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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2.
게시물ID : readers_151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앓
추천 : 0
조회수 : 1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23 23:45:41

전편 링크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1.


 “조금 집 밖으로 나가야지 않겠니.”

 일찍이 그를 포기하고 집의 빚덩이 정도로 여기게 된 그의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는 아이를 무언가로부터돌려놓겠다는 그녀 스스로의 강인한 의지를 아직 놓지 않고 있었다. 통상적으로 희망의 끈이라 불리는 그것을 만약 눈에 보이게 만들 수 있다면, 글쎄, 아마도 끊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어머니가 그러하듯 그 숭고한 사랑으로써 그 실을 온 몸으로 붙들고 있는 듯했다.

 사실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면 그는 아마도 묵직한 엉덩이를 의자에 강력히 접착시킨 채 어머니를 향해 방문을 닫으라 쏘아붙이고 말았겠으나 그날따라 그의 예리한 눈에 어머니의 깊은 주름과 문간 너머로 보이는 아버지의 얼빠진 눈동자가 자꾸만 들어와, 그는 이례적으로 어머니를 따라 현관을 나섰다.

 이럴 수가? 태양이 이토록 눈부신 것이었나?

 그 어떤 MMORPG도 이토록 눈부시고 가슴 벅찬 빛을 선사하진 못했다. 신대륙을 탐험해도 그것은 모니터의 픽셀 이상의 감동을 주지 못했건만, 두어 달 만에 처음으로 맞이한 진짜빛은 비단 비타민 D의 생성을 도울 뿐 아니라 그의 마음에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자아낸 듯했다.

 이를테면 작가에게 필수적이라는 동기부여 같은 것 말이다. 그는 스스로 이 빛을 쬘 자격이 생기려면 더더욱 글에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머니와 동네를 한 바퀴 걸어 돌면서 자신의 게임 계정을 모조리 지울 계획을 세웠다.

 안타깝게도 무언가 새로운 소설의 소잿거리가 떠오르는 일은 없었지만 그를 무력감에 묶어두던 하나의 원인인 게임 계정의 삭제를 다짐했다는 점에서 그 날의 외출은 참으로 큰 하나의 전진이었고, 진전이었다.

 그런데, 하하, 이것 참, 흐음.

 아까운걸, 현금으로 따지면, 그래, 한 백만 원은 나오지 않을까.

 그는 바로 십 분 전의 숭고한 다짐은 현실을 고려해 잠시 밀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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