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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151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쓰는처자★
추천 : 5
조회수 : 11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25 01:13:57
천사를 본 사람들은
먼저
실망부터 해야 한다.
천사는 바보다.
구름보다 무겁고,
내 집게손가락의 굳은살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천사는 바보이고
천사는 있다.
천사가 있다고 믿는
나는
천사가 비천사적인 순간을
아주 오랫동안 상상해왔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천사를 떠올린다.
본드 같은 걸로 붙여놓았을 날개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낭패를 당한 천사.
허우적거리다
진흙탕에 처박히는 천사.
진흙에 범벅되는 하얀 인조 깃털
그 난처한 아름다움.
아니면
야간 비행 실수로
낡은 고가도로 교각 끝에
불시착한 천사
가까스로 매달린 채
엉덩이를 내보이며
날개를 추스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니면
비둘기 똥 가득한
중세의 첨탑 위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측은하게 지상을 내려다보는
그 망연자실.
내가 원하는 천사다.
저는 시든 소설이든 교훈이나 목적 이전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재미는 내용을 말하는 것일수도 있고
하나하나의 문장이나 적재적소에 들어맞는 기막힌 단어선택일수도 있죠.
허연시인은 재미를 주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요.
참고로 여자분 아니고 아저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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