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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된 고딩때 이야기
게시물ID : soda_15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클로이얌
추천 : 23
조회수 : 3742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5/09/23 14:34:22
 
고2 여름 유난히도 더웠던 그날
하교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 골목
안동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경북 안동 중앙고(밝혀도 되겟죠 내 모굔데)
큰 도로 나오기전까지 굉장히 복잡하고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부릉부릉 가던중 뒤에서 차가 클락션을 울립니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크기도 크지만 비싸기도 비싼 고급 세단 한대가 나오라고 합니다
일단 무서워서 옆으로 바싹 붙였지만 워낙 좁은 골목에 그렇게 큰차가 왜 다니는지 의문을 품고 있을때
왼쪽에 있는 전신주를 피해 가려다 절 벽에 넣어버리려고 한건지
꾹 밀어버리더군요
그냥 꾹 눌리면 안아플줄 알았지만 손이 굉장히 이상한 모양으로 접질린 상태로 그 차는 빠져나갓고
차가 나가자마자 주저 앉아버렸습니다
근데 왠걸 어라? 그냥 가네?
덩치 산만한 놈의 고함소리를 못들었을리도 없고
뭐여 왜 그냥가지?
일단 자전거 타고 따라가려 했으나 자전거 바퀴가 깔렸는데 이상하게 휘어버려서 불가능
그래서 뛰어가서 막 문을 두드렸더니 내리자마자 제쪽으로 오더니 멱살을 잡고 막 쌍욕시전
그 당시엔 그냥 겁나 공황상태였던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뭐지뭐지 하고 있는데
막 사람들 몰리기 시작하니까 5만원 쥐어주고 가네?
이건 또 뭐지
그 찰나의 순간의 나의 명석한 두뇌로 기지를 발휘해 차 번호와 차종을 찍고
그대로 집에 가서 부모님한테 얘기를 했더니 아빠의 분노에 몹시 쫄쫄 하면서 경찰서를 갔습니다
 
여기서 잠깐 아빠 자랑을 하자면 평상시엔 온화한 키 165의 인자한 약사이지만
깡다구로 치자면 안동 최고를 자부하던 우리 아빠입니다
어릴때 포차에서 참새구이였나 메추리구이였나 먹다가 옆 테이블 3명이랑 시비 붙었는데 한발도 안물러서시고 다 줘패셨던 기억이 있음
그리고 안동이 워낙 좁다보니 발도 엄청 넓고 성당을 다니시면서 사목회장도 연임하시다보니 경찰공무원쪽에 아는사람이 많음
약국을 하니 병원에도 아는사람이 많음
 
경찰서 가서 진술서 같은거 쓰는데 내내 반성문 쓰는것처럼 죄지은 기분이 들었지만
아빠의 겁먹지 말고 쓰란 얘기에 하나도 빠짐없이 다 쓰고 그때 본 애들중에 친구 몇명 전화해서 경찰서로 소환!!!
뭐 얼마 안있으니 경찰아찌들이 막 이리저리 전화하다가 그분 왔는데 저 보자마자 쌍욕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뭐 왜
그래서 아빠 화나셔서 막 싸우다가 경찰아찌들 말리고 뭐
그냥 어리버리하게 앉아 있다가 그 아찌 나한테 와서 갑자기 막 사과를 하길래 왜이러나 싶었는데
무면허 음주크리
아빠가 병원비고 뭐고 다 필요없으니까 그냥 깜방 ㄱㄱ 해란 말을 듣고 집으로 귀가를 했고
사실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주옥됐다고 부모님 얘기하는거 들었던거 같네요
엊그제 아빠랑 소주한잔 하다가 얘기 나와서 생각난김에 써보는데
그때 아빠는 멋있고 슈퍼맨 같은 아빠였는데 요즘 늙으셔서 조금 슬픔...
 
다들 효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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