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말 없이 약 사들고 달려와주고, 울 때에 달래주고 껴안아주며 남들이 뭐라든 어느 상황에서도 내 편이 되어줄 나만의 친구. 그런 친구가...저에게는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그냥 시키기에 사심없이 아이들 심부름을 하면 나쁜 역을 도맡아가면서 까지 화를 내며 뺏고 누구든지 괴롭히면 언제든 혼내주고... 그 때 당시 전 손보기도 힘든 타입이었어요. 전혀 관리하지 않은 겉모습이 꽝이였죠. 돌볼 줄도 몰랐고... 제 친구는 학교에서 소위 말하는 일진 같은 녀석이었습니다. 학교 빼먹기 일쑤고, 툭하면 반항심과 거침없는 돌발행동. 그 와중에도 이따금 눈물을 흘려서 아이들이 '싸이코' 라고 불르기도 했죠. 매점에서 빵 사먹고 있으면 여지없이 다가와서 " 나 한입만 - " ' 배가 고픈가보다. ' 항상 군 말 없이 먹을 것을 주곤 했는데 전 가끔 보이는 그 애의 눈물이 참 궁금했었죠. 아이들은 또 운다며 놀렸지만. 전...저는, 뭔가...이유가 있을 것 같다. ..........교복을 입는 일이라고는 정말 드물고. 머리는 남자 컷트에 늘 활발하기만 한 그 애가 왜 눈물을 흘리는지는 후에 알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이 지나고 2학년. 다시 같은 반. 늘 친하게 지내던 단짝과 따로 떨어져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며 뒷 좌석에 앉아있던 그 애는. " 어? 같은 반이네. 니가 이름이 뭐였더라 - " " ...정민이. " " 응. 정민아 친하게 지내자. ^ ^ " 웃으면서 저에게 말했고. 저희는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고작, 성적에 대한 질투로 그걸 문제삼아 단짝친구가 이별을 고했고. 식구 5명과 아버지 없이, 가족중에 돌봐주는 이 없이...방 두 개 딸린 지하에 살던 그 애는. 자신을 알아봐주던 친구조차 멀어짐에 점점 더 비뚤게 나아갔죠. " 그래서 울었어...? " " 어. 그래서 자주 울었어. 몰랐지? " 웃으면서도 항상 울고 있었어요. 전 느낄 수 있었거든요. 마음속으로 스스로와 약속을 했습니다. 세상에서 변치 않는 그런 우정을 가꿔나가자고, 나만은 이 애를 이 상처를 가슴에 품고 같이 살아가리라. 하루는 그 애가 손목에 커다란 대일밴드를 붙이고 2교시 쯤에서야 학교에 나타난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신경쓰여서. 손이 왜 그러냐며 다그치는 저에게 손을 뿌리치더니 빼며 화를 내길래. " 아파서 그래? 어디, 보여줘봐. " 사정없이 칼로 난자한 흔적. 얼마나 헤집었는지 알 수도 없게 손목 깊이 패인 그 상처들이 절 울게 만들었습니다. " 그러지마...그러지마. 이런 건 나쁜거잖아... " 그 때. 평생 울 눈물을 다 흘려본듯 알지 얼마안된 친구를 위해 목 놓아 울었습니다. 후에도 알게 된 그 이야기들은 어찌나 아프던지요.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어머니는 정신이 이상해지셔서 집에는 인주를 손에 찍어 가득한 핏빛 십자가가 그득그득. 소름이 끼쳤죠. 혹여, 냉장고를 열어보면 말라서 곰팡이 붙은 밥과 김치가 전부. 물은 수도물을 마셔요. 땅이 있었는데 사기 당해서 집에 빚은 산더미이고... 뻑 하면 수도, 전기. 한 겨울에 전기가 끊겨서 양말과 겉옷을 모두 입고 절 맞이 하던 그 애가. 제가 김치 부침개 좋아한다고 앉아보라며 저에게 만들어 건네주던 그 애가. 저는 나중에 바라만 봐도 눈물이 되었어요. 웃고 있어도 슬퍼졌어요. 제 인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소중한 친구였어요. 저만은 지켜주겠노라...반드시 지켜주겠노라 맹세를 했습니다. " 나는...천사를 만난것 같다. " " 으이그. 병신..넌 미친게 확실해. 그딴 소리 어떻게 한다니?;; 울지나 마. " 지난 6년간 저희는 둘도 없는 뗄 수 없는 소중한 친구였고. 타인들이 부르는 친구라는 의미보다 좀 더. 뗄레야 뗄 수 없는. 서로에게 공기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리고...작년. 저에게 큰 일이 있었고. 가뜩이나 평소에 스트레스 많고 아픈 그 애를 지키기 위해 전 다른 애들보고 그 애 좀 돌봐달라 부탁을 하고 혼자서 방황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고. 오히려 그 일로 저희 사이에 골이 생겨버렸지요. 나중에 화해를 했지만. " 제기랄. 멍청하게. 차라리 내가 화를 내더라도 스트레스 받더라도 말하지 그랬냐? 너 이러는게 더 꼴보기 싫었어 알아? " " 미안해... " " ...........미안하단 소리 좀 하지마 " 제가 우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던 친구였습니다. 그런 제 친구가 저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 앞으로 너처럼 좋은 친구 다신 못 만날거야. 진심이다...너 안 변했어. 근데, 난 못 견디겠다. " " 그런말이 뭐야...못 견디겠다는게 뭐야. 나 걱정한다면 옆에 있어줘. 응?... ... " 흐느끼는 소리가 전화기 속으로 들려오더군요. 울지 말라고 그러는 저에게 간신히 참아가며 말을 이어가던 친구가. " 난 너보다 잘해주지 못했어. 짐이 된다는거 알아. 그런데...보는 내가 아프다. 나 없어도 행복해라. 후에 조금 괜찮아지면 다시 만나자. 지금 말하는 거지만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들 보다도 네가 좋았어. 넌 나 없어도 잘 살거야 나 믿어. " 나...너 없으면 못 사는데. 나도 아픈데. 그냥...죽어야겠다. 바보 같은 소리하지마. 너희 어머니 생각해. 엄마도 그렇지만 너도 소중해. 그러니까 가지마. 또, 한참 우는 소리가 나더니. " 그냥...지금만 좀 떨어져 지내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 좀 괜찮아지거든 그 때 보자. 행복해 져라. " " 너나 행복해져 미친놈아. 답 없는 이야기 좀 하지마. 난...야.. 나는. " " .........울기만 해봐. 죽을 줄 알아. " 어제. 술을 어머니와 같이 마셨습니다. 생각나서 길 거리 걷는 내내 눈물이 났어요. 이틀 걸러 매일 볼 정도로 절친하던 친구가 잠시든 얼마든 떠난다는데 마음이 전부 무너져 내려서 눈물을 삼키며 걸었어요. 저보다...그 애가 저 없이 아플까봐 걱정이 돼서 눈물이 났습니다. 하지만 먼저 우는 건 반칙 같아서 이 악물고 참았죠. 다음에 마지막으로 봅니다. 그래도, 언제가 되었든 다시 만날거래요.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것 같아 가슴이 금새라도 깨질듯이 아프지만. 꼭..다시 만날겁니다. 저에게는...목숨보다 소중한 친구가 있습니다. 지금에도 미래에도 있을 것입니다. 바보 같다며 툭툭 때리며 웃는 한 친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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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VER / Stratovar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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