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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주의]잠시만 제 얘기 들어주실래요?
게시물ID :
panic_1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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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계피가좋아
★
추천 :
2
조회수 :
3614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1/05/05 20:14:00
제 얘기를 들어주시려 다들 자리에 모이셨군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리 긴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저 잠시만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말솜씨가 없어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자칫 용두사미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두괄식으로 중요한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저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언젠가는 죽겠지요.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합니다. 아니, 제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것 같군요.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장수를 하고 싶어 합니다. 오죽하면 60세가 되면 환갑잔치를 열고 70세가 되면 칠순잔치를 열겠습니까. 물론 과학의 발달로 지금은 그러한 것이 기대수명보다도 낮은 연령이지만 어쨌든 무사히 오래 살았다는 의미로 잔치는 여전히 행해지고 있습니다. 네. 대부분의 사람은 오래 살고 싶어 하죠.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비단 저 뿐만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그리 오래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아니 그것보다는 죽고 싶어 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군요. 그리고 그러한 욕구를 실천한 사례를 우리는 많이 알고 있습니다. 굳이 찾아보려 하지 않아도 연예인의 자살소식을 간간히 접할 수 있죠. 저는 연예인이 아닙니다. 제가 죽는다고 해도 그리 큰 이슈가 되지 못 하겠죠. 처음에는 제가 죽어간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요. 세상에 어떤 누구라도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저는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았었습니다. 여러분은 죽을 준비를 해보셨나요? 대부분의 사람은 아닐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에게도 죽음은 처음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 왔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는 수차례 경고를 받아왔었거든요. 제가 그것을 무시해 왔을 뿐이죠. 제가 처음 받았던 죽음의 암시는 이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루는 정말 긴 꿈을 꿨습니다. 정말 깨고 싶은 길고도 긴 꿈이었죠. 어떻게 보면 그건 악몽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전 가위에 눌린 것도 아니었고 귀신을 본 것도 아니니까요. 그 꿈에서 저는 늙어가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어찌나 빨리 흐르던지 저는 금세 백발의 노인이 되어버리더군요. 저는 마치 악몽을 꾼 것과 같이 겁에 질려서 꿈에서 깨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무서웠습니다. 왠지 무서운 꿈이었습니다. 영원과도 같던 꿈에서 깨어난 것이 그때는 참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꿈에서 깬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의 학생의 일상은 판에 박힌 듯이 똑같죠.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만은 인정해야 될 겁니다. 저는 학교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고 떠들기도 하고 시험을 치기도 했습니다. 방과 후에는 PC방에 모여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기도 했죠. 집으로 돌아와선 메신저로 친구들과 또 대화를 하고 자주 가는 인터넷 싸이트를 방문을 했습니다. 다행인지 저는 학원에는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시간이 많았습니다. 어쩔 때는 혼자인 적도 많았습니다. 아마 친구들은 다 학원에 갔었던 모양입니다. 그 때는 죽을 지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시간을 보냈던 것이죠. 그 게임이 뭔지 그렇게 목숨을 걸었고, 집에서 컴퓨터를 못하면 죽는 줄 알고 그렇게 매일 했고. 진짜로 죽게 될 줄은 모르고 말이죠. 혹시 제 얘기를 듣는 여러분들도 저와 같은 삶을 살고 계신다면 한 번 쯤은 죽음을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뭘 벌써 죽을 걱정을 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런 생각한다고 해서 해가 되는 건 아니죠. 그런 얘기를 들어 본 적도 있습니다. 가짜 유서를 한 번 적어보라고. 그 유서를 읽고 나면 더욱 열심히 살게 될 거라고요. 진작 해 볼 것을 그랬습니다. 지금은 진짜 유서를 써야 할 시간이니까... 슬픔이 밀려옵니다. 아참, 제가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에 관해서 언급을 안했군요. 처음에 그것은 사뭇 충격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아마 꿈에서 막 깨어났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어떤 목소리가 절 깨우더군요. “아버지, 욕실로 가요. 제가 씻겨 드릴게요.” 비몽사몽으로 무슨 소리인가 했습니다. 중년의 남자가 저를 보고 뭐라고 하고 있는데 아직 꿈을 꾸는 건가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욕실은 정말로 가고 싶었어요. 그 때의 느낌을 회상하자면 사타구니부근에서부터 오는 질척한 불쾌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 중년의 남자의 도움으로 욕실로 간 저는 놀라서 쓰러 질 뻔 했습니다. 욕실의 거울에는 중년의 남자와 저의 할아버지뻘로 보이는 노인이 비쳤거든요. 넋을 잃고 있는 저를 그 남자는 정성스럽게 씻겨 주더군요. 그리고 저는 다시 침대에 와서 누웠습니다. 누워서는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하고. 저에게 어찌 된 영문인지 확답을 내려준 것은 살짝 덜 닫힌 문 사이로 들려온 대화내용이었습니다. “아버님 병환이 자꾸 나빠지시는데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에요?”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집에서 돌봐드리고 싶어. 그게 자식 된 도리잖아.” “아버님 병명을 몰라서 그래요? 알츠하이머잖아요. 치매라고요. 치매!” “당신 조용히 못해? 당신이 안 하면 내가 해. 아버지가 날 얼마나 아끼셨는데.” “아버님은 당신도 기억 못하시잖아요. 의사 말이 더 나빠질 거래요.” 출처 웃대 - 나참그걸웃기다고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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