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쟈철을 탄다.
힘들 땐 나는 미련없이 '노약자' 석에 앉는다.
왕돼지지만 삭신이 쑤실 땐 그 순간 만큼은 '약'자니까.
일반석에 앉은 어떤 날, 개나리봇짐을 많이 든 40대 정도의 분이 내 앞에 선다.
나는, 가방이 많으시니 앉으세요.라고 했다.
개안아요, 라고 하시지만 나는 일어서 다른 자리 나면 저도 앉을테니 앉으세요, 했다.
그 분은 앉아서 가셨다.
나는 대각선으로 또 빈자리가 생겨 가볍게 앉았다. 경쟁자는 없었다.
그 여자분이, 내리시는 역에서 내 가방을 살짝 만지시며 고맙다, 며 출입문을 나가셨다.
사실, 왕돼지라 서서라도 운동 좀 되라고, 가능하면 자리 양보할 일이 생기면 일어나는 편이다.
하지만 빈 자리가 있을 땐 고민없이 앉는다.
돼지는 서있는 것보단 살들에게 대한 예의로 앉는 게 덜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