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계란 한 판 채운 직장인 여자입니다.
썸은 두 번 타 봤고, 진지한 연애 자체는 무경험자...
결혼해서 애 낳고 남편이랑 오손도손 사는 것이 어릴 적부터 꿈이었는데,
어렵네요.
직장이 사수 한 분이랑 상사 두 분 빼고 싹 다 남자만 있는, 좀 상당히 마초적인 분위기이고
연봉은 세전 7천 정도 되는 대신에 업무 요구도나 업무 시간 등은 난이도가 있습니다.
유일하게 의지했던 여자 사수는 결국 적응 못하고 사표 내셨고, 여자 상사 중 한 분은 결국 싱글이시고요.
윗분들(남자)은 하나같이 여자는 시집 가면 사회 생활 못한다, 여자는 결혼 안 하는 게 성공한 인생이다 이러면서
시집 가지 말고 여기서 니 인생을 불태워 헌신하라고 하고요.
거기다가 애는 아내가 키우니까 몇 살인지 다니는 학교 이름이 뭔지도 모른다는 술자리 농담 하시고요...
같이 일하는 동료(남자)는 1-2년 전부터 얼른 시집 가라, 선 봐라, 여자는 나이 먹으면 안 팔린다,
나름 걱정해주는구나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서
"너 지내는 거 보니까 초혼으로는 결혼 못하겠다. 30대 중반 넘어가면 포기해라." 하네요.
혼자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사회 생활 하고,
모은 돈도 어느 정도 있으니 미래의 남편한테 집 사와라 어째라 할 생각도 없고,
남편이 사회생활 힘들다 하면 집에서 주부 하라고 하고 제가 벌어 먹여살릴 생각도 있는데
주변 사람들은 사회생활하고 거기다 나이 든 여자는 결혼 못한다고 합니다.
좋은 남자는 어린 여자한테 장가가니까, 너한테는 그런 남자 안 올 거고
너한테 관심보이는 남자는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거나 재혼일 거다 뭐 이런 얘기 합니다.
저는 정말 '믿을만한 됨됨이'랑 '비흡연자', '비기독교' 딱 세 가지면 되는데,
워낙에 가부장적인 집에서 커서, 제사 지내는 것도 거부감 없고 어르신들 모시는 것도 괜찮고
(시부모 모셔야 한다면 모시고 살 생각도 있구요. 직장과 병행하는 게 좀 어렵긴 하겠지만...)
돈은 제가 벌면 되고, 제 취향 외모를 듣고 친구들이 너 참 얼굴 보는 눈 없다고 하는 걸 봐선 외모 보는 것도 까다롭진 않은 거 같은데...
니가 주제 파악을 못하고 눈이 높아서 시집을 못 가고 있는 거라고 합니다.
2년을 직장에서 계속 저런 얘기 듣고 살다보니
제가 결혼하기에 조건 미달인 여자인 건지,
어느 부분을 눈을 낮춰야 하는 건지,
그냥 결혼 포기하고 살다가 나중에 재혼 자리 알아봐야 하는 건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학까지 보내서 좋은 직장 보냈으니 이제 좋은 혼처만 주십사 하고 절에 갈 때마다 기도하시는 어머니 보기에 괴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