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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의 대기업 경험 썰 (퍼댐)
게시물ID : gomin_15157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Rsa
추천 : 12
조회수 : 1082회
댓글수 : 130개
등록시간 : 2015/09/10 16:18:52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내리 쬐던 11월의 어느날 오전. 미국서 일하는 선배가 <미생>을 봤는지 트윗을 날렸다.

"저런게 진짜 한국 회사생활이냐? 말도 안돼."

이런 소리를 하시길래

"저건 그나마 순화된 건데요?"

하고 대답을 하다가 결국 글 하나 싸지를테니 봐달라고 했다.

참고로 필자는 소위 대기업이란 곳을 3군데나 거친 과장급 직원이며, 맞벌이를 하는 와이프도 소위 대기업이란 곳을 다닌다.

지금부터 이야기 할 '회사에서 겪은 사건들'은 지극히 일부이지만 엄연히 직접 보고 겪은 현실이며, 굳이 대기업임을 밝힌 이유는
잘난체 하려는게 아니라 대기업도 이 정도인데 중소기업으로 내려오면 더 할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여기서 소개하는 내용은 경험담이란 것을 다시 한 번 밝히는 바이다.

아울러 취업 대란인 현 시기에 취직만 하면 인생필거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께도 이 글을 드린다.

취직을 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고 축하할 일이지만, 그에 따른 앞으로 겪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ㅡ,.ㅡ





1. 구타

대형 건설사 직원으로 현장에 나갔다. 현장 소장은 부장급이며, 다들 서울 안쪽의 4년제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이다.

즉 고등교육 다 받은, 토익도 스펙도 상위권이었던 인간들이란 말이다.

현장에 전일 지시사항이 좀 미비하게 되어있었고, 그 구역 담당자를 심하게 문책하던 부장님은
안전화 발로 쪼인트를 두 대씩 까고, 주먹으로 배를 적당한(?)강도로 때리며 쌍욕을 시전하였다.

이 쌍욕은 담당자가 그대로 먹고 수십배 증폭해서 단종 하도급 업체에 날려줬다.



2. 협박

지시한 서류 작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장이 보고서를 몇 장 보다가 허공에 확 던지며

"야 씨발, 과장이나 되어가지고 서류가 이 따위냐?
인사고과 때 보자. 이 새끼야"

했다. 이 광경을 본 신입사원은 그 다음 주에 퇴사했다.



3. 야근

오전 회의시간에 부장이 어떤 서류작업을 과장에게 시켰다.

과장은 오후 내내 다른 일을 하다가 오후 여섯시쯤 밑에 대리를 부른다.

부장이 던진 작업을 대리한테 설명하고 내일 아침에 보여달라고 한 뒤 퇴근한다.

퇴근하면 집에 가는게 아니라 부장이 부른 술자리에 간다.

대리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일하고 있는데 8시쯤 부장한테 전화가 온다.

"너두 술자리 참석해"


4. 휴일 출근

명절 연휴로 5일을 쉬게 되었다.

연휴 전날 상무한테서 명절 잘 보내라는 메일이 온다.

명절 잘 보내고 오라는 짧은 인사와 함께 마지막 줄은 아래 문장으로 마무리.

'저는 당일 차례만 지내고 출근 할 예정입니다.'



5. 여성차별

먼저 밝히자면 이 회사는 아래 사건이 벌어지던 당시에도 국내 10대 재벌로 큰 회사였다. (2000~2005년)

여직원이 정규직이어도 대리 이상 진급이 되지 않았다.

남자는 군대 경험을 인정해줘서 사원 3년하고 대리 다는데 여자는 사원 5년 해야 대리 달아주면서 과장으로 진급을 안 시켰다.

당시 정규직 여직원이 결혼을 하면 계약직으로 전환하였고, 임신을 하면 서울 본사 근무하던 사람을 지방 현장으로 발령냈다.

정규직으로 입사해서 잘 다니던 그 친구는 결국 퇴사하면서 동기들이 환송회를 하자 남자 동기들에게

"너희들이 회사 간부가 되면 이런 말도 안되는 경우를 바꿔달라"

고 펑펑 울면서 자리를 떴다. 이런 점들은 노조가 있던 회사를 합병하면서 노조가 들어오자 고쳐졌다.



6. 악담하기

부장이 발주처에 올라가는 보고서를 더 이상 제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3개월뒤에 자신의 실수로 발주처와 관계가 악화되었고, 약간의 망신을 당하자 막내 팀원에게 발주처와 싸워야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그간 우리가 줘야 할 모든 서류를 빠짐없이 줬는지 확인해 보라고 지시하였다.

당연히 부장의 지시로 올라가지 않게 된 보고서가 논란이 되었다.

이걸 왜 3개월간 하나도 보내지 않았냐고 온갖 쌍욕과 함께 자신이 당한 망신에 대한 화풀이를 해대길래 막내 직원이 그 보고서 철 위에 네임펜으로

"XXX 부장님 지시로 발주처와 협의된 바 이 보고서는 더 이상 제출하지 않음.
XX년 X월 X일 대리 OOO"

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여줬다.

부장은 말문이 막히자

"그럼 미안해. 이새꺄!"

하고 자리를 피해버렸다.

이후 부장은 회사에서 자기와 친한 부장급들에게 막내 대리 험담을 하고 다녔다.

회사에서 평판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매일 매일 회사에서 앉아있는 자세, 복장, 심지어 A4용지에 스테이플러 찍는 법등등으로 꼬투리 잡고 갈구기 시작했다.

이렇게 밑에서 일하던 사원 6명을 퇴사하게 만들었다.



7. 복수성 인사평가

1) 싸가지 없는 새끼

인사평가란 것은 1년 동안 직원이 한 일을 제대로 평가하여 등급을 매겨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 부분은 매우 작으며
실제로는 인사고과권자의 마음에 들어야 잘 받을 수 있다.

최종 고과는 담당 중역이 주는데 담당 팀장이 먼저 등급을 매겨 결재를 올리면 임원이 승인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모 팀장은 자기가 좋아하는 직원이 현장에 나가서 현장 소장에게 밉보여 D를 받은 경우가 생기자 이걸 저지하려고
현장 소장과 협의하는데 상대평가이므로 담당 팀원 중 하나를 잡아
"내년에 B 줄테니 올해 네가 D 좀 맞아주면 안되겠니?" 하고 물어봤다. (그나마 물어봐주는 건 인간적임)

그 팀원은 D가 있으면 다음 인력 구조조정 때 권고사직 1순위가 되므로 당연히 거절.

2년 뒤 담당 팀장이 중역으로 올라가자 해당 직원의 현장 소장이 고과 B로 결재를 올렸는데

"이 새낀 싸가지가 없어. 얘 D줘" 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장 소장 입장에선 계속 변호하였어도 막무가내였다고..

그 직원은 D받고 이직했단다.


2) 다른 놈 독박 씌우기

아버지가 그 회사에서 구사우로 일했던 적이 있어서 중역들이 모두 아버지 친구인 사람이 입사했다.

건설업 특성상 군미필은 합격이 잘 안된다.

그런데 이 친구는 중역이 모두 아버지 친구이므로 합격.

당시 군미필은 여직원과 동일하게 진급이 늦어 사원을 5년 달아야 하는데 이 친구를 동기들과 같이 진급을 시키기 위해서 2년 연속 A 를 줬다.

(사원이 A 받는 경우는 흔치않다. 또 D나 E 를 주는 경우 역시 흔치않다.)

문제는 상대 평가이므로 다른 두 명이 독박을 쓴 것.

한 명은 D를 받고 다른 한 명은 그 다음 해에 난데 없이 E를 받았다.

구조조정 시작하고 E 받은 애는 짤리고, D받은 애는 남아있기는 하지만 저 고과 때문에 지금도 9년째 대리다.



<미생>에서 부장이 300만불짜리 아랍 프로젝트를 맡길 때 오과장이

"저 아랍 애들이랑 안 친하잖아요. 이 일, 저 못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주세요"

하는 장면을 봤는데 기가 찼다. 저러면 정말 ㅈ된다. 고우영 삼국지에서 장비가

"밤송이를 ㅈ으로 까라면 까야지!"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회사에선 진짜 흉내라도 내야 할 지도 모른다.

막상 쓰려고 보니 더 쓰기도 귀찮다.

지금 모시는 부장님도 90년대 신입사원이었을 때는 옥상 올라가서 대가리 박는 얼차려도 받았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그나마 많이 나아진 것 같다.

<미생> 이란 드라마와 만화를 다 보진 않았다.

따라서 현실과 가깝게 그렸는지 판단할 순 없었다.

다만 오과장이 저런 발언을 하는 부분을 보고 와이프랑 동시에 혀를 차며 뱉은 말은

"과장 나부랭이가 미쳤네" 였다.

회사에서 일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도 우습지만, 저렇게 퉁명스럽게 거절한다는거, 특히 인사고과권을 가진 직속상관에게
저렇게 말한다는 것은 판타지 소설과 같다.

런 관계가 협력사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와 '갑을' 관계로 확장이 되면 정말 얼마나 개막장 스토리가 나오는지 짐작은 하시겠는가?


경비원을 동물 대하듯이 하여 분신자살을 하게 만드는 나라인데, 결국은 이러한 사회문화가 원래 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이런 문화의 뿌리를 찾자면 군대의 상명하복 문화도 나오게 될 것이고, 어린시절 겪었던 학교 문제까지도 소급 할 수 있는게 아닐까?

물론 좋은 팀원들이 뭉쳐있는 좋은 회사, 좋은 부서가 아예 없다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그런 회사가 다수일 것이다. 다수여야 한다.

단, 위에 적어놓은 단편적인 사실들은 분명히 있었고, 상당히 매우 자주 벌어지는 일인 것도 맞다.

신입사원 때 여름 휴가 중 고참 차장이 전화하는 바람에 삼척에서 서울 사무실로 불려 올라와서 휴가가 파투난 적이 있었다.

그 일이 매우 급하고, 네가 했던 일이니 네가 해야 한다고 우기는데야 별 수 없었다.

휴가 전 내가 다 꾸려놓은 서류를 들고 발주처에 제출하기만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부장님이 후에 이 이야길 듣고 차장을 꾸중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라는 분위기였다.

이직을 하고 프랑스 업체와 일을 하게 되었다.

납품 기일을 맞추려니 그 프랑스 업체가 주말도 일하고 여름 휴가도 뒤로 미뤄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었는데
그 프랑스 업체에서 납기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직원 휴일을 못쉬게 하고 휴가를 미룬다는 것은 인권침해이니
계약을 해지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것 만큼은 절대 논하지 말라고 했고, 결국 우리 회사가 지체상금을 물면서도 업무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뭔가 억울했다.

저렇게 프랑스 업체처럼 꼭 되자는 뜻이 아니다.

최소한 간 휴가 만큼은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OECD 회원국이니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니 하는 이런 허상속에 우리의 삶은 과연 행복한가?

두서없이 갈겨쓴 글이지만 이 정도면 트윗을 날렸던 그 선배가, 혹은 직장생활에 로망을 가진 사람들이 1퍼센트라도 진실을 알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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