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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story_1165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붉은쏘주★
추천 : 2
조회수 : 30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6/03/25 23:29:15
# 1
그녀석을 처음 본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어느 날 밤,
얼큰하게 취하신 아부지의 품 속에서
발발 거리는 개새끼-_- 한 마리가 튀어 나왔다.
"어라...귀여운 강아지네..^^ "
그녀석은 낯선 세계에 적잖이 당황한듯..
...
아주 조금씩 방 안의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리다..
....-_-
이내 온 방안에 자신의 영토표시를 하고 다녔다.
아아악~T0T 개쌔끼야~~~
...
물론 그 새끼-_-는 울 할매의 이단 옆차기를 얻어 맞고
나이론 줄에 묶인 채 뒷마당으로 질질 끌려나갔다.
# 2
"할매, 우리 강아지 이름 내가 지어도 돼?"
드디어 나도 강아지가 생겼다는 기쁨에 들떠 있던 나는
개밥을 퍼주고 있던 할매에게
개 이름은 내가 짓겠노라고 때를 썼다.
"아~ 이놈아~ 이름은 무슨 이름. 얼룩덜룩하니, 딱 바둑이고만."
..
당시 바둑을 잘 모르던 나는
바둑이 보다는 오목이가 어떻겠냐고 물었다가
개밥 그릇으로 얻어 맞았다.
(후훗...나의 유머 감각이란..-_-v........-_-;;;;)
# 3
미장일을 하시던 울 아부지는
젊은 시절 목수 시다로도 있어본 적이 있으셨기에
간단한 개집 정도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셨다.
"우아~ 아빠~ 이거 진짜 아빠가 만든거야?+ㅁ+"
"후훗..-_-+"
"아빠~아~, 나도 이런 집하나 만들어 줘+ㅁ+"
..
물론 지 애비를 호구로 아냐고 들고 있던 톱을 썰릴 뻔했다.
한 편, 새 집이 생긴 바둑이는...
...
자기 영역표시하기에 바빠 보였다.
(그 새끼의 겆*-_-*추는 고장난 수도꼭지 마냥
한 다리만 들면 물이 뿜어져 나왔다;)
# 4
그 해,
누나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한껏 풀이 죽어 있던 나는
학교에 다녀오면 바둑이와 노는 시간으로 그외로움을 달랬다.
아마 부모님께서도
똥 오줌도 못가리고
밥만 보면 오두방정을 떠는 개새끼지만
막내아들이 정붙이고 사는 그 녀석이 밉지만은 않으셨을 것이다.
가끔 일요일이 되면
나는 할매가 만들어준 나이론 줄 개목걸이를 바둑이 목에 걸고
온 동네를 한 바퀴씩 뛰어 다녔는데
한 번은 실수로 바둑이의 발을 크게 밟은 적이 있었다.
강아지 특유의 깨갱~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나둥굴어진 바둑이는,
그러나 금새 다시 일어나 절룩걸이면서도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 5
"엄마~아아아~~ 바둑이 없어져부렀어~~우엉엉ㅠㅁㅠ"
어느 일요일 아침이었던가,
오랜만에 산책이나 데리고 나갈까 하고
바둑이를 찾아보았지만
뒷마당의 바둑이 집은 비어 있었다.
나는 오전 내내 눈물 범벅이 된 채
온 동네를 찾아 다녔지만 결국 바둑이는 찾지 못했다.
그렇게 눈물과 한숨으로 반나절을 보냈을까.
점심 즈음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바둑이는 우리 집 뒷마당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앗..바둑아아아아ㅠㅁㅠ"
나는 반가운 마음에...
..
"어딜 갔었어~ 개새끼야~-_-^"
..라며 이단 옆차기를 한 번 날려준 뒤
반갑다며 오줌을 질질 거리는 그녀석을
힘껏 껴안아 주었다.
물론, 옷도 오줌으로 껴안아 주었지-_-;
# 6
그 녀석의 가출 사건 이후
바둑이는 혼자서 집 밖으로 나가 동네를 놀러다니다
밥때가 되면 알아서 집으로 오는 수준에까지 이르르게 되었다.
한 번은 저녁 먹을 때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바둑이가 걱정되어
그 녀석이 잘 가는 동네 공터로 찾아 갔었는데..
"바둑아~ 바둑아~ 바둑......어.....?"
..
그 녀석은 언젠가 사귄 여자친구와 함께
므*-_-*흣한 애정행각을 펼치고 있었다.
...하아하아~ 섀콤새콤 베히비~+ㅠ+;;
;;
성*-_-*에 관해
눈도 뜨게 해준 고마운 친구 바둑이였다.
# 7
6월이었을 것이다.
아침밥을 줄때부터 유난히 애정공세를 펼치는 바둑이..
"아르르릉~~+ㅠ+~~왈왈~"
"-_-...개새끼가 아침부터 약먹었나..왜 이래~"
이제껏 그런 적이 없었던 그 녀석은
책가방을 매고 학교를 나서는 내 뒤를 끝까지
쫓아올 테세였다.
"아~ 귀찮게~-_-^..."
집으로 들어가라며
회심의 돌려차기를 한 방 먹였음에도
그 녀석은 끝까지 나를 따라나왔고
학교에 살짝 늦었던 나는
걸리적 거리는 이 녀석을 때 놓고자 전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헥헥~~ 개새끼야~ 집으로 가아아아~"
그렇게 한참을 뛰어가던 나는
동네 앞의 큰길을 가로질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다 보았다.
온갖 갈굼에도 끝까지 쫓아왔던 바둑이는
큰길을 사이로 나를 바라보며
허망한 듯 발걸음을 돌리..
...
...지 않고..
들어가라며 손사래를 치는 나를 향해 힘껏 뛰었다.
...
그리고
골목길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강아지를 못 본
승용차가 바둑이를 덮쳤고
..
바둑이는 내가 보는 앞에서
앞바퀴에 그 작은 몸이 으깨진 채..
그렇게....
..내 곁을 떠나갔다.
# 에필로그
이따금씩 도로를 건너는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내 눈에 들어 올때면
난 아직도 눈을 질끈 감은 채
그 쪽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 한다.
온 몸이 찢겨진 채..
바들바들 떨며 나를 바라보던 바둑이의 애처로운 눈망울이
아직도 내 눈앞에는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
20살이 되었을 때 읽은 어느 책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금성에 사는 사람들은
오늘 누군가가 죽는다 해도 슬퍼하지 않는다네.
그들은 그 만큼 살아 있을 때 사랑해 두는 거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야."
...
그리고 나는 다시 한 번 바둑이를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렸다.
...
안녕, 내 친구 바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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