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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화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98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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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상쾌한지 퇴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맑은 월요일 아침
이 지독한 상쾌함을 잊으려는지 저절로 어제 일이 떠오른다
아니다 괜히 생각하지 말자 고작 같이 밥 한 끼 따로 먹은 것뿐이고
그저 그녀의 호의에 불과하겠지 그냥 내가 선배니까라고 결론 짓는게 편하다
'기대 같은 걸 하니까 배신 당하는거다'
라는 말을 자주 쓰던 내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그래, 썸남도 있으시다는데 괜히 멍청한 생각을 했다
사무실에 도착해 출근 인사 한번 하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뭔가 불안한 눈빛, 느낌이 쎄하다
뭐지? 뭐 잘못했나? 어제 일 때문에 그런가? 설마 최대리?
라고 생각한 순간
"쿵쿵"
인사 대신 내 파티션을 발로 툭툭 치면서 최 대리가 말을 걸었다
"아이고 김 주임님~ 뭔데 신입한테 시킨 걸 맘대로 커트하셔요?"
파티션을 신경질적으로 툭툭 쳐대는 탓에 사무실이 싸해졌다
"제가 이제 막 출근해서 할게 좀 있는데 조금 이따 이야기해 주시면..."
"그러니까 미리 이야기하는 거야 왜 그랬냐고 이 사람아"
"하... 그거 과장님이 최 대리님 하라고 시킨 거잖아요? 그리고 왜 주말에 멋대로 출근시킵니까?"
"지금 내 앞에서 한숨 쉰 거야? 그리고 근무 시간엔 일을 하고 주말엔 일 배워야지 업무가 늘지"
"그래서 주말 근무 수당이라도 주실 겁니까?"
"교육 차원에서 시킨 걸 내가 돈을 왜 주냐? 오히려 내가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아니 지금 뭐라고..."
순간적으로 짜증이 솟구쳐 일어나는 순간 누군가 등을 꼬집었다
이 대리였다
"김 주임 나 좀 봅시다~?"
"아니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데!"
최 대리의 말은 무시당한 채 손목을 잡혀 옥상으로 끌려왔다
날 멀뚱히 세워두고 토끼가 그려진 핑크색 파우치 속에서 담배를 꺼내며
"불 좀"
이라는 말에 즉각 불을 붙여주었다
나와 대학 동기지만 지금은 능력 있는 직장 상사인 이 대리
겉보기와 달리 강철 같은 체력과 멘탈로 회사 내에서 유명하다
"너도 펴"
"아 넵..."
"둘이 있을 땐 그냥 편하게 있으라니까 말을 안 들어"
"아유 어떻게 그럽니까 회사에서 인정받는 우리 이 대리님한테..."
"아부 떨지 말고 쫌~ 대학 때랑 완전 사람이 딴판이야"
"전 이게 편합니다~"
천천히 불을 붙이고 내뱉으려는 순간
"신입 마음에 들어?"
"콜록..... 아니 그건 또 무슨..."
"어제 신입이랑 단둘이 있었다며?"
"그건 누가..."
"그건 몰라도 되고 아까 그 일 때문에 그런 거야?"
"신입한테 일을 다 떠넘겨놔서 좀 도와주다가 그랬죠"
"아무리 그래도 상사니까 잘해야지 아까는 그게 뭐야 나한테 하는 거 반이라도 해라"
"그건 좀 징그러운데"
"최 대리랑 왜 요즘 계속 삐딱선이야? 신입한테 저러는 거 얼마 안 됐잖아"
"아니 자꾸 사람 성질을 건드리니까 그렇지"
"단순히 그거뿐이야?"
"어?"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반절도 안 핀 담배를 비벼 끄더니 천천히 피우고 오라는 말을 뒤로 내려가 버렸다
내가 최 대리 싫어하는데 다른 이유가 있던가?
그나저나 최 대리도 전에 짜증은 냈어도 발길질은 안 했던 거 같은데
이놈의 회사는 무슨 소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참 아이러니하다
-다음화에 계속-
출처 | 글쓰는게 많이 늦었네요 이리저리 치여 살다보니 허허... 아무도 없을것 같지만 혹여나 궁금하실 분들이 계실까봐 조금씩 자주 적어나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