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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봉이..8000이다..
게시물ID : gomin_15152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WFha
추천 : 12
조회수 : 1245회
댓글수 : 174개
등록시간 : 2015/09/09 17: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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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연봉이 8000이다
..적지 않은 금액
그렇다고 누가 주는건 아니고..
내가 열심히 해서 버는 돈..
아직 30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생각보다 가진건 많다
작은 아파트 하나에 작업 차 한대와 국산 16년식 준 대형 차 한대..3000만원 잔고의 통장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연봉 8000에 맞벌이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남게 하지만
사실 까놓고 보면 별로 없다..
 
괜찮게 버는 만큼 일은 고되다
아마 남자들은 군대에서 한번 즈음은 경험 했으리라
화장실이나 욕실에 물이 막혀서 내려가지 않을 때의
그 끔찍함을..
간혹 야외에서 맨홀을 열고 작업 해야 할 때
내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얼굴을 찌푸리고, 심하면 구역질 까지 한다
실제로 내 앞에서 구토를 하는 사람도 봤다
 
그때 나는 누군가에겐 토악질이 날 만큼 지저분 하고 냄새나는 일을 한다는걸 알게됐다
사람이 할일이 아닌 것 같은 일..그래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하는 일
아무리 힘들고 지저분 해도 고객 앞에선 웃어야 한다
방긋 방긋
엘리베이터 안에서 주저 앉아 거친 한숨을 토해낼 때 까지,
내 마음을 싹 지운채로 웃는다, 그리고 괜찮다고 말한다, 내가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손에 쥘 수 있는 돈들..
어제는 80을 벌었고 오늘은 60을 벌었다.
아마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면 정말 평생에 한번도 보기 싫은 광경들을
봐가면서 일을 했고 그 댓가로 손에 쥔 돈들..
 
나는 행복한가..
괜찮은 소득에, 괜찮은 아내, 괜찮은 집에....
그래 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아
그치만 행복하지 않다
 
 
정말 공부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물론 타고난 머리도 좋지 않았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오랜 따돌림으로 학교에서 나란 존재는 걸레짝이 되어 아무것도 짜낼 수가 없었다
침이 잔뜩 뱉어져 있는 교복을 늘 돌돌 말아 혼자 세탁기에 넣곤
세탁기 돌아가는 시끄러운 소리에 맞춰 울었다.
세탁기가 돌 때 울어야, 내 울음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한대도 안 맞아본 날이 없고
웃으며 학교에서 돌아온 날도 없다
공부를 하고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돈을 버니까
이렇게라도 돈을 버니까
사람들이 사람 취급 해준다.
학교에서 아무도 사람 취급해주지 않던 나를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이라 말하고 내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도 부러운 소리를 하기도 한다..
당신이 알까..
내 속을...
고된 노동은 돌아가며 몸 을 괴롭힌다.
어제는 목이 아팠고, 오늘은 발목이 아프고, 저번주는 팔목이 아팠다
 
두렵다..
아플까봐..
다칠까봐
그래서 일을 못할 까봐
그래서 다시 사람취급도 받지 못할까봐
 
난 이 일이 정말 싫다
내 앞에서 역류하는 오물들을 보며 기겁하는 사람들 처럼
나도 기겁하고 피하고 싶다
그치만 나는 이걸 해야하고 그래야만 돈을 받는다
돈을 받아야만 사람 대접을 받는다..
 
스물 여섯
이제 막 군대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나온 바짝 마른 청년
그래도 순수하게 웃을 줄 알았고
글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줄도 알았고
꿈도 있었다.
그치만...
소외되는 게 두려웠고
사람 취급 받지 못할까 마음 졸였다
돈...
그래도 돈 만있으면...
되니까..
그렇게 나는 그 스물 여섯
환하게 웃던 청년을 지웠다
그때의 나는 이제 없다
 
그렇게 몇 년 을 살고나니까...
돈 도 있는데
이제는 좀 사람 대접 받고 사는데..
내가 없다..
우습게도 다른 사람들의 삶이 탐이 난다
 
나도 야근을 해보고 싶고
나도 정장을 입고 출근 해보고싶고
점심을 먹고 커피 하나 들고
회사로 들어가 보고 싶고
명절이나 휴가철에 선물 혹은 보너스를 받아보고 싶고..
그래보고 싶다..
 
아니..아니면
그냥 방에 틀어 박혀 앉아 글을 써보고싶다
이렇게 살기 정말 정말 싫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살지 못할까봐 너무 너무 두렵다
 
산 봉오리에 다 올라가지도 못한채
중턱에서 더 이상 올라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중간이 끊겨버린 폐쇄된 등산로를 걸어온 기분..
더 올라가지도 못한채
내려갈까 두려워 한다.
 
이게 뭐가 좋은거라고
이 일이라도 놓지 않으려 끊임없이 경쟁을 하고
매일 매일 홍보할 방법을 생각하고
내 블로그가 조금이라도 뒤쳐질까
바쁜 와중에도 오늘은 뭘 로 꾸밀까 생각을 한다
그래야 미래를 살 수 있는 것 처럼 보이니까....
 
불안한 미래 앞에 손톱을 깨물며 바들 바들 떨고
불만족스러운 현실 앞에 혀를 깨물며 좌절하고
소외된 과거 를 보며 가슴치고 아파 한다
 
죽고 싶다
죽어야 살 것 같다
아무것도 부족해 보이지 않는 내가
괴로운건...
내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없는 난

연봉이 80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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