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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일상 (옥상편)
게시물ID : readers_355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낮에나온달
추천 : 1
조회수 : 3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3/18 22: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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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청년은 자살하려 했다. 

고층 빌딩에 올라 마음껏 소리도 질렀다. 

그러나 밑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눈초리는 단 한 개도 보이질 않았고

어떤 사람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언제나 초라했던 그의 인생처럼... 


곧 뛰어내릴 건데 무슨 상관이람 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허탈감과 실망감이 그를 지배했다.


결국, 청년은 주저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꿀꺽... 청년은 군침을 삼켰다.

그 순간은 잠시였지만 목구멍에 커다란 울림을 내면서 넘어갔다.


잠시도 이리 커다란 느낌인데.

이 고층에서 뛰어내린다면 얼마나 큰 고통일까? 

두려움이 청년에게 속삭였다.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읏차..."


깜짝 놀란 청년은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


앞으로 숙어지는 상체에 팔을 마구 휘두르던

청년은 다행히 난간을 잡고 겨우 버텼다.


심장은 이미 떨어졌는지 잠시 멈췄다가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쳤고

실체화된 짜릿함이 청년을 자극해 손이 찌릿찌릿해져 왔다.


청년은 원망스러운 눈으로 옆을 쳐다보았다.


거기엔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가 주저앉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자신이 떨어질 뻔했는데 태연하게

아래를 보고 있다니. 원망이 더욱 진해졌다.


나를 말리러 온 건가…?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내 부정되었다. 

자신을 말리러 왔다면 우선 난간에서 끌어냈을 테지

저렇게 태연하게 옆에 주저앉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서 뭐 하세요?"


아래를 내려다보던 남자의 고개가 청년에게 향했다.


"죽으려고요."


자신도 그럴 생각이긴 했는데 남자가 태연한 게 이해가 안 갔다.


"원래 목을 매려 했는데 밧줄 따위에게

지는 거 같아 자존심 상하더라고요"


청년의 어이가 먼저 죽음을 택했다.


"중력에 지는 건 자존심 상하지 않나요?"


남자는 잠시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아….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 

하지만 중력은 극복할 수 없는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뭐 이런 놈이 다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청년이 대답했다.


"중력도 극복하잖아요. 점프로 아니면 비행기로. 우주선도 있네요."


남자는 깨달음을 얻은 모양이었다. 

손가락으로 턱을 바치며 생각하던 남자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가시게요?"


주저앉아 있던 청년이 조심스레 묻자 남자가 대답했다.


"중력한테 지기 싫어졌어요."


남자는 거칠 것 없이 걸어갔고 주저앉아 있던 청년이 그 뒷모습에 크게 외쳤다.


"그럼 저는요?"


고개를 돌린 남자가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건 알아서 하셔야죠"


남자는 무정하게 계속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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