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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하빈● 앙꼬르 #1
게시물ID : humorstory_1512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우Ω
추천 : 11
조회수 : 33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8/03/20 14:01:25

『우스개 게시판-100명을 웃긴 베스트 유머 (go HUMOR)』 18320번
 제  목:[하빈]●앙꼬르 # 1                                           읽음:5792 
 올린이:데비유  (김하빈  )   작성:00/09/04 00:25       추천:00/09/1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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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빈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우를 해지했었습니다.

거진 한달만이네요.

그동안 좀 힘들었습니다.

저에게 메일주시고, 메모 주신분들 많이 계셨는데 인사도 못드리고

그냥 가서 너무나도 죄송하구요.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어딘가에서 절 지켜보고 있는 그녀를 위해서라두요.


지금부터 올리는 이 이야기, 별로 재미없으시겠지만 읽어봐주시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당분간 하루나 이틀에 한개씩은 꼭 올리려 하는데요.

만약 너무 재미없고, 짜증만 나신다면 언제든지 메일주세여~

그럼, 앞으로 올리지 않겠습니다.

이야기 시작할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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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꼬르(Encore)   기억의 저편으로......



* Ecore

재연, 재청, 재연주, 재청이요! 등을 의미한다.

프랑스어임에도 프랑스에서는 이 말을 쓰지 않고 Bis!라고 쓴다.

보통 우리가 앵콜이라고 부르는 말이다.





               1 화    :    자   살 (自  殺)



영주 : 언제 왔어?

하빈 : 조금 전에 왔어. 마실 거 시켜라.

영주 : 난 마운틴 듀.

하빈 : 여기 마운틴 듀랑 냉녹차 하나 주세요.

영주 : 얼굴이 왜 이렇게 굳어 있어?

하빈 : ......


그럴 수 밖에.

오늘은 2000년 7월 29일, 영주와 만난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작년 1999년 7월 29일 우린 이곳 앙꼬르 카페에서 만났지.

하지만 그녀는 이미 5개월전에 나를 떠났고, 지금은 연인이

아닌 그저 친구로 만난 것 뿐이니까.

그리고, 난 오늘 모든 것을 정리할 것이다.

이 카페 이름인 앙꼬르처럼 다시 돌릴 수 있을까?

너무 늦었지......


냉녹차와 마운틴 듀가 왔다.

난 냉녹차를 원샷해 버렸다.

그리고, 88을 입에 물고 연기를 내뿜는데,


영주 : 무슨 일 있어?

하빈 : .............이미 넌 나우 공개사랑게시판에 내가 쓴

       글을 읽어서 알고 있을테니 긴 말은 하지 않겠다.

영주 : ......

하빈 : 너도 알다시피 나는 너무나도 많이 망가졌어.

       그래서 이젠 더이상 자신이 없다.

영주 : ......

하빈 : 언젠가 이야기했지? 내가 너에게 다가갈 자신이

       없어지면 그때 널 포기하겠다고.

       이제 너가 항상 원하던대로 널 놔줄게.

영주 : ......

하빈 : 나도 너에게 전화하지 않을테니 너도 나에게 전화하지

       말아라.

영주 : ......

하빈 : 미안하다. 잘 지내라.


품속에서 봉투를 꺼냈다. 여기엔 그동안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이 들어있었다. 이 300만원을 모으려고 얼마나 힘이 들었던가.

그녀는 차가 가지고 싶다고 했고, 300만원 정도면 괜찮은 중고차

를 장만할 수 있겠지.

그리고 항상 끼고 있던 그녀가 사준 커플링을 빼서 봉투와 함께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먼저 일어섰다.

뒤에서 그녀의 시선이 느껴진다.

제길. 다리가 후들거린다.

하지만 뒤돌아보지 말아야지.

그녀도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 나역시 그녀에게 기회를

줘서는 안돼.



아까는 비가 오더니 지금은 오지 않는다.

하늘도 희미하고, 온세상이 희미하게만 보인다.

그리고 내 오른손 약지에 반지가 있던 자욱도 희미하게 남아있다.



~~~~~~~~~~~~~~~~~~~~~~~~~~~~~~~~~~~~~~~~~~~~~~~~~~~~~~~~~~~~~

마지막 편지


오늘이 7월 29일 우리 만난 지 ................................

.............................................................

     영주는 이제 1분뒤에 다 잊는거다. 알았지? ^^

~~~~~~~~~~~~~~~~~~~~~~~~~~~~~~~~~~~~~~~~~~~~~~~~~~~~~~~~~~~~~



우스개 게시판에 마지막 글을 올리고, 공개사랑고백 게시판에

갈무리해 두었던 글을 마저 올렸다.


명령어안내(C) 도움말(H) 초기화면(T) 이동(GO,P,A,N,B) 첫게시물(L) 종료(X)
선택> go cancel
비밀번호 : *******

.............................................................

 해지신청을 하시겠습니까? (Y/n): y



이제 끝났다.

더이상 나는 살아갈 의미가 없다.

나의 25년 짧은 인생 여기서 끝내기로 한다.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나를 바라보는 부모님은 어떻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 친구들은?

내가 죽고 나면 모두들 이렇게 생각하겠지.


'병신새끼......실연당해 비관 자살했구만......'



아니다.

나는 그저 이 엿같은 세상에 질렸을 뿐이다.

이 세상은 돈이면 무엇이든지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명예, 권력, 심지어 사랑까지도.

그녀 역시 이 세상이 엿같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나와 함께 바라보는 세상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만 싶었다.

그것만이 내가 해야할 일이고

그것만이 내가 가질 유일한 행복이었는데......

이젠 끝났다.


누구보다도 우리 부모님께 너무나 죄송할 뿐이다.

누군가 그랬지.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만, 이 못난 놈 이렇게 죽는 것이

어쩌면 부모님께 효도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죽는 것보다

부모님이 덜 슬퍼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죄송합니다. 난 너무 지쳤어요......'


그저 실연당해 비관 자살했다고 생각하는 그들이 이런 내 마음을 알까?


미리 사둔 진통제 2알과 수면제 2알을 소주와 함께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커다란 대야에 더운 물을 받아놓고, 오른손에 면도칼을

들고 자취방 바닥에 누웠다.


순간 망설여진다.

아, 이것이 두려움이라는 것이구나.

'나...나...떨...떨고 있냐?'

'..아니..'

'그..그게 겁나....내...내가 겁낼까봐...'

'너...괜찮아...'

또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필터까지 피운 후 꺼버렸다.


심호흡을 하고 오른손에 든 면도칼로 왼손의 동맥을 깊숙히 그었다.

그러자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튀어오른다.

나는 자연스럽게 왼손을 대야에 담근다.

곧 대야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다.

머리가 몽롱하다.

이제 내일이나 모레쯤 내가 혼자 살고 있는 이 자취방으로

전화가 오겠지.

그리고, 연락이 되지 않는 날 걱정하며 어머님이 오실테고.

아, 어머니가 제일 먼저 보시겠구나.

'죄송합니다. 어머님......'


나는 참 꿈이 많은 아이였는데.

대통령도 되고 싶었고, 오락실 주인도 되고 싶었지.

돈을 많이 벌어서 커다란 집에서 살고,

예쁜 여자친구와 멋진 자동차를 타고 여기저기 여행도 가고 싶었어.

무엇보다 세상을 엿같이 보는 그녀에게 나와 함께 바라보는

세상은 정말로 정말로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말야.

그 모든 것이 헛된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된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구나.


점점 희미해진다.

천장도 희미하고, 벽도 희미하고

내 기억도 희미하다.

마치 오른손 약지에 커플링이 있던 자욱처럼 희미해져 간다.


벽에 걸린 시계는 지금 오후 7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졸립다.

나는 죽는다.




























"하빈아! 괜찮니?"


.....................누가 날 부르지?..........................


"괜찮을 겁니다."


........으응...뭐야? 여긴 천국인가? 아니면 지옥인가?..........


"아..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의사? 병원? 그럼 난 안 죽었단 말인가?.............


"뭘요~ 머리뼈에 약간 금이 갔을 뿐이에요. 한 3일만 입원했다가

 퇴원하면 괜찮을 겁니다."


.......머리뼈? 난 동맥을 끊었다구! 왜 머리뼈에 금이가?........


"아..네."










눈을 떴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의사가 보였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너무나도 젊게 보이신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어머니 : 하빈아! 이제 눈을 떴구나?

하빈 : 끄으으응.

아버지 : 어디 아프지는 않니?

하빈 : 아..아...아뇨.....


내 목소리도 이상하다. 내 목소리는 굵은 베이스톤인데

가늘고 여자아이같은 목소리가 내 입에서 나온다.


어머니 : 괜찮아? 왜 그러니?

하빈 : 내...내...내가.....왜.....여...여..기에...있...죠?

어머니 : 기억 안나니? 어디까지 기억나니, 하빈아?

하빈 : 아...아무것도 기...기억이....안...안나요.

어머니 : 어머! 여보. 어떻게요. 울먹울먹~ 얘 머리를 다쳤나 봐요.

         기억상실증 같은 거면 어떻게요?

         의사선생님! 뇌에는 이상 없다고 하셨잖아요! 울먹울먹~~

의사 : 확실히 뇌에는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아마 갑작스런 충격 때문에

       잠시 기억이 안 날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죠.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하빈 : 왜...내...내가 여기 있...있나요?

아버지 : 너 축구하다가 머리를 부딪혀서 기절했단다. 그래서 여기

         응급실로 온거구. 정말 기억이 안나니?


????????

축구? 머리를 부딪혔다구?

동맥을 끊고 죽기 전에 병원으로 실려온 것이 아니었던가?



순간 아련한 기억 저편에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때인가...축구를 하다가 머리를 다쳐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었지.

그럼 지금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란 말인가?

나는 이불을 들어 내 몸을 살펴보았다.

작은 키, 조그만 손과 발, 영락없는 초등학교 4학년 사내아이의

모습이다.

문득 왼팔의 손목을 보았더니 아무런 상처도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나는 분명히 죽었는데......죽었다고......


하빈 : 지...지금 몇...몇 시죠?

어머니 : 7시 35분. 너 정말 괜찮은거니?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이런 젠장. 담배가 피고 싶군.


--------------------     계 속    --------------------------

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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