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 초밥이나 캐릭터 같은 근사한 도시락은 바라지도 않았다. 다만 김밥 한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주위를 슬쩍 둘러보니 소풍이랍시고 한껏 멋을 낸 주먹밥이나 반찬들이 눈에 밟혔다. 초라하게 맨 밥에 김치, 반찬이라고는 멸치만 있는 내 도시락과는 아주 비교가 됐다.
"내가 오늘 소풍 간다고 했잖아!" 집에 하나밖에 없는 방 문을 쾅 닫으며 괜한 신경질을 냈다. 그리고는 조용히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첫번째 이유는 김밥이 뭐길래, 소풍이 뭐길래 나를 이리 초라하게 만드나 하는 이기적인 슬픔이었고 두번째 이유는 미안하다고 말 끝을 흐리는 엄마의 눈물 삼킨 목소리였다.
"아니 그래서 나는 다소라는 단어가 이해가 안된다니까?" "또 쓸데 없는 소리 하네" "봐봐 한자가 많을 다에 적을 소인데 이게 어떻게 '어느 정도'라는 뜻이 되냐고." "많은 거랑 적은 거 사이에 있으니까 그런거겠지" "다소 적다, 다소 많다 이것도 말이 안되지 않냐? 겹치는 거잖아, 역전앞이나 앞전같은 말처럼." "제발 쓸데 없는 소리 좀 그만해" "너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쓸데 없는 소리만 한다고 하더라. 진짜 나 좋아하는 거 맞긴 맞아?" "음.. 그렇게 엄청 사랑하진 않는데 그렇다고 안좋아하는건 아니지." "됐다 됐어." "말하자면 다소 좋아한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