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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gomin_15242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mVpZ
추천 : 0
조회수 : 3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9/26 05:49:59
아직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 두서 없이 적겠습니다.
제게는 9년전부터 알고 지낸 한 살 위 형이 있어요.
대학때 알게 된 한 학년 선배에요.
어쩌다보니 인연이 닿게 돼서 몇년만에 연락이 닿게 되서 최근에 친해졌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저는 간지럼을 잘 타요. 즉 누군가 제 몸에 손 대는 걸 극히 싫어해요. 예민해서요.
그러던 오늘 술 마시면서 그 형이 장난을 쳤어요. 소주 거나하게 마시고 적당히 취한 상태에서 세계맥주집을 갔어요.
익명성을 위해 술 이름은 다른거로 하겠습니다. 거기서 형이 호가든을 보며 호구든이라고 부르는 거라고 말했어요.
(실제 시비가 갈린 술은 다른 겁니다.)
정말 사소한 거 같은데 여기서 기싸움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호가든이라 발음 했고 호구든이라발음하지 않으면 간지럽히겠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제가 간지럼을 잘 타서 그럴 수도 있지만 평소에도 누군가 저를 간지럽히거나 옆구리를 찌르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에게 당했을 때는 두세번은 참아가며 양해를 구합니다. 간지럼을 너무 잘 타기 때문에 옆구리를 찌르거나 간지럽히는건 정말 싫어한다구요. 그럼에도 계속 된다면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쓰게 되요. 진심으로 싫어한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서요.
그런데 이 형과는 9년을 알았어요. 물론 대학 새내기때는 제가 이 악물고 참거나 사정사정을 했어요. 제발 간지럽히지 말라구요. 그래도 제가 힘이 약해서 많이 당했어요. 장난이라는 의도도 명확했으니 미워하지는 않았죠.
그런데 오늘 새벽에 술 이름을 부르는 거 가지고 크게 싸웠어요. 호가든을 호가든이라고 제대로 부를때마다 간지럽혔거든요. 처음엔 저도 장난에 장난으로 받아치며 호가든이라 말했어요.
예를 들면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하였는데 왜 홍시맛이 나냐고.... 같은 대장금 패러디라든가 등등이요.
그러다 간지럼이 심해지고 저도 고집이 생겼어요. 여전히 그 형은 저보다 힘이 셌고 저는 간지럼 당하기 쉬운 입장이었고 저는 그 간지럼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던거 같아요.
그래서 끝까지 호구든이라 말하지 않다 보니 간지럽히는 쪽과 막는쪽 간의 약간의 몸싸움도 일게 됐어요.
그러다가 서로 감정이 격해졌어요. 막말로 제 입에서 욕도 나왔어요. 술도 마셨겠다 취한 상태에서 감정이 극에 달아 나온 말이에요.
결국 분위기는 다운됐고 저는 그 형한테 너 이런식이면 사회생활 제대로 못할거다 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사소한 거 가지고도 형한테 배려 안 하고 이기려 드는데 그게 동생이 할 일이냐고도 들었어요.
전 진짜 눈물 나왔어요. 서러워서요.
그래도 분위기가 안 좋아진것에 대해 아차 싶어서 사과했어요. 실수했다. 감정이 격해져서 선을 넘은거 같다. 잘못했다구요. 반말에 욕을 한건 분명 제 잘못이에요. 그 때문에 분위기가 악화되기 시작된거니까요.
그래도 저는 한 마디 했어요. 제가 간지럼을 극히 싫어하는건, 몸에 손대는걸 싫어하는건 알고 계시지 않느냐구요.
다른 걸 가지고 장난을 쳤으면 제가 숙였을 수도 있을거라구요. 예를 들면 호구든이라 안 부를거면 술값 계산 전부 네가 해. 라는 말 같은거요.
그러자 그 형이 말했어요. 네가 싫어하는건 싫어하는거고 다른 사람이 알 바냐고. 만약 네가 고액의 월급을 받는데 상사가 간지럽힌다면 어쩔거냐고요.
저는 모르겠다고 했어요. 고액의 월급을 받아본적도 없고 상사로부터 간지럼을 당한적도 없거든요.
그러자 배 부른가 보네. 소리를 들었어요. 들은 말은 많지만 모두를 쓰고 싶지 않아요. 결국 험해진 분위기를 끝내기 위해 제가 굽혔어요. 이렇게 험악해진 거엔 저도 어느정도 과실이 있었으니까요.
헤어지고 나서 펑펑 울었어요. 서러워서요.
다른 걸 가지고 협박하거나 장난 쳤거나 놀렸으면 충분히 제가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간지럽히고 그것에 대해 저항하는건 서로간의 힘 문제잖아요. 저는 그 형보다 덩치도 작고 힘도 약했으니까요. 아무래도 전 그거 때문에 고집을 부렸던거 같아요.
새벽 첫차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글을 적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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