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라 일진이라 하기도 뭐하지만 진짜 틈만 나면 애들 때리고 다니고 돈 뺏고 괴롭히고 그러던 놈이 있었습니다. 그 때 당시엔 일진이란 말은 없었고 짱이라고 했죠. 암튼 이 놈을 A라고 해두죠.
A 그 놈은 1학년 때부터 내내 그 짓으로 유명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전교 짱이죠. 저는 3학년 때만 같은 반이었는데 3학년 때 제일 친한 친구가 그 놈한테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저랑 제 친한 친구는 키가 커서 둘 다 제일 뒤에 앉으면서도 소심해서 싸움은 못 하고... 뭐 그랬습니다. 암튼 그 날 제 친구가 그냥 주먹으로 맞은 것도 아니고 실내화로 맞고 우는데 사실 저라도 싸웠어야 했는데 둘 다 싸우지는 못 하고 친구는 울고 저는 우는 친구 달래고 그 놈은 의기양양 해서 제 친구를 계속 놀리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엔 참 분했습니다.
그 놈은 초등학교 내내 그랬습니다. 저는 초등학교를 마치기 전에 이민을 갔습니다. 한 2년 한국에 못 오다가 중2 때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 왔는데 제가 꾸준히 키가 커서 중2 신체검사 때 키가 185.4가 나왔습니다. 엄청 커버린거죠.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와서 초등학교 3학년 때 A에게 맞았던 친한 친구를 만나기로 하고는 내 키 보고 놀라겠지? 생각했는데 왠걸 친구도 저랑 키가 비슷한 겁니다. 둘 다 엄청 놀라고 반가워 하면서 친구가 오랜만에 학교 구경 가자길래 같이 갔습니다. 그렇게 같이 다녔던 초등학교에 놀러 갔는데 애들이 운동장에 모여서 야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딱 봐도 초등학생들 같았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가 갑자기 야구 하는 애들 중 한 명한테 소리 치는겁니다.
- 야
- ...
- 야 쌩까냐
- 어... 안녕
- 야구 재밌냐
- ...
- 아 c 야 야구 재밌냐고
- 어...
되게 어색하고 뻘쭘하게 말하기도 싫어하는데 계속 공격적으로 말하는 제 친구가 이상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죠.
- 야 누군데 그렇게 막대하냐 좀 심한 거 아니냐
- 쟤? A잖아 기억 안나냐?
- 뭐? (급히 다시 돌아 봄) 와 진짜냐? 와...와... 니네 많이 달라졌다? ㅋㅋㅋ
- 뭐가?
- 너 쟤한테 실내화로 쳐 맞고 울었잖아 ㅋㅋㅋ
- 그랬던가? ㅋㅋㅋ
암튼 제 친구가 급격하게 키도 크고 거기다가 초등학교 때 약한 모습이 싫었는지 운동까지 해서 그 이후로 중고등학교에서도 건드리는 놈 없이 편하게 공부만 했다고 하더군요.
3학년 때 맞을 때 못 도와준 게 항상 마음의 짐이었는데 그 날은 정말이지 그 모든 게 한 방에 날아 가버린 날이었습니다.
그 날 뻘쭘하게 대답하던 A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쟤는 어쩌다가 저렇게 됐냐 라고 묻는 제 질문에 저 덩치를 봐라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냐 라고 제 친구가 답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깡패짓 하던 놈이 초등학교 때 키 그대로 중학교 올라가서 쟤도 엄청 힘들겠네라고 그 놈에게 동정심 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선 '참 사람 일 알 수가 없네' 라고 중2 짜리가 생각했었던 게 기억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