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한두달간은 정말 생지옥 자체였던 것 같네요.
저는 10대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해서 지금껏 지망생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매번 가족의 반대와 대학 입시, 또 대학에 들어와서는 거듭 창작의 실패를 겪고 난 뒤부터
글쓰기가 저한텐 즐거움이 아닌 고통으로 다가오더군요.
회피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겁쟁이고 연약한 놈이라, 누군가에 의해 혹은 저 자신 때문에 괴로워질 일이 생기면
정면돌파 할 생각은 않고 그저 피하기만 했을 뿐입니다.
몸에 상처는 없지만 마음을 뜯어보면 그 누구보다 곪아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니 태어났을 적부터 이 모양으로 살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어제는 정신과에 전화해서 진료를 받겠노라고 말하기도 했네요.
그런데 어제 밤, 지망생들이 모인 채팅방에 우연히 접속하게 되면서 심경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왜 글을 쓰냐고 물었습니다.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고 그저 어두컴컴한 미래일 뿐인데, 왜 글을 쓰냐구요.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이럽디다.
이거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거듭 실패하고 좌절해도 어느새 마약처럼 중독되어 버려서.
그저 살기 위해서. 돈 많이 벌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제가 지금껏 꿈을 고집했던 이유를 생각했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이러저러한 상황 때문에 단 한번의 완성작도 내놓지 못한 내가
지금은 교육원을 다니고 합평을 하면서 가장 쓰레기같은 글을 써놓고 난도질 당하자, 아 난 안되나보다. 이제 끝인가보다.
이렇게 좌절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내가
이제 다시 내 문제를 들여다보고, 노력하려 합니다.
말만 번지르르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지금 이 시간도 글쓰는 것보단, 좀 더 쉬고 싶고 놀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드는 게 사실이네요.
그래도 아직 제 머릿 속에, 아파 죽을 지경에 놓인 주인공들이, 내 이야기 좀 어떻게 안 되겠냐고 아우성 치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는 이상 미치지 않으면 정상이 아닌 듯 하네요.
그저 오늘 내일부터, 하루하루, 천천히, 조금씩
미쳐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그래서 언젠가는 여기 이 게시판에서 죽고 싶다고, 자기 좀 구해달라고 울부짖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글 하나 남기고 죽는 게
제 첫번째 꿈이 된 듯 합니다.
베스트게시판에 자기가 살아야 할 이유를 알고 싶다고 말씀하신 분 계셨죠?
제가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왜 죽음보다 삶이 더 소중한지.
사는 게 지옥같고 힘들어도 왜 죽는 것보다 나은지를.
저는 그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혼자 술먹고 주저리주저리 감상에 빠진 글 써버렸는데 그냥 보고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아무 댓글 안 달아도 좋습니다.
그냥 이 세상에 이런 미친놈 하나 있다고만 생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