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기를 잘 굽는걸로 유명한 친구가 MT를 갔다왔거든요?
저녘식사 시간에도 여김없이 그 친구가 불려나가서 고기를 굽게 되었는데
이놈이 돌아올때는 커플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ㅡㅡ;
같이 저녘을 준비하던 설리 닮은 후배와 엮였다더군요
사소한 것 하나에도 철학과, 자신만의 신념이 있는게 멋있기도 하고, 작은일에도 열심인데 애인한테는 오죽하겠나 하는 마음에 반했다나?
말은 그렇게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고기맛을 못 잊어서 친구와 만나는 것 같습니다. '똑바로 구워라 핫산!'
이 친구에 대해서 말하자면, '구이' 한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고든 렘지 뺨칠정도입니다
돼지, 소, 닭, 오리, 양 등등.... 재료를 가리지 않고, 각각의 품종이 가진 본연의 맛을 끌어냅니다.
단순한 삼겹살도 이 친구가 구우면 확실히 달라요.
일단 절대로 그냥 마트에 썰어져 나와있는걸 사지 않습니다. 삼겹살은 몇 mm , 목살은 몇mm 딱 정해서 썰어달라 하구요.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으로,
수십점의 고기, 야채를 우러러 한치의 부끄러움, 아니 태움 없이 식탁에 내놓는 칼같은 타이밍
고기를 뒤집고 써는 그의 거침없는 손길을 보고있으면,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고간이 저릿해져옵니다.
베이컨과, 향나무? 를 이용해서 집 안방에서도, 가평 펜션촌에서 맛봤던 바베큐 맛을 내는걸 보고,
저는 이 친구를 고기의 최고봉, 肉甲 (육갑)이라 칭하기로 했습니다.
바베큐에도 기예가 있어서, 주말만 되면 외계인 우주선?같이 생긴 그릴에 삼겹살을 몇 근씩 통으로 굽고 진공팩에 포장해놓으며
찬장에 보면 별 기기묘묘한 향신료가 다 있습니다.
처음 볼때는, 그깟 고기로 참 유난이다 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그 기술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참 도움이 될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친구들한테도 인기 만점이고, Mt 및 각종 행사 섭외도 1순위입니다. 폴 매카트니를 불러와도 이 친구보다 감흥이 크진 않을것 같습니다.
을사늑약이나 한미FTA같은것도 아마 이 친구가 고깃집에서 맺었다면 세계사는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러운 마음에, 나한테도 고기굽는 기술좀 전수해달라 했더니
그런 불순한 마음으로는 참된 요리가 나오지 않는다며
조잡한 테크닉은 부수일 뿐이다만,
식사 자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조리하며
한끼 식사를 위해 목숨을 내어주는 축생을 가엽게 여기는 마음을 지니라는 말을 하는데..
제 생각엔 영업비밀이라 안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저도 집에서 몇번 어깨넘어로 배운걸 따라해 보긴 했는데, 생각만큼 잘 안됩니다.
후라이팬에 구워도, 그 친구의 고기는 방금까지 살아있었다 믿을 정도로 육질이 탱글탱글하게 살아있는데
제꺼는 구운건지, 튀긴건지 모르게... 흡성대법을 당한것처럼 바싹 말라있습니다....
이게 바로 모짜르트를 보는 살리에르의 마음일까요..?
어떻게 해야 '너 어디서 고기 좀 구웠구나?'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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