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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간 함께한 강아지를 떠나보냈어요.
게시물ID : animal_1525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고ㅠ
추천 : 13
조회수 : 805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02/12 11:35:46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어떻게 견뎌야 할까요. 
원래 인터넷에 글 잘쓰는 성격도 아닌데. ㅎㅎㅎ 

중2때 그냥 강아지가 키우고 싶어서 철없이 떼써서 무료로 분양받아왔어요. 이름은 반지라고 원래 주인이 준 이름 그대로 썼어요. 
어머니 아버지가 나이가 많으셔서 동물에 관한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성의없어 정성없이 키웠네요. 

데려온 건 저인데 책임은 모두 어머니가 맡으셨죠. 
전 그냥 예뻐만 하고. 
그게 나이가 먹으면서 조금씩 미안해지고. 

우리집 형편 어려운 걸 아는건지 긴 시간동안 잔병치레 잘 없었고, 건강했고, 목욕도 산책도 잘 안시켜주었지만 탈없이 커주었어요. 
아팠다면 이 아이를 끝까지 책임질수 있었을까요.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아빠는 내다버리라고 했을텐데. 
저와 엄마가 그렇게 두지 않았겠지만, 그걸 아는지 크게 아픈 적 없던 아이한테 늘 고마웠어요. 

성격이 지랄맞아서 막 짖고, 남자아이라 쨍쨍거려서 구박도 했지만 저 성격을 누가 감당해주겠냐며, 하늘나라 갈때까지 우리가 책임지자고
엄마랑 허허 웃었어요. 
데려올때가 2살쯤이었다고 하니까, 13살에 갔네요. 

정말 예고없이 떠났어요. 
설 쉬고, 따뜻한날, 자듯이. 

어쩌면 짐작했을지 몰라요. 나이가 먹고 이빨이 빠지고 백내장이 생기고.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외면했던가죠. 
설 쉬고 목요일 아침이라 출근을 하려고 화장 하고 있었어요. 

엄마가 반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반지야, 하고. 
보통같았으면 짖는 소리가 집안을 시끄럽게해서 조용히 좀 하라고 제가 먼저 구박을 했을텐데. 
아무런 소리가 안들리더라구요. 
너무 조용히. 

그때 느꼈던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설마, 하면서. 외면했던 거죠. 그래서 화장을 계속 하는데, 
엄마가 방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책상 의자에 앉아 흐느끼기 시작하신걸 보고 직감했죠. 

바로 물었어요. 반지 죽었어? 

엄마는 대답을 못하고, 전 반지가 있는 방으로 뛰어들어갔어요. 

반지 집으로 가니까, 애가 몸을 너무 예쁘게 웅크리고 있었어요. 잘때는 항상 그렇게 예뻤는데. 
숨을 거뒀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예쁘게 있어서, 한 번 불렀는데 대답을 안해요. 
이상하게 공기가 차가운 것 같아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아이 머리를 쓰다듭으니까, 아무리 추워도 살아있으니까 있었던 온기가 없더라구요. 
심지어 조금 굳은 것 같은,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촉에 바로 눈물이 터졌어요. 

엄마가 달려와서 절 끌어안고 같이 울었어요. 
지금 쓰고있는데도 또 울고있네요 

왜 그렇게 예쁘게 갔을까요. 눈도 꼭 감고. 어쩜 그렇게 예쁘게. 

사는 내내 그렇게 지랄맞은 성격이었으면서 가는 건 왜 그렇게 예쁘게 갔는지. 사람 더 마음 아프게. 
새벽에 기침소리가 두 번 들린 것 같다고 엄마가 그러셨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나봐요. 

설 끝나고 병원 한 번 데리고가야지 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네요. 

지금 당장이라도 깽깽 거리면서 절 귀찮게 해도 이상하지 않을 아이가 이 세상에 더 없다는 걸 느끼니까 
감당이 안되었어요.

엄마도 마찬가지인가봐요. 

동물 그렇게 안좋아하시던 분이었는데, 십년 넘게 함께한 동물은 반지가 처음이고, 이렇게 떠나보낸것도 처음이라 
저나 엄마나 슬픔이 감당이 안되요, 

반지한테 많이 미안하다고 울었어요. 두 번다시는 철없이 생명을 데려오지 않겠다고 맹세했어요. 
그날, 그때, 철없이 널 데리고 와서 잘 해주지도 못하고 보내서 너무 미안하다고, 계속 말해도 아이는 듣지 못할꺼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지고. 

반지 말고 같이 키우는 은비라는 말티즈가 있는데, 이 아이를 끝으로 저는 다시 동물을 키우지 못할 것 같네요.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중학교 2학년때의 저를 때려주고 싶어요. 
감당하지 못할 생명이라면 제발 책임감없이 데려오지 말라고 저 자신을 혼내고 싶어요. 

슬픔이 이런 식으로 복받치는건 태어나서 처음이네요. ㅎㅎ 

괜찮아 진 것 같아서 어제 잠자리에 들었다가, 일어나서 울고, 그래서 엄마랑 같이 잤거든요. 
오늘 샤워하면서 다시 엉엉 울고 지금 또 우네요. 

밖에 나가서 일할 때는 잘만 웃고 떠드는데 왜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터지는지 모르겠어요. 

반지 집이며 밥그릇이며 다 떠나보냈는데. 
생각하면 미칠 것 같아서 일부러 외면해도 계속 떠올라요. 
반지가 있었던 방에 들어가면 속이 꽉 막히고 가슴이 너무 먹먹해져요. 

두 번 다시 이런 이별을 겪고싶지는 않은데, 그래서 지금 같이 사는 은비한테는 그나마 후회없이 보내주고싶어서 
신경쓰게되네요. 

반지한테 참 많은 걸 배웠어요. 
많은 걸 저한테 가르쳐주고 갔어요. 
인터넷에 구구절절 쓰는거 안 좋아하는데, 
그냥 글로라도 남기고 싶었어요. 
그냥 그랬어요. 

이 슬픔이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는 반면에, 그러면 반지가 잊혀지니까 또 속상하네요. 
제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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