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랜동안 백수(몸도 안 좋고 이래저래)에 본투비 집순이에요. 친구 사귀는 게 힘들진 않았는데 학교 다닐 때 살던 곳에서 먼 지방으로 이사 오고 7-8년 되었는데 직장도 없고 여기 아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백수니깐 친구들 있는 곳 가기도 그렇고 연락도 거의 안 해요. 그래도 사무치도록 외롭진 않았는데 이유는 엄마 아빠 때문이죠. 친구들 만나는 것보다 집에 드러누워서 엄마랑 이야기 나누는 거 아빠랑 티격태격 싸우는 거 아빠랑 영화도 보러가고 엄마랑 놀고... 가끔 또래와 이야기 나누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거의 그렇게 행동으로 옮기진 않아요. 그런데 엊그제인가 저랑 엄마랑 있는데 가게 점원이 할머니 잘 모시고 가세요라고 하길래 그게 엄청 쇼크인 거예요. 제 눈엔 아직도 엄마는 여전한데... 제겐 제일 예쁜 엄만데 저 할머니 소리를 듣고 난 후로 엄말 보면 흰머리도 보이고... 피터팬 콤플렉스라고 해야 하나...? 부모 밑을 절대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그런 심리...?
사실 어렸을 때부터 제일 무서운 게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는 거였어요.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신다거나 그런 생각은 아니고 나이가 들어 저절로 생이 마감하는 그런 죽음. 자연스러운 건데 그것만 생각하면/나면 오한 나고 토할 것 같고. 갑자기 학교에서 운 적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부모가 죽는 장면이나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들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너무 아파서 펑펑 울고 엄마 손 붙잡아야 그나마 속이 안정되어 잠 들고. 어학연수 가서도 수업시간에 빅피시를 틀어줬는데 저 그거 보다가 너무 울어서 쓰러질 뻔 했어요. 아버지가 죽는 장면이랑...
... 비정상 같긴 한데 사회에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니깐 꼭 고쳐야 할 심리인가... 하지만 이걸로 정신/정서적 독립은 완전 불가능한 거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