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올림픽때, 스타디움 확장을 위해 지은 지 삼년 되는 집을 헐게 되었습니다. 인부들이 지붕을 벗기려는데 꼬리쪽에 못이 박힌 채 벽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도마뱀 한 마리가 살아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삼년 동안 도마뱀이 못 박힌 벽에서 움직이지 못했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원인을 알기 위해 철거공사를 중단하고 사흘동안 도마뱀을 지켜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하루에도 몇번씩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도마뱀은 어떤 사이였을까여? 물론 알수 없습니다. 부모와 새끼의 관계일수도 있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일 수도 있고 그저 한곳에 모여살던 동료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도마뱀은 원래 사람의 손에 꼬리를 잡히면 그 꼬리를 잘라 버리고 도망치는 파충류인데, 아마 꼬리를 잘라 버릴수 있는 상황도 못되었던게 분명합니다.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참으로 훌룡한 것은 바로 그 곁에 있던 도마뱀입니다. 사랑하는 도마뱀이 받는 고통을 바라보면서, 그 도마뱀이 살아 보려고 몸부림치다 실망할 때 어딘가로 가서 먹을 것을 물어 왔습니다. 그리고 입으로 건네 주면서 표정 지었을 것입니다. 절망하지 말라고, 살아야 한다고, 말은 할수 없었지만 어떤 눈짓, 어떤 표정을 지었을 것입니다. 못 박힌 도마뱀은 어쩌면 고통과 절망 속에서 처음엔 먹을 것을 거부하며 팽개쳐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시 또 어딘가로 가서 먹을 것을 구해다 입에 넣어주는 그 도마뱀을 보면서, 너를 버릴수 없다는 그 표정, 나만 살기 위해 네 곁을 떠날 수 없다는 그 몸짓, 그걸 믿으면서 운명과 생의 욕구를 받아들이면서 가슴이 저려을 겁니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번씩 위험을 무릅쓰고 먹을 것을 구해다 주면서 함께 살아온 삼년, 그 도마뱀은 다시 못을 박았던 사람들에 의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어두운 지붕 밑에거 두 도마뱀은 함꼐 사랑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고 고통속에 서로 안고 잠이 들곤 하였을 것입니다. 삼년동안 변 함없이 찾아와서 사랑을 나누어 준 한 도마뱀에게서 우리는 사랑의 열정을, 포기하지 않는 사랑을 배우게 됩니다. 무엇이 이 도마뱀을 움직였을까여? 그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의 힘입니다. -도종환 지음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p7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