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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애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5220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Jha
추천 : 14
조회수 : 2184회
댓글수 : 158개
등록시간 : 2015/09/22 16: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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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이에 대한 이야기라 육아 게시판에 쓸까하다가 익명 때문에 고민 게시판에 쓰게 되었네요.
너무너무 글솜씨가 없지만 마음 따뜻한 오유분들이 이해해주시리라 믿고 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저의 막둥이는 올해 5살입니다.
만으로는 4살이구요. 만 10개월때 걷기시작해 돌무렵엔 달리기를 하고 다녔던 형과 달리 둘째는 돌이 지나도 걷지를 못했습니다.
한달만 지나면 걷겠지..한달만 지나면 걷겠지.. 했는데 무려 만 18개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한걸음 스스로 떼더군요.
뭔가 기분이 쎄했습니다. 돌만 지나도 보통 아이들은 '엄마, 아빠'정도는 할텐데 말도 못하고 걷는것도 느리고..
두돌이 다 되어가는아이를 제 작고 마른 덩치로 업어 1시간남짓 시외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며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에 데리고 갔더니 발이 평발이라 제대로 못걷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발달장애가 아닌지 단순 지연이라고 보기엔 아이가 너무 늦다며 발에 보조기를 맞추면서 뇌신경센터에도 한번 가보라고 하더군요. 이리저리 아이를 살펴보시고 MRI와 뇌파 검사 (혹시나 뇌에 문제가 있는 장애가 아닌가 해서) 를 하고 유전병 (유전자 결손이라던가 기타 유전자병이 있을경우에도 아이가 늦을수도 있다고 하여)의심하시길래 70만원넘게 들여 유전자 검사까지 모두했습니다.
결과를 보니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3살이 되어서 어린이집에 가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보냈더니 다닌지 5개월만에 쫓겨났습니다.
이유는 말을 하지못한다는것과 대소변훈련이 안된다는거.. 그리고 선생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는거...
많이 울기도 하고 화가나서 시청 복지과에 그 어린이집에대해 민원을 넣어보기도 하고 했지만 결국은 동네에 우리아이는 장애인인데 부모가 멀쩡하다고 속이고 입학시켜 선생님 고생만 시킨 천하의 나쁜 엄마라고 소문이 쫘악 퍼져 결국 이사까지 하게 되었었네요.

시간이 약일꺼라며 아이를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언어치료도 다녀보고 일주일에 한번 소아재활전문병원에 가서 작업치료랑 언어심리 치료도 아이를 업고 버스타고 1시간넘게 다니면서 다녀보고..
내년이면 말을 할꺼야..잘 걷게 될꺼야.. 기저귀도 꾸준히 훈련하면 뗄수있을꺼야.. 했는데 나아지는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3살..4살..5살..이 되도록 통제불능에 조금만 걸어도 피곤해하는 아이때문에 그 덩치에도 유모차를 타고 다니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꼭 한마디씩 합니다.
"어휴 저 덩치에 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요?" 라고..
물어보는게 당연하겠지요. 겉으로 보기엔 정말 멀쩡하게 잘 생겼으니깐요. 키도 크고..

결국 저도 너무 지치고 가족들도 아이때문에 너무 지쳐가고 있었는데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는 심정으로 차타고 5시간거리인 서울 큰~병원에 소아정신과에 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발달검사 및 여러가지 검사를 하고 의사면담및 관찰을 해본결과 의사선생님은 자폐증상같다시더군요.

결국 저희 아이는 자폐 1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수많은 어린이집에서 거절당했지만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서 받아줘 1년반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직도 대소변을 못가려서 화장실에 데려가서 뉘지않으면 그냥 싸버리기 일쑤고 대변은 마려우면 화장실 입구가서 쿨하게 싸버립니다.
대변을 손으로 뭉개기도 하고 변기에 손을 집어 넣기도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1년동안 피나는 노력끝에 기저귀는 차지 않고 다니고 있어요.
부지런히 바깥활동도 시켜보고 아이에게 좋다는건 열심히 노력하며 다 해보지만 좀처럼 말문도 안틔이고 나아지는게 없네요.
그래서 자폐아들을 보고 느린거북이라고 하나봐요.

8살 형아는 집으로 놀러온 친구들이 "왜 니 동생은 5살인데 말도 못하고 소리만 지르냐? 우리동생은 2살인데 말 잘한다~"라고 하면
"우리 동생이 마음이 아파서 말을 안하는거야. 마음이 다 나으면 말 할꺼다 우리동생은 편식도 안하고 밥도 2그릇이나 먹고 힘도 쎄다 ~"
라고 절대 기죽지 않고 당당히 이야기하네요.
순간 울컥~ 하면서 8살 나름대로 동생을 이해하는 모습이구나 싶어 대견하고 기특하고 늘 싸우고 투닥거려도 지친 엄마대신 동생 유모차도 밀고 다니는 , 저희 부부에게는 숨쉬고 살 이유가 되는 그런존재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언제나 커다란 스트레스로 다가와 힘들었던 저였기에 이 나이 먹도록 전 아직 아들보다 철이 덜 들었나봅니다.

자폐아이를 기른다는건 정말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지치고 지치는 일인것같아요.
몸도 마음도 너무 극도로 지쳐서인지 전 메니에르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미 오른쪽귀는 상당부분 청력을 잃었습니다만 가족들은 아직 모릅니다.
병원에서도 보청기를 하라고 권했지만 아직 왼쪽귀는 멀쩡하기에 가족들에겐 내색하지 않고 잘 버티고 있습니다.
저 까지 보태기 싫어서 버티며살고있지만 왼쪽귀도 한번씩 멍해질때면 앞이 캄캄해지네요.
그 이외에도 많은 안좋은병들이 발병했지만 그냥 약먹고 마인드 컨트롤 하면서 참고 또 참으로 하루하루 사네요.
어쩔때는 아이때문에 너무너무 힘들어서 그냥 둘이 베란다서 뛰어내릴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성인이 되어서도 말도 못하고 계속 이 상태로 유지되며 나이만 먹고 키만 커버리면 어떡하나 생각에 막막해서 눈물도 나고..
아이 아빠도 말은 안하지만 가끔 보면 너무 지쳐보여 마음이 아파요. 
둘째 낳을때 과다출혈과 장기협착으로 난소를 잃었고 목숨이 왔다갔다 하며 얻은 아이인데.. 아무것도 안바라고 건강하게 남들처럼만 자라라고 태교하며 바라고 바랬는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ㅠㅠ

아이는 하나면 충분하다고 둘째는 안갖겠다고 했었는데 끝까지 설득하고 설득했던 신랑은 가끔 제게 미안해 하기도 합니다.
자기의 이기심에 저와 아이가 힘들게 되었다고 말이죠.. 

많은걸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엄마 아빠라고 말이라도 좀 해줬으면..
얼마전에 고열로 너무 너무 아팠는데 병원을 극심히 거부하는지라 간호사 4명이랑 저랑 5명이 결박해서 겨우 수액 하나 맞을수 있을만큼 병원다니기가 힘든지라 아프지만 말았으면...

장애아이를 키운다는건.. 정말 많은 노력과 인내심과 우울감이 동반하네요..
이제 2년있음 학교문제도 있어 특수학교를 갈려면 다른도시로 이사를 해야하는지라 신랑 회사문제도 걸려있는데..
따로 살아야 하는건 아닌지.. 참 너무너무 힘이 듭니다.

힘드네요..
주변에 비슷한 아이가 있어 서로 힘듬을 털어놓고 공유할 사람도 없고 제가 사는곳 특성상 자폐아동은 그리 흔한편이 아니라..
정말이지 요즘은 사는게 너무 힘들다는 생각때문에 괴롭고 괴롭네요..

너무 글을 길게 적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라도 이야기가..제가 힘들다고 한번이라도 이야기가..해보고 싶었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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