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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게시물ID : panic_1021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1세기인간
추천 : 3
조회수 : 12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1/17 18: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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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가)기업에 다니는 A는 한달마다 2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이다. B는 A의 모친인데, 작은 지역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B도 한달마다 200만원을 번다.


A는 비혼주의자로서, 미래를 생각해보았다. 결혼을 안하니까 아이도 낳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은퇴 이후의 삶은 모두 자기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노후 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월 200만원을 은행에 박아두는 것으론 어림도 없다.


그의 오랜 친구 C는 A에게 투자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꾸준히 투자하면 수익률은 높아져 노후 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어느새 바닥나겠지만, 주식은 계속 오를 거라고 말이다.


A는 투자할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부동산? 그에겐 부동산을 살 만한 돈이 없다. 채권? 수익률이 안 좋다. 주식? 주식은 오르는 속도도 빠르지만 사고 팔기도 쉽다. 그는 주식을 사기로 했다.


주식 종목을 찾던 도중 잘 모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회사를 사라는 사람들의 조언에 그는 시가총액 1위 (나)기업의 주식을 샀다. (나)기업은 전자상거래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회사였다. 그리고 (나)기업은 A의 오랜 친구 C가 다니는 회사이기도 했다.


그는 1년동안 꾸준히 (나)기업 주식을 사모았다. 마침내 1년 뒤 그는 원금 1200만원에 수익률 100%로 주식을 팔았다. 배당금은 컴퓨터를 사느라 다 써버렸으니 제외하자면, 2400만원이 생긴 셈이다.


뿌듯해진 그는 설날에, 모친 B를 찾아 수익률 100%를 달성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B의 표정은 어두웠다. B는 자신의 가게에 손님이 반이나 줄었다는 걸 알려주었다. 지역 주민들이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손님을 잃은 것이다. 그녀는 이제 한달에 100만원 정도 번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A는 화가 났다. 도대체 정치인들은 뭘 하고 있단 말인가.



2

새해를 기념하며 친구 C와 술자리를 가진 A는 올해 C가 다니는 회사 주식을 샀다가 돈을 많이 벌었다며 고맙다고 했다. 그러자 C는 사실 자기도 올해 A가 다니는 회사 주식을 샀다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답했다.


이런 신비스러운 우연은 단순히 술자리에서 언급되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얼마 뒤 회사에서 A에게 업무를 내줬다. (나)회사와 파트너십 맺는 걸 협상하라는 것이었다.


(나)회사와 파트너십을 협상하러 간 A는 C와 만나게 되었다. (가)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나)회사에서 C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A는 (나)회사의 주주로서 (나)회사가 협상에서 이득을 보길 원한다. 그리고 C는 (가)회사의 주주로서 (가)회사가 협상에서 이득을 보길 원한다. 그렇게 서로 자기 회사가 손해를 보게끔 협상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3

(나)회사의 대표가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었고 주가는 폭락했다. 주가가 폭락해 A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A는 비자금은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인데 저걸 왜 문제 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달 뒤 (나)회사의 대표가 편법을 이용해 재산 상속을 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주가는 폭락했다. A는 악법도 법인데 왜 저걸 문제 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A와 같이 생각하는 (나)기업 주주들이 국회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먹여살리는 건 (나)회사인데, 아무것도 안한 정치인들이 왜 그걸 방해하냐고 외쳤다. 이들의 행위는 여론에도 영향을 주어 (나)회사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나라 곳곳으로 퍼졌다.


그 뒤로 (나)회사를 건드리는 정치인, 혹은 검사는 없었다. (나)회사가 반독점법을 어겼다고 주장하던 한 정치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퇴한 것을 제외하곤 말이다. (나)회사 주가는 1년만에 폭등했고, A는 기분이 좋아졌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1년 사이 또 엄청난 성장을 거둔 것이다.


A는 원금 1200만 원에 수익률 300%로 주식을 전부 팔았다. 자신이 워렌 버핏처럼 투자의 귀재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그는 설날이 되자 즐겁게 B를 만나러 갔다.


4800만 원을 벌었다고 자랑하는 A, 그런데 B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가게를 폐업했다는 것이다. 도저히 전자상거래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어서 폐업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상인들이 폐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A는 하늘을 향해 소리치고 말았다. 도대체 정치인들은 할 줄 아는 게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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