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1. 밖으로 나가 싸운다
문을 열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누군지 몰라도 저를 비난할 자격은 없었습니다.
제가 뺑소니 살인범인 건 맞지만, 그건 실수였습니다. 저는 한 명의 인격체로서 이런 조롱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저는 저 자신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날 밤 12시가 되자 평소처럼 또다시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이어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현관문 사이를 통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곧장 문을 열고, 눈앞의 상대를 향해 각목을 휘둘렀습니다.
그 정도로 강하게 때릴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쌓아 왔던 분노가 극에 달한지라 눈에 보이는 게 없던 것 같습니다.
여자는 머리를 가격 당했고, 자리에 쓰러진 채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다행이야.. 드디어.. 나왔구나..
그 사람은 저와 결혼을 약속했었던 약혼자였습니다.
제가 연락을 받지 않자, 저를 겁줘서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했던 겁니다.
저는 바쁘게 그녀를 집으로 끌고 들어왔습니다. 그녀의 머리에서는 다량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심각한 중상인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잦아드는 목소리로 애원했습니다.
살려줘... 제발 구급차를 불러줘...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제 범죄를 알고 있는 증인이자, 저에게 공격당한 피해 당사자였습니다. 이런 여자를 경찰에 넘길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녀가 죽어가도록 방 안에 방치시켰습니다.
그녀가 조용해지는 데에는 꼬박 3일 밤낮이 걸렸습니다.
분명히 말하건데, 이 일은 제 잘못이 아닙니다. 그녀의 잘못입니다.
저에게 그런 장난을 쳤으니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는 게 당연한 일이겠죠
그렇게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녀의 시체가 문제이긴 합니다. 처리할 방법이 없어 우선은 냉장고에 보관중인데, 점점 썩어가는 그 살덩어리를 볼 때마다 우울증이 되돌아오곤 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번 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늘 그랫듯 말이죠.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