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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아재의 삶"을 읽고... (여자버전)
게시물ID : freeboard_19387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활활폈구만
추천 : 2
조회수 : 47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11/17 17: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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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눈팅만 하다 글 쓰고 싶어 회원가입 했어요.
댓글 달려다 너무 내용이 길어져서...

저도 흙수저입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요. 저도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자라났습니다. 혁대, 변기솔, 호스, 압력밥솥 등으로요. 저희 엄마는 아버지에게 각목으로 맞으신 허리가 아직도 아프시다 하십니다.

월세3만원짜리 단칸방에 살았습니다. 푸세식화장실에 목욕탕도 없는 수돗가가 있고, 부엌조차 없는 곳이었어요. 비 올 때는 비가 새고, 동네사람들은 전에 살던 사람이 목을 맨 곳이네. 아니네 칼맞아 죽은 곳이네 떠든 집이었습니다.

동네가 기찻길이 있는 후진 동네라 아이들도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었어요. 아빠가 감옥에 드나들고, 저처럼 가정폭력을 당하거나(새엄마에게 세탁기로 가둬지거나 다리미로 지지거나 소주병을 던지거나 하는 폭력이요), 엄마가 도망갔거나, 누나가 퇴폐업소 종업원이거나, 심심하면 본드나 부탄가스 흡입하기가 취미인 친구들이었죠.

저는 이 동네를 탈출하고자 열심히 공부를 하였고, 워낙 시골인 탓에 그 동네 1등을 해도 겨우 지방에서 알아주는 국립대밖에 가지 못했습니다. (그 동네에서 국립대 간 동네친구는 저밖에 없을 거에요)

이런 가정환경에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어 교우관계도 원활하지 못하고, 직장생활도 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을 하고자 하였으나, 그조차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돈을 모아서 같은 대학 동기와 결혼을 했어요. 저희 집 보고 도망가는 남자도 있었는데, 저희 남편은 크게 개의치 않아 했어요.

결혼할 때에도 그동안 모은 돈 한푼 안주고 결혼한다는 모진 소리를 들어야 했어요. 결혼한 그 때부터 중산층의 평범한 삶을 알게 되었어요.

자식을 위해 헌신하시는 부모님과 화목한 가정... 처음에는 행복하기보다는 우울감이 더 심해졌어요. 가정환경이 너무 다르니까요. 애키우면서도 나는 이런 나이에 이런 일을 겪었었는데...라고 내 어린시절이 떠올라서 더욱 힘들더라구요.

가정적인 남편 사랑받고 아이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예전의 저와 비교하면 너무 행복한 거지만, 가끔씩 우울해져요. 10대때는 자살까지 생각한 저였기에 결혼하고 애까지 낳고 사는 지금도 실감이 안 나고요. 오히려 행복이 뭔지 평번한 삶이 뭔지 알았기 때문에 그 시절의 내가 너무 불쌍해집니다. 까르르 웃고 지나가는 여중생 여고생만 봐도 나도 저렇게 살았어야 했는데...하고 가슴이 미어집니다. 별것도 아닌 일로 우울할 때면 저혼자만의 10대에 만든 동굴로 들어가게 됩니다.

10대의 가정환경이 어떤가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마냥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퍼져요. 아이가 남편과 행복하게 노는 모습을 보면, 나는 저런 기억이 없는데 보통은 저렇게 사는거구나 하고 느낍니다. 행복하면서도 씁쓸하죠.

그리고 중산층에서의 삶을 살아보니, 흙수저들은 절대 쫓아올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사주신 신식 아파트 시세가 제가 아이낳기 전까지 번 돈보다 더 올랐습니다. 흙수저들이 이만큼 쫓아오면 부동산으로 더 벌립니다. 돈을 벌어서 좋지만 좀 씁쓸합니다.

저는 교우관계가 나빠서 친구가 없지만 남편의 절친한 친구들이 4명 있었습니다. 2명은 흙수저고, 나머지 2명은 남편과 같은 중산층입니다. 한명은 남편친구빼고 가족 모두가 자살이고, 한 명은 아버지의 병환으로 병원비로 빚지는 인생을 시작해, 만나는 친구마다 돈을 꾸러 다녀서 왜 그렇게 사냐고, 기피대상 1호가 되었습니다.

흙수저가 아닌 친구들 중 1명은 해외어학연수도 다녀오고 남편처럼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10년동안 교사임용근무를 집에서 도와주고, 세종시 특별분양마저도 집에서 도와주어 앉은자리에서 2억+로 벌었습니다. 욜로족으로 수입차를 뽑고 자기 월급정도는 용돈 수준으로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둘 다 부동산으로 앉은 자리에서 돈 벌었네요.

세상은 절실히 불공평하다고 느낍니다. 흙수저가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저희 언니는 아빠의 사업자금 3000만원, 엄마의 집 비용으로 3000만원 20대에 12시간씩 주2교대로 번 돈 전부를 날리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저는 (싸가지없이) 일찍이 경제적으로 연을 끊었지만요. 흙수저의 삶은 이렇습니다. 흙수저가 살기 정말 힘든 세상이에요. 중산층으로 살아보니 더욱 더 절실히 알겠습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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