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지....이 앞차기 자세는 말이야....에...."
" 낑낑낑.........-_-;; "
자세 하나 가르쳐주고는 그에대한 쓸데없는 부연설명을 오래 해서 그 자세를
취하고 있느라고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훈련을 마치고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군대에서 샤워하는 것 또한 웃지못할 광경이다.
1소대부터해서 4소대까지 차례대로 샤워를 하는데 워낙 시간이 짧기 때문에
여간 동작이 빠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날은 거꾸로 우리 4소대부터 샤워를
했다. " 먼저 4소대부터 목욕시작 "
그럼 미리 옷을 벗고 내무반에서 대기하고 있던 40명의 훈련병들이 복도룰
우루루 쾅쾅 하고 뛰어 목욕탕으로 들어간다. 재빨리 바가지로 마구마구
물을 퍼붓고 온몸에 비누칠을 하면서 동시에 이빨을 닦는다.
비누칠하는데 너무 시간을 쓰면 안된다. 잘못하면 헹구지도 못한채 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정말 멀티태스킹이 따로 없었다.
한녀석이 비누칠을 헹구지도 못하고 하사가 목욕을 중지시켜 내무반으로
돌아온적이 있는데 그녀석은 그 다음부터 내무반에서 대기하면서 미리
온몸에 비누칠을 해두기도 했었다. 비누칠이 끝이나면 재빨리 헹군다.
정신없이 물을 퍼 붓는거다. 그러다가 하사가 " 그만....! " 하면 다시
내무반으로 돌아와서 타월로 닦으면 되는거다. 이런식으로 샤워를 하다보면
사제목욕탕의 뜨거운 욕탕에서 때를 좀 밀고 싶어 죽을지경이다.
" 으....젠장 첫휴가때는 나가자 마자 목욕부터 하고 캔맥주를 들이부어야지...."
하고 투덜대는데 갑자기 3소대하사가 그 멋있는 목소리로 " 4소대 모두 집합 "
하고 외친다. 모두들 막사앞 공터로 튀어 나갔더니 하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 이자식들.......샤워하면서 물을 죄다 퍼부어서 다른소대들은 샤워할 물도
없게 만들어? ./ 군에서 중요한 것은 협동정신과 전우애야...... 이렇게
이기적인 너희들이 전쟁이 나면 뭘 제대로 하겠어? 지금부터 선착순을 한다.
이 막사를 한바퀴 도는데 5명, 실시! "
말로만 듣던 선착순이었다.
40명이 갑자기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동기였던 그들이 이젠 모두 경쟁 상대인
것이다. 사실 나는 장거리는 못해도 단거리 달리기는 무척 자신이 있었다.
학교서도 매번 반 대표로 나갔었고, 운동회마다 손바닥에 '1등' 도장을 찍을수
있었을정도로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40명이 일제히 한방향으로 달리는 달리기에서
스피드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무조건 먼저 출발하는녀석이 이기는거다.
앞쪽에 수십명이 달리고 있어서 도저히 추월할수가 없었다. 결국 죽도록 막사를
한바퀴 돌아 중대앞에 도착했을때는 나는 8등 정도였다.
하사가 우릴 노려보면서 다시 외쳤다.
" 앞에 5명빼고 6번째 놈부터 선착순 5명 .......실시 "
' 후다다닥..-_-;;;;'
다시 뛰었다.
그때까지는 선착순이란 얼차려를 얕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겁이 더럭 났다.
'이...이거.....계속 순위안에 못들면 앞으로도 몇번을 더 뛰어야 한다는거 아냐?'
나는 단거리에 자신있는만큼 장거리에는 완죤 맥주병이었다. 학교에서도
장거리달리기에선 항상 꼴지 앞잡이었던 것이다. 아마 기초체력이 없어 지구력이
모자라 그런가 보다. 나는 이번에도 등수에 들지 못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죽을힘을
다해서 뛰었다. 몇백미터를 온힘을 다해 완주하려니 폐가 산소를 달라고 난리였다.
헉헉...헉헉........다 죽어가는 소리를 내면서 다시 도착했을때 난 3등이었다....
" 6번째놈부터 선착순 5명 다시....실시...!"
' 후다다다닥...'
' 으아...........이젠 살았구나 ^_^;;'
" 그리고 니네 5명은 대가리 꼴아박아! "
' 야갸갹? '
순위안에 들었다고 해서 쉬는게 아니었다.
옆을 보니 앞서 도착한 1등부터 5등까지도 그때까지 원산폭격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머리를 박고 손을 허리 뒤로 깍지를 꼈다. 이게 또 죽을맛이다.
수백미터를 뛰고 난뒤라 발라당 누워서 심호흡을 해도 살까말까인데 대가리박고
낑낑대려니 숨은 더더욱 차오르고 내쉬는 콧김에 땅에선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
눈도 뜨기 힘들었다. 8바퀴를 돈 마지막 5명이 완전 시체가 되어 도착하고 나서야
우리도 일어 날수있었다. 목이 얼얼해서 기부스한것처럼 움직일수가 없다.
하사는 다시한번 얼어죽을 전우애에 대한 설교를 한바탕 한 뒤 들어갔다.
딴건 몰라도 앞으로 선착순만큼은 확실히 해야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얼차려의 종류와 그 요령에 대해서 심층분석(?)을 해보도록 하자. 얼차려란 말 그대로 얼(정신) 을 차리란 뜻이다. 즉, 얼차려! 란 말은 정신차려! 란 말인것이다. 얼차레, 얼차례, 얼차래등등으로 알고있는 군인들은 얼차려를 받다 분명 머리를 다친 적이 있을것이다. -_-;
물론 내가 알고있는 얼차려는 어느정도 한정돼 있고 또 지금의 논산에서는 구타근절, 얼차려나 가혹행위 근절운동으로 인해 옛날얘기가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알아둬서 손해는 보는건 없으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