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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나의 이력서..
게시물ID : gomin_15067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mFhY
추천 : 10
조회수 : 1101회
댓글수 : 95개
등록시간 : 2015/08/25 01: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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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
 
모아놓은 돈? 당연히 없다.
 
경력? 굵직하다고 생각이 드는 2년짜리 말고는 나머지는 죄다 1년 미만의 경력들이다..
 
스펙? 남들이 말하는 스펙이라면.. 나는 0점이다. 영어는 점수가 없고 컴퓨터는 다룰줄 알지만 자격증이 없다.
 
대학? 전문대.. 그것도 지방..
 
 
이렇게 보면 내 이력서는 되게 보잘것 없고 초라한거 나도안다.
 
집안이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고 다음일을 준비할 겨를도 없이...
 
당시 20대의 나는 무조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래서 2년짜리 경력 말고는 나머진 죄다 자잘하다.
 
그렇다고 경력에 통일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든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기회가 오는 만큼 무조건 일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막무가내 식으로 했던 취업들은.. 실패하게 되고...오래근무할 수 없는 여건이 만들어지곤 했다...
 
가장 짧은 근무가 8개월..
 
 
 
나이가 어릴땐 이력서를 넣으면 그래도 나는 갈 곳이 있었다...
 
불러주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 나이를 가르키는 숫자가 3이 되고..
 
여자라는 특수성때문에, 회사는 나를 뽑으려하지 않는다.
 
30살의 여자를 뽑을만큼 내가 그렇게 특수성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나게 잘하는 것도 없고 스펙도 그저 그렇기 때문이다.
 
 
문서화된 내 모습은 그렇다.
 
 
하지만 난, 잘 웃고, 상냥하고, 정 많고, 누구보다도 친절하게 내 일처럼 일할 수 있다.
컴퓨터를 활용하는 업무는 모르면 알때까지 배워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
꼼꼼하고 일할때만큼은 완벽주의자가 되어, 서류작업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되곤 했었다.
한번 배운 일은 까먹지 않고 빠르게 습득하여 업무활용도가 높았다.
 
 
이건 일하는 내 모습이다..
 
시켜주면 정말 잘할 자신 있는데..
 
이런것들 아무리 자기소개서에 적어놔도 눈길도 안준다..
 
 
그 들 눈에 보이는건 그저그런 스펙과 나이많은 여자.
 
 
왜 30이 많은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늦었다고. 나이 많다고.
 
 
 
우리나라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한 사람에게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는걸 너무 서슴치 않게 자행한다.
 
 
게다가 난 결혼까지 했기에 더욱더 취업시장에서 안팔리는 퇴물이 되었다..
 
 
 
결혼은, 동갑내기 남편과 작년 가을에 식을 올렸다.
 
오랜 연애끝에, 둘다 가진것은 없지만 서로 합쳐서 알뜰하게 살아보자며 선택한 길이었다.
 
연애당시 데이트로 쓰는 돈을 아끼고 차라리 저축하자며 선택한 길.
 
 
하지만 너무 없이 시작해서 문제인걸까.
 
시엄마의 끝없는 지적질과 참견..
 
 
그리고 내가 맘에 안들었다며 이혼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유는 내가 직장이 없기 때문에..
 
그저그런 스펙으로 ... 시엄마 말로는 끈기없이 일했기 때문에...........
 
 
사실, 핑계를 대자면, 시엄마에게도 책임은 있다.
 
내가 무슨일을 하면 사사건건 토를 달았다.
 
당시엔 며느리도 아니고 그저 자기 아들 여자친구였는데도,
 
내가 무슨일을 하고 있노라면 그건 그래서 그렇지않니? 그건 좀 그렇지않니? 라고 말했다.
 
자꾸 다른일을 알아보길 권했다.
 
 
내가 남의 돈을 훔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땀흘려서 열심히 벌고 있었는데
 
시엄마는 그런 내가 싫었나보다.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직종의 며느리가 아니어서 부끄러웠나보다...
 
 
나름 큰 회사에서 제빵일을 할때, 내가 부끄럽고 쪽팔리다고 했었다..
 
흔히 보이는 빠바나 뚜레같은 제빵사가 아니고 공장형 제빵사라며, 부끄럽다했다.
 
 
물론 나에게도 문제는 있다.
그만두란다고 그만둔것.
 
바보같이 네네 하고 살았던것.
 
 
그런 결과가 지금 이렇게 된것,,
 
 
시엄마가 나한테 그랬다.
 
니가 어딜가서 돈 백만원이나 벌수 있냐고.
 
 
그래서 벌어보이겠다고 지원하고 면접을 보러갔다.
 
꽤 괜찮은 조건이지만, 거리가 멀어서 주춤했다.
 
하지만 내 코가 석자이고
 
현재 남편은 다니던 회사 계약 종료로,, 실업수당을 받고 집에서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일을 구해야만했다.
 
 
 
한시간 반을 걸려서 도착했다.
 
 
그리고 기분나쁘고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이력서도 안보고 무조건 오라고 했던 모양이다.
 
 
내 이력서를 찬찬히 읽더니, 그 사람이 말했다.
 
"이 나이에, 이 스펙, 이 경력, 굉장히 초라한거 아시죠??"
 
 
..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뭐라 답을 해야할지.. 몰랐다..
 
그냥 천천히.. 네.. 라고 대답할뿐.
 
초라한건 맞긴 맞으니까....
 
 
그리고 그 사람은 니인생이 불쌍하니 내가 어디 충고좀 해줄까?? 라는 뉘앙스로
 
뭐라뭐라 인생에 대해 떠들었다.
 
나보고 간호대학 가기엔 늦었으니 차라리 간호조무사를 따라는 말과 함께.
 
"그거 따면 60까진 먹고 살아요"
 
 
비아냥거리는 말투..
 
 
하지만, 당시의 난 따지지도 못했고, 그저 네네.. 하고 나올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런 얘기를 듣자고 한시간 반을 걸려 온건가 싶으면서 눈물이 났다.
 
 
시엄마가 "니가 돈 백만원 벌수나있냐?" 라고 말했던게 다시 되뇌여졌다.
 
 
속상하고 또 속상했다.
 
내가 너무 초라했다.
 
 
세상 사람들 모두 반짝거리는데 나 혼자만 빛을 일어가는 기분이었다.
 
 
주변 친구들 모두 각자의 삶으로 각자의 길로 열심히 살아갈때,
 
나는 아직도 빙빙돌아 제자리였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남편 품에 기대어 울었다.
 
 
돈을 못버는 아내여서 미안했다...
 
시엄마가 원하는 커리어우먼이 아니어서 더더욱 미안했다...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고...
 
 
통장에 돈도 점점 떨어지고....
 
 
나 자신도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기운이 없어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밤이 되었다.
 
 
 
구직사이트를 둘러보면 내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지낼 수 는 없다.. 아파트 대출금도 갚아야하는데...
사실 알바 자리도 없다.....
 
 
시엄마가 한 말이 생각난다..
 
식당가서 설거지나 하라고.....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비하하는게 아니다.. 하지만 시엄마는 비하하는 목적으로 말한게 맞다....
 
마트 캐셔나 하라고 해서  마트 캐셔도 해봤다.
 
막상 내가 힘들게 일하는 걸 보더니 그만두라고 했다.
 
 
더 이상 말 잘듣는 며느리 하기 싫다.
 
내 인생 내가 알아서 살고 싶다..
 
 
그러나 남들이 말하는 나는 너무 늦은 걸까?
 
나는 늦었다고 생각해본적 없는데 왜 늦었다고 하는 걸까..
 
너무 괴롭고 외롭다...
 
 
 
내가 설 곳은 아무데도 없다...
 
내 나이 서른, 유부녀, 초라한 이력서...
 
나를 받아주는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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