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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우...우…으으…”
새벽2시. 또 시작됐다.
“우우우…우울…”
우울? 도대체 저게 무슨 소리인가. 저 빌어먹을 노인네는 밤새도록 저런 소리를 낼 생각인가보다. 저녁먹고 조금은 잠잠해졌나 싶었다. 역시나 헛된 기대인가? 그 많고많은 6인 병실에서 왜 하필이면 저딴 인간 바로 옆자리에 걸린 거지? 온갖 장치들을 옆에 줄줄이 달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거의 반은 송장 같은데 그냥 하루라도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우우우울..”
아니 그래도 노인네가 옆에서 저런 소리를 내고 있으면 간병인이라는 인간은 옆에서 도와줘야 하는거 아닌가? 옆에서 코를 골면서 자고있는 꼬라지가 저 인간도 마찬가지로 죽여버리고싶다. 저런 꼬라지를 환자 가족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울!!!”
해도 너무한다. 더 이상 참을 수는 없다.
“아들 그냥 다시 누워”
보조 침대에 누워있던 엄마가 말했다.
“아니 엄마. 진짜 저 할배 죽여버리고싶어”
“아들, 참아. 괜히 화내면 회복안돼”
“아니 저 할배 소리 듣다간 내가 먼저 죽겠어”
“진정해. 괜찮아. 조금만 참자.”
“하… 진짜…” 나는 다시 누웠다. 내일 아침이 되면 간병인과 보호자에게 한 소리 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새벽3시.
“우우우울…”
새벽5시.
“울울…울…”
아침7시.
“우우우울….”
아침7시 반.
“아버지 괜찮으세요?” 드디어 옆자리 할배의 보호자가 왔나보다. 아들로 보인다. 다 죽어가는 할배랑 간병인 말고 저 아저씨한테 한소리 해야겠다.
“우우우울….울…울…울…울..”
“울이요? 잠깐만 아버지 뭐라구요?”
“울”
“울? 아버지 잠시만요.”
그는 소매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메모장에 터치펜으로 무언가 적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화면을 할배에게 보여준다.
“으!으!으!”
할배가 혼신의 힘을 다 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팔이고 다리고 입이고 온갖 장치가 이어져있기에 크게 움직이지는 못했다.
“잠시만요 아버지.”
아저씨는 냉장고로 가서 물을 꺼내왔다. 그리고 빨대를 꽂은 뒤 할아버지 입에 조심스럽게 꽂아주었다. 밤새 할아버지는 그저 목이 말랐던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