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은 대규모 반일시위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 정부도 이 시위를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시위를 지원했다. 그러나 중국 역시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에 포함시키기 위한 동북공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 중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국인들은 대부분 고구려 역사에 대해 잘 모를 뿐 아니라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지난주 중국 베이징대학교와 인근에서 중국인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밝혀졌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 86%는 고구려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아울러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 중 일부는 고구려에 대해 들어봤다고 답했지만, 이들은 모두 고구려가 중국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회사원 왕웨이(28)는 “고구려라는 말조차 들어보지 못했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난 뒤에도 그는 “중국 정부가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면 고구려는 중국 역사일 것”이라며 “사실 중국 역사는 아주 복잡해서 어느 나라의 역사라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청년여행사에서 여행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천리(32, 여)는 “여행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어 중국 역사에 대해 일반 사람들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고구려에 대해서는 여태껏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구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한 명은 “당나라 시대에 한반도에 중국의 속국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나라 황제가 속국의 대표자를 왕으로 인정해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정도면 고구려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중국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도 고구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베이징대학교 역사학과 4학년 리창강(22)은 “고구려에 대해 몇 번 들어본 것이 전부”라며 “역사적 자료가 부족해 누구의 역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렇지만 광개토대왕비가 중국에 있으니 중국 역사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고구려 역사가 한국의 역사인지 중국의 역사인지를 정확하게 단정하지 않았지만 고구려 역사가 중국의 역사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베이징 대학교 역사학과 한씨아오야 교수는 “중국 영토 중 일부가 옛 고구려 땅이었다고 해도 이미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영토 문제는 거론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현재 옛 고구려 지역에 살고 있는 조선족이 고구려 후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들은 한국 문화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것일 뿐 엄연한 중국인이며 중국의 다양한 민족 중 하나”라고 답했다.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조선족인 베이징대학교 정법대학 연구원 이정복(26)씨는 “중국이 동북공정에 힘쓰고 있는 이유는 한국이 통일된 뒤 발생할 수 있는 영토 분쟁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중국 언론들은 당연히 중국 정부의 역사왜곡에 대해 보도하지 않고 중국인들은 중국 정부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기 때문에 중국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