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몇번 글을 남겼지만 개인적으로 클래식악기를 (그것도 음정이나 음감을 중요시하는 현악기)를 오래해서 그런지
가수의 감성 전달력 보다는 얼마나 가수로서의 베이스가 탄탄하고 기본기에 충실한 발성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주의입니다.
가령 무대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임재범씨의 빈잔 같은 경우 중반 이후에서 약간 플랫되는 음정은 분명 곡의 몰입에 방해가 되었죠 성량이나 호흡도 예전에 비하시기 좀 힘드신지... 충분히 뽑아내던 음에서 짧게 마이크를 치운다던지 하는 장면이 자주 보이는 것도 안타까웠고요
한국 가요계의 판도가 소울적 요소를 가미한.. 주로 기교와 감성을 중요시하는 풍조로 흐르는 것을 별로 조아라 하지 않습니다. 강한 바이브레이션으로 강제적으로 듣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불어일으키는 듯한 창법만이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한다면 김연우나 스팅 같은 가수들은 저평가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죠 물론 순수 개인 의견이고 대세를 거스르는 의견이라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김연우라는 가수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리고 김연우의 나와 같다면의 무대는...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아픈 무대였던 것 같습니다.)
서두가 좀 길었지만... 이런 바탕에서 옥주현씨 이번 서시 무대는 꽤 훌륭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옥주현씨의 장점으로 꼽히는 발성에 있어서는 거의 완성형을 보여주었지 않는가 싶을 정도로. 초반부에는 비성과 두성을 섞어서 부드러운 느낌을 끌어낸 뒤 자연스럽게 흉성으로 전환하여 드라마틱한 연출로 노래하는 부분은 확실히 연습량 하나 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가수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이런 창법에 있어서는 솔직히 박정현씨를 따라 잡을 순 없겠지만.. 옥주현씨도 다른 가수와는 확실히 차별되는 자신만의 무기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또 서시에서 확연히 드러난 것이 옥주현씨의 보이스 칼라만큼은 정말 타고 난 것 같습니다. 기법이나 기교, 발성이야 배우고 훈련하면 어느 수준까지 도달한다고 하지만.. 보이스 칼라 만큼은 기프트라고 불릴 정도로 천부적인 것이 중요한데... 이 보이스 칼라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들더군요. 비성을 사용할 때, 두성을 사용할 때, 흉성을 사용할 때의 보이스칼라가 확연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노래가 더 드라마틱 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이겠지만.. 비성은 약간 아일리쉬 락그룹의 여자 보컬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이 담긴 듯 하면서도 두성을 사용할 때엔 한국 정서와 유사한 한 같은것이 느껴지고.. 흉성을 사용해 고음 발성을 낼 땐 정말 흑인의 파워가 나오는 듯한... 참 다양한 보이스를 가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천일동안에서는 이 세 목소릴 섞어서 냈다면... 서시에서는 섬세하게 따로 목소리를 분리해서 파트를 나누어 요리한듯한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중음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그러면서도 거칠지 않은 보이스는...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무대에서는 옥주현씨 특유의 악상 변화가 보이지 않더군요 탄탄한 성악적 발성을 바탕으로 하는 크레센도 표현은 옥주현씨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며 무대 때 마다 이런 표현을 꽤 기다리는 편인데 (현악기는 크레센도 표현이 너무 어려워서... 이런 드라마틱한 악상변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이런 표현을 많이 자제하시던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노래가 뮤지컬 같다'라고 하는 평가를 피하기 위해 심한 악상변화를 자제한 편곡을 하신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솔직히 아쉽네요.. 그래도 자기 무기는 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번에 제가 본 옥주현씨 무대에 대한 개인적인 평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처럼 안정적 성량과 정확한 발성을 좋아하시는 분은 안계신지요? (물론 안정적 발성보다 감성적 표현이 우선시되는 나가수이다보니 연우신이 그렇게 광속 탈락하신 것이겠지만요..)