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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위대한 승리
게시물ID : humorbest_1507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법천지
추천 : 150
조회수 : 2574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6/11/28 11:06:29
원본글 작성시간 : 2006/11/28 05:14:47
 김대중 전대통령을 보면 늘 안타깝게 드는 연상 장면이 바로 '파블로프의 개'이다. 하필이면 개가 떠올라 죄송하지만, 사실이 그러하니 생각이 드니 어쩔 수가 없다. 그 분 개인적으로는 독재에 저항한 세계적인 상징이긴 하지만, 그 역시 독재자가 만든 환경에 길들여진 점도 없잖아 보여 늘 그렇게 여기게 된다. 목숨 걸까지 걸며 저항하기는 했지만, 늘 당하는 입장에만 있다 보니 길들여 질대로 길들어져 그 분의 철학은 생존우선적, 현실선택적으로 바뀌며 이렇게 말했다.

"차선(次善)도 힘들다. 차악(次惡)만 되어도 괜찮다"

제일 대표적이었던 예로 기억하는 두 가지 경우가 한때 자기를 죽이려던 김종필과 합쳐서 정권교체에 성공한 아이러니과 함께 조선일보에 대한 용서(?)라는 점이다.

87년 대선때였나? 어딜 가던 그 유수한 입담으로 토론 자리를 휘어잡았건만 조선일보, KBS같은 관영언론은 늘 그 토론중에서 특정 장면만 왜곡 편집해서 뿔만 안달린 도깨비 정도로 묘사를 했다. 그 덕에 국민들은 그를 과격분자로 인식했고, 선거도 떨어졌다. 그 때 김대중은 "언론때문에 피눈물이 쏟아진다"라며 한맺힌 통곡했다. 하지만,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 그렇게 길들어져 갈수록 언론은 자기들 얘기가 틀리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하며, 더욱 더 그를 위험인물로 묘사해 갔다.

그렇게 세월흘러 97년 대선에서 당선되던 날 아직도 기억한다. 조선일보는 자기들이 만들어낸 그 과격분자라는 이미지에 자기들 스스로가 겁을 먹은 나머지 창피한 줄도 모르고 80년대 전두환 용비어천가를 썼던 글 그대로 1면을 이렇게 뽑았다.

"고난을 딛고 당선된 인동초"

인동초라는 풀이 있는 줄 그때서야 처음 알았다.

YS가 자기집으로 당선인사를 올 정도로 대통령을 하대하던 방씨 집안이 그 날만큼 뜨끔했었던 적이 있었을까? 보복이 두려웠던 조선일보는 국민의 정부 초기에 늘 기사가 "전하~ 죽여주소서~"하는 식으로 찍소리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그 당시 DJ는 자기를 죽이려했던 조선일보에 우월한 입장에 있었음에도 이미 길들여져 있었다. 그래서 창사기념일에 참석한다던지 아니면 영상 메세지도 보내고, 남북정상회담때 북한이 조선일보 기자를 입북 거부하니깐 보증까지 서주기까지 했다(그걸 또 자랑이라고 기사로 쓴 조선일보 기사는 "엄마! 쟤 때찌해줘요"랑 똑같았음은 물론이고). 군대 때 갈구던 나이 어린 고참을 제대 후에 만났을 때에도 반말하기가 힘든 경험이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렇게 나오다 보니, 봉태규 나왔던 무슨 영화에 나온 대사처럼 조선일보도 분위기 파악을 해버렸다.

"뭐야? 이거 좆밥이잖아?"

그리고 본색을 드러낸다. 서서히 국민의 정부에서 나온 정책이라는 정책은 몽땅 딴지 걸기 시작했고,  반정부 전선에 나선 레지스탕스인 것처럼 TV광고를 통해 이렇게 말하기 시작한다.

"할 말은 하는 신문, 조선일보"

집권 말기에 시민단체 등쌀에 못이겨 세무조사를 하기는 했지만, 이미 힘은 빠진 상태였다.

개별적인 사실은 좀 다르지만, 이 흐름은 5년 주기로 노무현 대통령 정부와도 똑같이 반복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되는데 '(밤의) 1등 공신'은 뭐니뭐니해도 조선일보라고 볼 수 있겠다. 예전 노무현 대통령이 대변인 시절, 조선일보의 왜곡에 격분해서 정치인 최초로 언론사를 고소해서 승소했다. 이기긴 했는데, 겨우 국회의원 나부랭이가 집권 언론에 계란던지는 꼬라지가 우스워서 주간 조선을 통해 다시 복수에 나선다.

"인권 변호사라는 노무현, 알고보니 호화 요트 가진 알부자"

이 뻔뻔한 거짓말 앞에 그는 다음 선거에서 낙선했다. 당선된 경쟁자는 조선일보 기자에게 고맙다고 하기까지 했고, 노무현 역시 또 소송을 걸어 승리하고, 그 기자가 사과까지 했지만, 그러면 뭘하나, 게임 다 끝나버렸는데....(혹시 모르는 사람 있을까봐 미리 말하겠다. 요트라고 하면 부자들이 타는 그 요트를 쉽게 떠올리겠지만, 해변가에 흔히 보는 보드위에 돛 하나 달고 바람따라 물위를 왔다갔다하는 레져운동을 말한다. 노무현은 광안리에서 그렇게 요트타며 해변가에서 라면 끓여먹던 걸 좋아라했다고 '카더라'. 조선은 100만원도 안하는 요트를 수억에서 수입억하는 요트로 고의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새옹지마. 그렇게 내성을 키운 노무현은 결국 조선일보 동아일보 두들겨 패는 멘트날리는 힘을 키워 대통령이 되어 버린다. 선거 당일 날 새벽 조선일보는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라는 희대의 엽기적 사설로 언론사로서의 최소한의 체면도 내다 버린 채 반대를 했건만, 또 실패해버렸다.

집권은 했지만, 이미 노무현이 언론사 상대로 할 수 있는 꼼수는 없었다. 오로지 정공법만 택하였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방법이 옳은 길일런지는 몰라도, 정권은 처참해졌다.

내성은 노무현만 키운 게 아니라, 조선일보도 같이 키웠다. 이미 한번 겪어봤던 적이 있는지라 처음부터 겁먹지도 않았고, '니가 할 수 있는 수는 뻔하다'라며 꿋꿋이 발목을 잡아왔다. 그 초지일관한 자세는 다른 언론사 보다 인정해줄만했다. 특히, 신경무의 조선만평은 다른 그 어떤 논설위원보다 높은 내공을 자랑한다고 여긴다.

정부가 아무리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걸고, 반박 보도를 한다고 해도, 콕 찝어 말하기 힘들게 날리는 쨉은 가랑비에 속옷 적듯 위력을 발휘했다. 그 덕에 지금 모두가 실패했다고 하는 부동산 정책도 예전처럼 정부가 투기꾼과 결합해서 서민들 못살게 굴던 그 의도가 아니라면 최소한, 결과에 상관없이 최소한 인간적으로 시도는 해본 것에 대해 나름대로 인정받을 공간은 있을 법도 한데, 투기꾼이나 서민들이나 모두가 '노무현 탓'으로 되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투기꾼 준동을 막는데에는 서민들보다 강력한 방패막이도 없는데, 정작 서민들이 투기꾼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아이러니가 별 거부감없이 인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종부세를 통해 8.31 대책의 위력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도 노무현의 지지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모두가 노무현을 쪽팔려 하니 선뜻 지지해주기도 대세가 이제 민망해질대로 민망하기 그지없다. 여당마저 등돌리는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인 듯하고, 거꾸로 보면 '민주주의 확실하게 정착됐구만' 싶기도 하다.

YS는 하나회를 잡는 보복을 했지만, 언론은 온갖 반칙을 써도 보복할 방법이 없다.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만 내성을 키우는 게 아니다. 최종 선택자인 국민들은 그 사이 내공을 키운다. 신문광고 절반이나 잡아먹는 부동산 광고도 모자라, 찌라시까지 끼워 광고질하며 '부동산 값 못잡는 정부'를 질타하는 언론에 대해, 당장은 자전거 공짜로 얻는 재미로 봐주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그 방법이 얼마나 통할런지 국민들이 판단해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조선의 승리에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 원래는 '김대중 노무현의 철학에 동의하지않는다'라는 글을 적으려고 했는데, 적다 보니 샛길로 많이 나간 게 아까워서리, 아예 제목도 고치고,, ㅎㅎㅎ 고마마 차후로 미루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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