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1.4 TSI의 가장 큰 의미는 ‘폭스바겐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기술적 과시이다. 1.4리터라는 배기량으로 2~2.5리터 급의 성능을 내는 것도 그렇지만 수퍼차저와 터보를 동시에 채용한 것은 양산차로는 처음이다. 저속에서는 과급 엔진의 특징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터보가 제대로 돌아가면 얘기가 다르다. 터보가 돌 때는 약간은 ‘꽝터보’ 같은 느낌도 있다. 성능은 제원만큼 좋지만 체감 연비가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오늘날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다운사이징을 들 수 있겠다. 다운사이징은 연비에 죽고 사는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사실 다운사이징은 포괄적인 개념이다. 넓게 보면 차를 줄이는 것이나 경량화도 다운사이징인데 보통은 엔진에 한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다운사이징은 엔진의 크기, 즉 배기량을 줄이는 게 초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배기량은 줄이되 출력은 최소 현상유지는 해야 하는 것이다. 연비 좋아졌다고 출력을 줄이는 것은 90년대에나 통하는 말이다. 둘다 좋아져야 현 시대를 살아가는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자격이 있다. 실제로 요즘 나온 거의 대부분의 신차는 연비와 출력이 모두 좋아진다. 간과하기 쉽지만 메이커들이 참 노력을 많이 하는 것이다.
말은 쉽게 하지만 통상적인 방법으로 연비와 출력을 모두 올리기는 어렵다. 자연흡기 엔진으로 출력을 유지하면서 배기량을 줄이면 회전수를 올리는 방법 밖에 없다. 이러면 쓰임새가 좁아진다. 결국 90년대에 스포츠카에나 쓰일 것이라는 터보가 답이다. 과급은 수퍼차저도 있지만 최근 신차를 보면 압도적으로 터보가 많다. 효율 면에서 터보가 더 좋다는 판단일 것이다.
예전에는 터보는 시끄럽고 연비도 안 좋다는 게 주된 의견이었다. 그게 불과 15년 전 정도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친환경 기술이라고 다투어 채용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만큼 기술이 좋아진 것이고 엔진 제어의 발전과 직분사가 추가되면서 효율이 배가 되고 있다. 일명 ‘다운사이징 터보’가 나온 것도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과급은 크게 수퍼차저와 터보 두 가지가 있다. 이론적으로 수퍼차저는 저속 토크가 좋고 반응이 자연스러우며 터보는 보다 높은 리터당 출력을 낼 수 있는 대신 저속에서 지체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하면 되지 않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엔진은 없었다. 폭스바겐의 1.4 TSI가 나오기 전까지.
딱 한 번 그런 예가 있긴 했다. 1985년 나온 란치아 델타 S4 랠리카의 엔진이 배기량 1.8리터에 수퍼차저+터보였다. 출력이 480마력이나 됐다. 델타 S4는 랠리카이기 때문에 양산차와 비교는 어렵다. 막말로 경주차는 안 되는 게 없는 분야니까. 80년대 F1은 1.5리터로 1천 마력 이상도 뽑았다.
따라서 폭스바겐 1.4 TSI가 수퍼차저와 터보가 동시에 적용된 유일무이한 유닛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격이 다른 과급기가 있다해서 트윈차저로 불린다. 2005년에 나온 1.4리터 트윈차저는 골프에 가장 먼저 적용돼 큰 관심을 모았다. 수퍼차저는 이튼이 제공했다.
작동은 흔히 보는 순차식 트윈 터보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일단 저회전에서는 수퍼차저의 풀 부스트가 차면서 토크를 증대시킨다. 수퍼차저의 압력은 터빈의 빠른 작동을 위한 것이기도 하며 최대 토크가 나오는 1,500 rpm에서 두 과급기는 같은 부스트 압력을 갖는다. 전체 부스트 압력은 2.5바, 터보만 작동할 때는 1.3바이다.
회전이 높아질수록 터보의 역할이 커지는 한편 수퍼차저는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바이 패스 밸브는 수퍼차저 압력을 점진적으로 내린다. 그리고 3,500 rpm에서는 터보가 풀 부스트로 돌아가고 전자식 클러치에 의해 수퍼차저와의 연결은 끊어진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출력은 2.3리터 자연흡기와 같지만 연료 소모는 20%가 적다.
성격이 다른 두 개의 과급기를 적용해 구조도 복잡해지지만 엔진 제어도 어려워진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싱글 과급기보다 비용이 많이 먹힐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변속기는 7단 DSG가 적용된다. DSG도 습식이 아닌 건식 클러치이다. 아직까지 건식 클러치의 7단 듀얼 클러치는 폭스바겐이 유일하다.
Powertrain & Impression
1.4 TSI의 출력은 160마력, 최대 토크는 24.5kg.이다. 160마력은 최소 2리터에서 2.5리터 자연흡기 엔진의 힘과 맞먹는 것이다. 그리고 최대 토크의 수치는 2.5리터 급이다. 24.5kg.m의 토크는 변속기의 용량에 맞춘 느낌이 있다. 1.4리터도 최소 2리터급 성능을 누리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 도둑이지만 소비자에게는 분명 이득이다.
골프 1.4 TSI의 0→100km/h 가속 시간은 8초, 최고 속도는 220km/h이다. 1.4리터라는 배기량을 생각하면 준수한 성능이며 160마력이라는 수치에 걸맞는 성능이라고 할 수 있다. 블루모션의 7단 DSG는 작동이 거칠고 초반에 진동도 꽤 많았는데 1.4 TSI는 매우 부드럽다. 아무래도 디젤과 가솔린의 차이 또는 시승차의 문제로 봐야겠다.
골프 1.4 TSI는 과급기의 영역에 따라 사뭇 다른 특성을 보인다. 저속에서는 수퍼차저의 작동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부드럽다. 다른 말로 하면 제원상의 수치보다는 토크감이 약하다고 하겠다. 그래도 1.4리터라는 배기량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회전수 낮게 쓰면서 다니면 제 성능을 다 느낄 수 없다. 고회전 지향의 유닛이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고 회전수가 3,500 rpm 부근을 지나가면 가속 능력이 많이 달라진다. 부스트가 순간적으로 차면서 6,500 rpm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간다. 회전수의 상승도 빠르지만 가속도 빠르다. 저회전과 다른 능력에서 꽝터보의 느낌도 살짝 난다. 아우디 TTS도 이와 비슷하다. 190km/h까지만 속도를 올려봤는데 이 정도 영역까지 어렵지 않게 속도가 오른다.
2, 3, 4단의 최고 속도는 약 80, 120, 160km/h이다. 최고 속도는 6단에서 나오겠고 7단은 항속 기어이다. 7단으로 100km/h를 달리면 회전수는 2,100 rpm 정도인데 배기량을 생각하면 적당하지만 출력이나 기어 단수를 생각하면 조금 높지 않나 싶다. 운전을 하다보면 배기량은 잠시 잊을 만큼 여유 있는 거동을 보여준다. 요즘 과급이 좋긴 좋다. 고속 안정성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엔진 성능이 좋다는 것에 동의는 하지만 굳이 수퍼차저와 터보를 같이 써야 했느냐는 것에는 의문이 남는다. 1.4리터 배기량에 ‘160마력/5,800rpm, 24.5kg.m/1,500~4,500rpm’은 터보 하나만 써도 구현할 수 있는 스펙이다. 요즘 기술에 터보 달아서 리터당 114마력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터보 하나만 써서 1.4 TSI 보다 최대 토크 시점이 낮고 토크 밴드는 더 넓은 엔진도 있다. 그래도 출시 6년이 됐는데 별다른 업그레이드 없이도 경쟁력이 있다는 건은 대단해 보인다. 거기다 폭스바겐의 기술적 우위를 과시한다는 큰 의미가 있다. 지구상에 홀로 존재하는 방식의 엔진. 이 얼마나 폼 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