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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주의]아내사랑
게시물ID : panic_152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6
조회수 : 325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1/05/10 18:11:39
"걱정말고 있어.. 금방 갓다 올게." "우읍." 사냥을 떠나는 저에게 몸이 불편한 아내가 신음소리를 내며 인사를 합니다. 벌써 아내와 함께 깊은 산속에 들어온지 어언 1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제 이름은 김종호 입니다. 2년전 교통사고를 당하고 아내가 시력과 목소리를 잃고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되면서 저는 아내를 위해 모든 일을 감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망스러웠습니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어떨까, 내가 눈을 잃으면 어떨까, 하고요. 그러나 신은 저를 멀쩡하게 보내주시고 아내의 모든 것을 빼앗아버렸습니다. 그나마 생명을 앗아가진 않았지만, 아내에게 남은 삶은 절망뿐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항상 아내 곁에서 지켜보며 살아왔습니다. 씻기고, 볼일 보고, 먹이고, 재우고.. 모든 일을 아내와 함께 해냈습니다. 어느 덧 1년이란 세월을 새하얀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나 1년전 병원에서 더이상 아내를 돌볼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머리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고, 정신을 차려보니 의사는 제 앞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스러져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살인을 해버린 것입니다. 저는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곧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직시했습니다. 제가 잡혀간다면 아내는 혼자서 여생을 보내야할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럴 순 없었습니다. 아내는 제가 반드시 돌봐야 했습니다. 저는 굳은 결심을 하고, 지금까지 잘근잘근 모은 푼돈들을 챙겨서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하였습니다. 물론 아내는 제가 사람을 죽인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 산에 정착한지 1년이 넘어갑니다. 이 산에는 동식물과 풍부한 물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동물들을 수렵하며 고기를 얻고, 여러가지 풀로 비타민을 보충했습니다. 그러나 더이상은 한계인가 봅니다. 더이상 눈에 띄는 동물들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토끼도, 사슴도 더 이상 보이질 않습니다. 당장 식량이 떨어져 죽을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마을로 갈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마을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아내와 함께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게다가 제가 체포될 시에는, 도대체 어떻게 될지.. 어찌됬든 저는 먹을 것을 구해와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깊은 생각을 줄곧 하다가, 1년전과 같은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내에게 여느때와 같이 사냥을 하러간다고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일단 찾아야 할 것은 마을이었습니다. 몇시간을 쉬지 않고 걸어가니, 마을의 불빛이 보였습니다. 드디어 찾아낸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한 명을 끌고 가는 것. 저는 한 손에 칼을 단단히 쥐고 조용히 움직였습니다. 목표가 포착되었습니다. 저 앞쪽에 혼자 어슬렁 거리는 남자아이가 하나 보입니다. 이제 할 일은 매우 쉬웠습니다. 살금살금 다가가 그저 목의 경동맥을 베면 끝입니다. 그래요. 그저 목을 베면 되는 것입니다. 어서 움직여. 다리야, 팔아. 제발 움직여. 그러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식은땀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나약한 인간인가 봅니다, 저는. 그 때와 같이 이성을 잃지 않고는 사람을 죽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내 포기하고 쓸쓸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환히 웃으며 반기는 아내가 누워있었습니다. 저는 씁쓸히 웃으며 아내와 나란히 누웠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슬슬 잠이 왔습니다. 저는 그저 눈을 붙이고.. 2일이 지났습니다. 동물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풀로 요기는 하고 있지만, 더이상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또다시 빈손으로 집에 돌아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어떡하지. 식량이 없으니.." "으읍." 자기는 괜찮다는 표정으로 신음을 내는 아내를 보니 도저히 두고볼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괴로운 얼굴로 머리를 쥐어짰습니다. '생각을 해, 생각을!' 머리를 부여잡고 골몰히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저는 보았습니다. 다리. 살점이 넉넉히 붙어있는 다리였습니다. 저는 그 다리를 내려다보며 냉정한 눈빛을 쏟아부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안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그러나 저는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냉정한 판단력은 이미 하루 전에 물건너간 후입니다. 더 이상 배고픔을 참을 수 없었고, 아내도 야윈 얼굴로 계속해서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었습니다. 저는 결심했습니다. 조용히 칼을 들고, 심호흡을 했습니다. '후우. 흡!' 순간 빠른 속도로 칼을 내리찍었습니다. 선혈이 솓구칩니다. 무척이나 괴로웠습니다. 고통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크아악.."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다리를 절단하는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빠르게.. 재빨리.. 최대한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했습니다. 다행히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 가파르던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제 비명소리를 들으며 무슨 일이 있는가 걱정되는지 계속 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괜찮다고, 괜찮다고 계속 아내를 다독여 주었습니다. 그래요. 괜찮았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이 방법이 최선인 듯 보였습니다. 저는 천천히 주방쪽으로 가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제 걸음, 한 걸음 마다 선혈이 바닥에 낭자했습니다. 몇 주가 지났습니다. 아내는 헬쓱한 얼굴로 음식을 받아먹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한계인가 봅니다.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그 이후로 다른쪽의 다리를 또 잘라내었습니다. 저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니까요. 또 한쪽 팔을 떼내긴 했지만, 생활엔 지장이 없었습니다. 팔을 떼어낼 때는 유달리 소리를 많이 질렀습니다. 아내도 이때 쯤 되니 사태를 알아차렸는지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괜찮다고, 괜찮다고 아내를 위로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아내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무래도 몸 상태가 걱정이 되나 봅니다. 이제 한계가 다가왔습니다. 한쪽 팔도 다 요리 해버렸고, 식량은 바닥상태입니다. 드디어 나머지 한쪽 팔을 쓸때가 왔습니다. 이제 4번째이기 때문에 더이상 괴롭지 않았습니다. 이제 벌써 4번째 인걸요.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나머지 팔을 잘라내기 시작했습니다. 사태를 알아차렸는지 아내는 계속 입을 뻐끔뻐끔거렸습니다. 그러나 이제 소리칠 기력도 없는지, 아내는 이내 조용히 했습니다. 잘라낼때마다 새빨간 속살이 보이는데, 이제는 그것이 달콤한 고기로 보입니다. 또다시 바닥에 선혈이 낭자합니다. 새빨간 피의 향연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아내가 더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럴수가. 이럴수가. 아내가 결국.. 결국.. 팔을 잘라낸지 얼마 되지도 않아 결국.. 아내가.. 아내가 죽어버렸습니다. 저는 슬펐습니다. 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이제 곧 맛있는 고기를 먹일 수 있었는데.. 이제 곧 음식을 먹일 수 있었는데.. 살 수 있었는데.. 그러나 이내 슬픔은 제게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곧 이 맛있는 음식을 저 혼자서 독식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이러한 맛은 사회에서는 접할 수 없는 것이거든요. 게다가 여러가지 풍부한 재료가 생겼기에 저는 매우 흡족했습니다. 저는 천천히, 핏기가 없는 팔을 들고 주방으로 향했습니다. 사지가 없는 아내를 뒤로 한채요. 출처 웃대 - 사린충동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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