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추모식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근해에서 북한 경비정과의 교전 도중 죽음을 무릅쓰고 북한군과 대치하다가 6명의 아군이 전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북한군의 포격에 고속정 357호의 조타를 끝까지 잡다가 전사한 고 한상국 중사... 월드컵 결승 전날에 벌어진 서해 교전은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34)씨에게는 평생에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사랑하는 남편을 졸지에 잃고 눈물로 3년을 지내다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녀는 미국에서 손발톱을 다듬는 네일숍종업원, 건물청소부, 식당직원 등으로 일을 했고 석달 전부터는 아는 사람을 통해 슈퍼마켓에서 일을 하고 있다. 오전 6시 30분에 집을 나서 저녁 8시까지 하루 12시간 이상 서있어야 하는 힘든 일을 해야 했다.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지만 어느 날 문득 '남편은 좌절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원치 않을 것' 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 잡고 빠듯한 생활을 하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있다. 그녀는 지난 6일 미국에서 현충일을 맞이했다. 별도의 추모식을 할 수 없어 아침 일찍 슈퍼마켓을 출발하기 전 남편의 유품을 꺼내 놓고 기도를 올렸다. 배와 가슴에 파편을 맞으면서 고속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남편은 화염에 그을린 유품을 남겼다. 3분의 1이 불에 탄 남편의 군인 신분증을 앞에 놓고 혼자 앉아서 기도하는 것으로 혼자만의 추모식을 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있지만 아내 김종선씨의 삶은 남편의 몫까지 대신 짊어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울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남편이 보고 빙그레 웃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일터로 출근하고 있다. - 사랑밭 소 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