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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주의]미니스커트
게시물ID :
panic_1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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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계피가좋아
★
추천 :
11
조회수 :
575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1/05/10 00:01:36
"그래? 그럼 왜, 작은 옷 같은 거 사서 보면서 빼봐. 나도 44size 사가지고 7kg이나 뺐잖아!" "진짜?" "그럼! 그거보고 자극 받아서 운동하면... 한 달이면 쫙 빠진다니까." 민영이는 고등학교 때까진 나만큼은 아니어도 꽤 통통한 축에 속했었다. 그러던 민영이가 살이 몰라보게 빠진 건 갓 스물이 되고 얼마 후였다. 사실 가장 친했던 나조차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윤곽이 살아나고 살에 묻혔던 쌍꺼풀까지 생기고 나니 민영이는 정말 예뻐 보였다. 그런 민영이가 알려 준 다이어트 비법은 다름 아닌 작은 옷을 매일 보면서 자극을 받으라는 것이다. 나는 그 날 이후로, 폭식증에 시달리고 있다. 교통사고로 엄마와 나는 중태에 빠졌었다. 아빠는 그런 우리를 살리려 몇 번의 수술을 감행하셨지만 끝내 엄마는 생과 이별을 고하시고, 나만 겨우 생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충격으로 인해 자주 머리가 아프곤 했는데, 그럴 때 폭식을 하게 되면 잠시나마 두통이 사라졌다. 나의 폭식 증세는 채 2년이 되기도 전에 나를 거대한 몸으로 바꾸어 놓았고, 그 이후로 쭉 그 체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찌뿌둥한 몸을 뒤로하고, 집을 나섰다. 우리 집 재산을 병원비로 날려 버리고 아빠는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셨기 때문에 매달 생활비를 보내 오셨다. 때문에 아직 취업을 하지 않은 내가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문 밖 출입을 뜸하게 한 건 사실이다. 그러다 오늘처럼 특별한 일이 생겨 외출을 하려고 하면 여간 몸이 찌뿌둥 한 게 아니었다. 집을 나서 대형 백화점을 가려다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동네 보세 옷가게로 향했다. 2단 프릴에 힙 부분이 쫙 달라붙는 미니스커트. 어쩌다 외출을 하게 되면 항상 보던 옷이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다 팔렸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남은 게 있다니 난 정말 행운아다. 난 그동안 저 옷을 보면서 꼭 바비인형 옷 같이 느껴졌었다. 그 조그만 천 조각 안으로 나의 몸을 집어넣는다는 건 상상조차 못 할 일이었으니까. 그러던 내가 저 옷을 사게 될 줄이야! 나는 누가 볼까봐 살금 거리며 옷을 구입했고, 친절한 종업원의 웃음 뒤에 비난 섞인 조롱이 섞여 있는 듯 하여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가쁜 숨을 채 내쉬기도 전에 떨리는 마음으로 봉투를 열었다. 봐도 봐도 너무 예쁜 옷이다. 나는 연신 감탄을 하며 정성껏 옷걸이에 걸어 침대 위에 매달아 놓았다. 그리곤 쳐 박아 두었던 아령이며 안마기 등을 꺼내 운동을 시작했다. 간만에 몸을 움직이려니 뼈마디 마디가 까탈스럽게 굴기 시작했다.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이질감. 조금만 참고 힘을 내면 나도 남 못지 않은 몸매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난 몇 번이나 다짐을 하며 아령을 들고 제자리 뛰기를 했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운동을 하자 몸은 힘들었지만 기분은 상쾌한 것 같았다. 아침이 되자 다리가 쑤셔 온다. 어제 너무 무리를 한 탓이겠지. 그러나 오늘도 거를 순 없었다. 운동이 아니면 딱히 할 일도 없거니와 이제 폭식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가장 큰 일과였던 인터넷 장보기도 할 필요가 없다. 난 다시 한번 침대 위의 프릴 미니 스커트를 보고 운동을 시작했다. 오늘부턴 스트레칭도 첨가했다. 어디선가 요가를 하면 정신 건강이 도움이 된다고 들어서이다. 사실 요가를 배운 적도 해본 적도 없으나, 스트레칭과 별반 달라 보이는 게 없어서 이다. 한참 땀을 빼고 몸무게를 재보았더니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 이틀만에 달라질 순 없는 거겠지. 오늘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날 밤,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밤 새 꿈을 꾸느라 온 몸에 진이 다 빠졌다. 무슨 꿈인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엄청 힘든 꿈이었나보다. 어쩌면 밤 새 꿈속에서 운동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잠이 깨어 어제와 같이 프릴 미니 스커트를 한번보고 아령을 들고 거울 앞에 섰다. 그런데!!! 나의 종아리가 눈에 띄게 얇아져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거울 속을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내 다리를 보자, 거울과 똑같이 얇아져 있었다. 운동을 시작한지 3일만의 일이었다. "민영아. 나 살이 빠졌어. 근데... 종아리 살만 빠진다." "흠...니가 허벅지 운동을 안 하는 거 아냐? 오늘부터라도 허벅지를 중점적으로 운동해봐." "그럴까? 요즘은 서 있기도 힘들거든..." "운동을 너무 무리해서?" "그것도 그렇고... 꿈이 극성맞아서.. 다 기억은 안나는데 꿈속에서 내가 까만 스타킹을 신고 칼을 들고 있거든.. 칼로 쓱 썰면 살이 듬뿍 잘리더라? 물론 아프진 않구...그리고 다시 보면 살이 떨어져서인지 다리가 매끈하게 빠져있어. 기분은 좋은데... 일어나면 무척 피곤해." "음.. 내 생각엔 운동량을 갑자기 너무 늘렸나봐. 이제 딴 운동은 쉬엄쉬엄하고 허벅지만 해보도록 해." 운동을 시작한지 한달 째. 종아리는 너무 얇아져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한데, 허벅지 살은 여전히 비계 덩어리로 남아 있었다. 사태가 이렇다보니 살을 빼기 전보다 더 보기 흉해진 것이다. 물론 이것도 살을 빼는 과정 일테지. 오늘부터 허벅지를 중점적으로 운동하기로 했다. TV를 보면서도 허벅지를 꼬집고 두드리고 비벼가면서 되도록 지방을 줄여보려고 애썼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운동량을 갑자기 늘려서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밤마다 꿈 때문에 진이 다 빠진다. 그래도 허벅지 살을 빼는 운동량은 추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도 또 꿈이 말썽이다. 신경쇠약에 걸린 것일까? 무슨 꿈인지 도통 알 수는 없지만 왜 이렇게 힘이 들까? 이상하게 이불이 축축하고 허벅지가 쓰라리다. 아휴. 겨우 일어나 침대 옆의 스탠드를 켰다. "꺄아아악!!!" 침대가 온통 피바다다. 이게 무슨 일이지? 정신이 점점 희미해진다. [민영의 일기] 자꾸 죄책감이 든다. 그렇게 오랜 세월 친구로 지내던 나조차도 정은이가 의족이란 걸 몰랐다니! 정은이는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고 한다. 물론 정은이가 살이 빠지지 않았던 것도 의족은 체형의 변화가 생기면 곤란하기 때문이겠지. 난 그것도 모르고 다이어트를 하라고 했다니.. 정은이는 밤마다 무의식적으로 깨어나 자신의 의족을 깎아내고 사포질을 했다고 했다. 생각만 해도 가여워 눈물이 흐른다. 내가.. 내가..허벅지 운동을 하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정은이가 칼로 자신의 허벅지를 도려내진 않았을 것이다. 연락을 받고 달려 갔을 때 정은이의 모습은 참담했다. 허벅지의 양 옆 부분을 칼로 무 썰 듯 싹둑 싹둑 잘라내다 못해 그 안의 허여멀건 뼈까지 드러날 정도였으니.. 그 안의 힘줄이며 근육도 모조리 파괴되어 있었고 드러난 뼈에도 여러차례 시도한 듯 칼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아마도 정은이는 뼈라도 깍아내어 얇게 만들고 싶었으리라. 다 내 잘못이다. 아무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멀리 떨어져 산다고 해도 한번쯤은.. 단 한번쯤은 정은이를 찾아가 봤어야 하는데.. 나도 요즘 허벅지 운동을 시작했다. 밤마다 정은이는 나의 허벅지 운동을 도와주러 온다. 시퍼런 칼을 들고서.. 출처 웃대 - 사린충동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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