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민주노동당이 이북 3대 세습에 관해 별다른 쓴소리를 하지 않아서 경향신문이 이것을 비판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째서 독재를 지지하냐고. 민주노동당은 남북관계를 해쳐서 좋을 게 뭐가 있냐고 답했다. 대략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일심회 사건 오늘날 진보신당 측이 '종북'이라는 말을 쓴 뒤로 이 낱말은 반북감정에 지금도 아주 잘 써먹히고 있습니다. 저는 그 동안 혼란을 느꼈습니다. 가령, 사이비역사문제에 앞장서온 초록불의 블로그만 해도(사이비역사 반박에 관해서는 아주 뛰어납니다.)
http://orumi.egloos.com/4656226같은 게시물을 올려서 반북감정을 드러냅니다. 저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분명 김성주('김일성'은 가명입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운동가였고 이북이라는 기괴한 국가의 탄생에는 외세의 폭력적인 지배와 친일·친미적인 지배층의 반민족·반민중 행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남북한은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해야 하며 남북한은 기본적으로 같은 민족이고 통일을 하는 대등한주체(이 낱말 쓴다고 주체사상에 물들었다 이런 헛소리는 안 하겠죠?)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대화하고 이북을 이해하자고 하니 주변에서 자꾸 종북이다, 북한의 독재정권을 용인한다는 좋지 못한 소리만 듣고 김정일 개새끼니 죽여버려야겠다느니 하는 말을 들으면 맞는 말 같은데 무언가 불안합니다. 거기다 북한 민주화를 얘기하는 말을 들으면 맞는 말인데도 무언가 공허한 느낌이 듭니다. 뭐랄까요? 민주화를 얘기하는 데 본지는 그게 아니라는 느낌. 이런 걸 접하면서 저도 차츰 닮아가는 데 이게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거기다 종북타령하는 사람들이 이북 지배층과의 교류,협력,대화,소통을 무시하고 이북의 동포를 대등한 통일의 주체가 아니라 잡아먹어야 할 대상으로 북한을 언젠가 한국이 지배할 미래의 점령지로 여기는(그러면서 한편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위험한 주적으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북한이 강하다면 '언젠가 지배할 미래의 식민지'라는 구상은 망상이고, 북한이 약하다면 '위험한 주적'이라는 게 의문시되지만 이 이중사고는 의외로 단단합니다.) 게 아닐까 싶어서 더욱 알쏭달쏭합니다. 그러던 중 방금 전(오후 11시 16분 전)에 KBS2 뉴스를 봤는데요. 김정은을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고 3대세습을 비판해온 미국이 오늘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라고 공언을 했습니다. 뉴스 앵커는 이것을 가지고 미국이 사실상 북한의 3대세습을 인정했다고 설명합니다. 저는 놀랐습니다. 아니 그럼 그 동안 이른바 진보세력 사이에서 종북이냐 아니냐 하는 말다툼은 그럼 뭔데? 종북타령하는 것들은 그럼 뭐 하는 거지? 혼란스럽습니다. 남북관계를 생각하고 거기에 따른 말을 하려니 종북이니, 김씨왕조 옹호자니 쓴소리만 듣고, 그렇다고 김씨왕조 비판 좀 할려니 세상에 미국은 3대세습을 인정했답니다. 이거 어찌해야 할까요? 북한에 대해 저의 소신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이제는 어떻게 봐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