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전 이맘때 메르스 정국에 출산을 했어요
조리원 퇴소후에 친정에 가려고
일부러 친정 근처에서 출산을 한건데
친정엄마께서 보건 쪽 일을 하시는 분이라
한달간 발이 묶이셨고
조리원은 조리원대로 남편 외엔 면회도 안되고
그나마도 집이 멀어 남편은 출산 때와
조리원 입소 첫 날을 빼곤
출퇴근 때문에 주말에나 올 수 있던 상황이었어요
저는 자연분만에다 회복도 빠른편이어서
짐짓 괜찮다고 당신도 마지막 휴가라고 생각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좋아하는 야구도 실컷보라며
너그러운 마누라 코스프레를 했었네요...
조리원에서 혼자 방에 갇혀있다 시피 하길 하루 이틀...
(그놈에 메르스땜시 외부강사가 출입을 못해서 프로그램도 변변 찮았거든요...)
수유콜은 두시간에 한번씩 울려서 맘놓고 쉬지도 못하고
사람 구경은커녕 하루에 열마디도 못하는데
주말에 온다던 남편은 일이생겨 일요일에나 올 수 있다고하고
하루종일 먹지도 않고 시체처럼 누워있다
수유콜 울리면 좀비처럼 비적비적 젖은 물렸는데
밤이 되니 도저히 움직일 수도 눈물을 참을 수도 없더라구요
그냥 막 눈을 뜨고 있으면 눈물이 줄줄줄...
그 와중에도 수유콜이 울리고
도저히 불어터져서 떠지지도 않는 눈으론
수유하러 갈 자신이 없어서
오늘 밤수유는 하지 않겠다 말씀드렸는데
전화기 넘어에선 잠시 침묵하시더니
알겠으니 푹 쉬라고 하시 더라구요.
저는 또 그 짧은 침묵이 마치 게으른 저를
힐난 하는것 처럼 느껴져
전화를 끊자마자 침대에 얼굴을 묻고 소리내어 엉엉 울었어요.
"똑똑.."
잠시 후 누군가 제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작게 들렸어요
이시간에 누굴까 어물거리고 있는데
"괭이냥냥 산모님?"
좀전에 전화기에서 들리던 목소리더군요
문을 여니 오며가며 마주칠때마다 환하게 웃어주시던
간호사 선생님이 서 계셨어요
제 얼굴을 보시더니 방으로 들어오셔선
제 손을 잡고 무슨일 인지 어디가 아픈지 다정히 물으셨고
저는 그 다정함에 마음이 무너져 더 크게 울어버렸고
그런 저를 마치 우는 아기를 달래듯
쉬쉬 소리를 내며 등을 쓸어 주셨어요.
머리가 굵어진 뒤로는 엄마품에도 그렇게 안겨본 적이 없었는데
아니, 누구에게도 그렇게 안겨 울어본 적이 없었는데
참으로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우리애기도 울면 이렇게 안아주셨겠구나 하고 안심이 되더라구요..ㅎㅎ
그 철없던(?)산모가 어느덧 돌쟁이 엄마가 되었어요.
울보엄마땜에 젖도 못얻어먹은 아기는
이제 막 걸어다니고 소리지르고 울고 웃고요..
오늘처럼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문득 그 밤이 생각이 나곤 해요.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했던 그밤
그분은 저에겐 엄마이자 남편이자 친구...
아니 어쩌면 그 이상 이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어른들도
엄마도
아빠도
가끔은 타인의 위로가 필요 한 거겠지요.
어디선가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그러잡고
홀로 울고있을 엄마들에게 저의 부둥부둥을 보냅니다.
"쉬...쉬.... 괜찮아요... 다 잘 될거예요... 쉬..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