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시끌시끌한 아나운서랑 야구선수일때문에 괜히 나까지 옛날일 생각나서 요 몇일 정말 구역질난다.
오직 사람이 좋아보이고 진실돼 보여서 혼자 마음깊이 처음부터 좋아하던 눈도 없는 스물한살짜리 나 넌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술취해서 찾아와 불행한 척 불쌍한 척 내 고백을 유도하고 또 좋은 후배로 오래두고 싶다느니 하면서 거절하고 민망하고 슬퍼서 바닥만 보고 우는 나한테 딱..정말 어떻게 그렇게까지 비슷할 수 있을까 싶은 일을 거쳤지. 그것도 너저분한 동아리실에서. 술이랑 담배에 쩔은 입이 내 얼굴 덮는데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설레고 멍청해서 그저 미움받기 싫고 혹시 이게 희망인가 해서 니가 건드리는 것까진 가만히 있었는데 처음보는 남자껀 정말 도무지 어떻게 못하겠어서 못하고 겨우 벗어났지 근데 난 정말 니가 내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줄 알고 오히려 미안해했어. 진심으로.
몇일 넌 연락없고 혼자 혼란스러워서 아무한테 말도 못꺼내고 있는데 당장 헤어질 것 같고 널 불쌍하게 만든다던 여자친구랑 좋아죽더라? 혼자 속앓이하다가 몇번 전화하니까 당장 차단하더라? 완전히 술주정에 놀아났다는 거 알고나니까 진짜 다 죽이고 싶고 다들 알 것 같고 그래도 너무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혹시나 내가 잘못 안 거 아닌가 하는 마음도 못버리고. 대체 뭘 잘못할 수가 있는지. 그래봤자 너도 겨우 스물다섯이었는데 진짜 쓰레기였어. 그날 입었던 옷이고 신발이고 다 소각시키고 인맥은 다 동아리뿐이었는데 오해받아가면서 탈퇴하고. 차마 못버티겠더라. 만나면 눈도 안피하던 뻔뻔해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