줄 수 없었죠
그사람도 그걸 알았는지 저에게 많은걸 바라지 않고 직장 관련된 고민은 친구나 직장동료선에서 끝내더라구요
사실 좀 서운하긴 했어요
내가 고민을 해결해줄 순 없어도 다독여줄 순 있을텐데...
그래서 옆에서 애교도 부리고 예쁜짓도 하려고 노력했어요
연락을 자주하길 바랐지만 그사람 직업 특성상 야근도 잦고 주말출근도 잦은걸 알았기에 이해해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렇게 그사람이 부서를 옮기게 되면서 출근시간도 점점 앞당겨지고 주말출근도 점차 줄어들게 되었어요
그렇게 몇달정도는 좋게 지내다 그사람이 중요한 일을 맡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스트레스도 심하게 받는 모습을 보며 매일 아침 응원메시지도 보내고 전화로 애교도 부리고 나름의 노력을 했어요
 
그 일이 해결되고 그사람은 한 숨 돌리게 되었는지 점차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그런다고해서 저에게 아예 관심이 없었던걸 아니니까요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보니 그사람의 일상에 전 없더군요
오래사귄 연인이 언제나처럼 뜨거울 순 없지만, 제가 그 사람의 일상에서 언제나 1순위이길 바란건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다른여자로는 대체가 안되는 그런 소중한 사람이길 바랐어요
 
그런데 그사람은 자신이 우울한 시기에 옆에서 응원하고 애교부리고 매주 찾아와서 사랑을 표현하는 여자친구의 연락은 답하지 않은채
랜덤채팅을 하며 낯설고 새로운 여자에게서 우울함을 해소하려고 했고
자신과 다툰 후 편의점에간다고 나간 제가 밖에서 우느냐 안들어오는걸 알고있음에도 답답하고 대화 할 말이 없다며
아는 동생에게서 온 연락에만 답을하며 하하호호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어요
 
오래된 연애가 그렇듯 뜨거울때가 있으면 식을때도 있는것이란건 알고 있었지만
몇달정도 옆에서 믿고 기다려주면 돌아올거라고 생각했지만 반년이란 시간동안 점점 차가워지는 그 사람의 마음을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네요
휴가기간동안 같이 놀러가자는 저의 말에 너와 여행가면 귀찮아지기만한다며 친구와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고
남은 휴가기간동안에도 고향에 내려가 술만 마시며 일주일내내 연락 한 번 없었고
걱정이되어 먼저 연락한 저에게 제 안부조차 물어보지 않더군요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어요
날 아프게하고 날 갉아먹는 연애는 더이상 하면 안되겠다는걸요
몇달동안 울면서 지낸 날이 울지않고 보낸 날보다 더 많았다는걸요
요근래 연애를 하면서 행복하기보단 가슴이 꽉 막힌것처럼 답답하고 슬픈날이 대부분이었다는걸요
 
그래서 헤어지자고 말했어요
차마 얼굴을 보면 말이 안나올까봐 목소리를 들으면 울음이 터질까봐 문자로밖에 말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랬더니 왜그러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더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말하니
저번에 니가 말한대로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며 어떻게 사람이 계속 잘하냐며 말하더라구요
 
저번에 내가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고 했다니
가장 최근에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고 말한게 작년쯤인데 그걸 저번이라고하다니
사람이 계속 잘할 순 없는거죠
잘해주지 않는다고 헤어지자고 할거였으면 아마 올해 초쯤에나 헤어졌을거예요
모든걸 그 사람 성격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제가 아니어도 된다는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 사람은 우울할때도 힘들때도 기쁠때도 절 찾지 않았어요
항상 먼저 연락을 하던 제가 연락이 없으면 아무리 마음이 식어있을 때라도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연락이 왔고 안부정도는 물어봐줬어요
그런데 이제 일주일이 넘어가도 연락조차 오지 않아요
제가 먼저 연락을 해도 안부조차 물어보지 않고 제 질문에만 답을 하고 문자는 끝이나요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주말이지만 그마저도 제가 찾지 않으면 연락조차 안와요
3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마음이 뜨거우나 차가우나 항상 변하지 않았던점이 있었는데, 그건 술을 마시면 전화를 한다는거였어요
거의 술버릇에 가까웠지만 술만마시면 전화를해서 술주정을 할지언정 새벽일지언정 항상 전화를 했어요
그마저도 반년가까이 못받아봤네요
이제 전 술을마셔도 생각이 나지 않는 그런 사람인거겠죠
 
이 힘든 연애를 지속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래도 이 사람은 날 다른여자와는 다르게 여긴다
사랑이 언제나처럼 뜨겁진 못할지언정 잔잔하게 계속되고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요 몇달간 남자친구의 마음을 기다리면서 연락을 줄이고 지내니 과거를 되돌아 볼 시간이 생기더라구요
연애초의 뜨거웠던 시기부터 최근까지의 일이 모두 떠올랐어요
그렇게 돌아보니 3년이 넘는 시간동안의 연애가 꼭 나빴던것만은 아니더라구요
안좋은 일도 있었지만 그만큼 좋은 일도 많았어요
 
사실 너무 힘들어서 이 연애에대한 모든 기억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걸 알게됐네요
좋았든 힘들었든 결국 모든게 저의 선택이었고 저의 모습이었고 저의 시간이었으니까요
더 좋은 미래의 나를 만들어줄 좋은 경험이 되겠죠
 
결국 완전히 이별했어요
저도 그사람에게 좋은 여자친구가 되어주진 못했겠죠
이전의 짧았던 한번의 연애경험이 전부였으니 모든게 미숙하고 서툴렀으니까요
 
이제는 놓아야 하는 인연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러지 못했네요
그게 제 자신을 더 힘들게 한다는걸 아는데도 미련이 남아서 그랬나봐요
언제쯤 사람과의 이별에 익숙해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니, 평생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이 모든 일도 몇년이 지난 후 되돌아보면 그땐 그랬었지라고 추억처럼 여길 수 있게 되겠죠
 
몇년후의 제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웃으면서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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